수출, 中→美·EU 중심 이동...한은, "수출 살아나도 급반등 어려워"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07-21 16:4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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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수출 특징 보고서, 품목·지역별 편중 구조적 문제 지적
산업부, 수출 中·아세안 줄고 미·EU 늘어...혁신전략 수립
7월 1~20일 수출도 반도체 부진에 전년동기대비 15% 감소
▲ 상반기에 중국 및 베트남 수출을 크게 줄고 미국과 EU는 증가하는 등 수출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 모습.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 수출의 무게중심이 중국과 아세안에서 북미와 유럽쪽으로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

 

부동의 수출 1위국 이었던 중국과 베트남 등 아세안 지역이 작년 하반기 이후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북미와 유럽의 수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패권 경쟁의 여파로 반도체를 필두로 대 중국 수출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등을 중심으로 북미 유럽쪽 수출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이러 가운데 지역별, 품목별 수출 편중 현상으로 인해 향후 수출이 회복된다 해도 과거처럼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와 주목된다.

■ 中·아세안 수출 20%대 급감...미·EU는 소폭 상승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상반기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아세안 등 4대 수출시장 중 중국과 아세안 수출이 작년 상반기에 비해 크게 감소했으나 미국과 EU 수출은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우리나라 교역 1위인 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0% 줄어들었다. 아세안도 20.4%나 감소했다.


글로벌 복합위기전까지만해도 중국과 아세안 수출은 꾸준히 증가하며, 대한민국 수출의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1년여만에 상황이 급반전한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과 EU 수출은 수요 위축 속에서도 각각 0.3%, 5.7% 소폭 상승했다.


중국은 IT 업종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수출 부진 상황이 중간재 수입 수요 감소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대 중국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상반기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39.8%, 디스플레이 수출은 -47.9%, 석유화학 수출은 -23.9% 등 감소폭이 심각한 상황이다.


국내업체들의 전자제품 글로벌 생산기지가 밀집한 베트남 수출 역시 IT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29.1%, 디스플레이 -17.0% 등 핵심 품목의 수출이 급감했다.


이에 반해 미국, EU는 자동차 수출 호조세를 덕분에 수출이 소폭 증가세를 보였다. 상반기 대미 자동차 수출은 54.2%, 대 EU는 55.6%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로 이 지역들에 대한 일반기계와 양극재 수출도 호조세를 보였다. 특히 양극재의 경우 미국 수출은 28.6%, EU 수출은 무려 92.3% 늘어났다.


산업부는 이에따라 21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제7차 수출 지역 담당관 회의'를 열어 주요 지역별 수출 상황을 점검하고 수출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지역별 수출 흐름을 정밀 분석, 무역구조 혁신 전략을 수립하고, 신흥국과의 통상 네트워크를 확대해 새로운 수출 기회를 창출할 계획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주요국과의 정부 간 통상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세일즈 외교를 통해 발굴한 수출·수주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지원해 성과를 구체화할 방침이다.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7차 수출 지역담당관 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특정 지역 및 품목별 의존도 높아...수출 구조 취약

이처럼 수출이 지역별, 품목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향후 수출이 되살아난다 해도 과거와 같은 호황을 누리기는 힘들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IT(정보기술) 경기가 나아져도 전체 수출이 생각만큼 많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21일 '최근 우리 수출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이후 IT 경기 부진이 완화돼도 국가별 산업구조와 경쟁력 변화 등 구조적 요인 때문에 수출이 과거와 같이 큰 폭으로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구조적 요인의 한 사례로 중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 약화를 거론했다. 중국의 코로나19 관련 봉쇄 조치가 이어진 지난해 4∼12월과 비교해 올해 1∼4월 줄어든 대(對)중국 수출을 요인별로 분석한 결과 감소분의 65%는 중국 자체 수요 변화에 따른 '경기적 요인'으로 설명됐지만 35%는 중국 내 점유율 하락과 관련된 '경쟁력 요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수출의 품목·지역별 차별화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 등 IT 품목이 큰 폭의 감소세지만, 자동차·선박 등 일부 비(非)IT 품목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 수출 품목도 반도체에서 자동차(부품 포함)로 바뀌었다.


지역별로는 대중국·아세안 수출이 부진한 반면 대미국·EU(유럽연합) 수출은 상대적으로 좋아 우리나라 수출에서 중국과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격차가 크게 줄었다.


김상훈 한은 국제무역팀 차장은 "특정 지역과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기업은 대외 여건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수출 다변화 필요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이에 따라 최근 수출 플러스 달성을 위해선 업종별, 지역별 편차를 줄이는게 필요하다고 보고, 잇따라 주요 업종 간담회를 가지며 업종별 수출 애로 사항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누가 뭐라 해도 세계 최대의 공장이자 시장이란 점에서 중국 수출이 줄고 북미와 유럽 수출이 증가하는 것은 우리나라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력시장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수출 플러스 달성을 위한 주요 업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 7월 수출도 부진 계속...반도체 울고 자동차 웃어

지역별, 품목별 수출의 편중 현상은 이달 수출의 흐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7월 1∼20일까지 7월 중순 잠정 수출은 312억33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2% 줄어든 가운데 품목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핵심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수출이 1년 전보다 35.4% 줄어드는 등 부진을 계속했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월간 기준 지난달까지 11개월 연속 이어졌다. 이달에도 감소가 확실시돼 수출 역성장 기간이 1년을 꽉 채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와 함께 철강제품(-15.2%), 석유제품(-48.7%), 무선통신기기(-13.5%) 등의 수출도 1년 전보다 줄었다. 반면 승용차는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27.9% 늘어나며 반도체의 빈자리를 어느 정도 메우는 역할을 했다. 컴퓨터 주변기기(16.8%)도 모처럼 상승세를 나타냈다. 한마디로 반도체는 울고 자동차는 웃는 상황이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지역별로도 희비가 계속 엇갈리고 있다. 반도체 부진 여파로 대 중국 수출이 21.2% 감소했다. 대중 수출의 감소세는 지난달까지 13개월째 지속되며 수출위기를 극복하는데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출 3위국이었던 베트남(-22.6%)도 계속 부진한 양상을 이어갔다. 특히 그간 소폭이나마 강세를 보여왔던 미국(-7.3%), 유럽연합(EU·-8.3%) 등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나마 새로운 유망 수출시장으로 부상한 인도가 3.6% 증가한 것이 위안거리다.


전반적인 수출 부진 속에 이달에도 수출이 역성장할 것이 확실시된다. 월간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로 작년 10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왔다. 이달에도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수출 감소세가 10개월째 이어지는 것이다. 수출이 10개월 연속 이상 감소한 사례는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한편 수입 못지않게 수입도 계속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이달 20일까지 수입액은 325억9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8.0% 감소했다. 3대 에너지원인 원유(-53.3%), 가스(-46.6%), 석탄(-48.3%) 등의 수입이 모두 급감한 결과다. 반도체(-26.5%), 기계류(-10.4%), 석유제품(-41.2%), 승용차(-30.1%) 등도 감소했다. 무선통신기기(14.5%) 등은 늘었다.


국가별로는 중국(-21.4%), 미국(-21.0%), EU(-14.0%), 일본(-18.9%) 등 주요국이 대부분 줄었다. 무역수지는 13억61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달 같은 기간(16억2천700만 달러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줄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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