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등 고부가 수주 늘린 탓...'도크'여유 없어 더 벌어질 듯
| ▲한화오션이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 건조한 이중연료추진 LNG운반선. <사진=대우조선해양> |
중국이 세계 조선 강국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중국의 신규 선박 수주량이 한국의 두 배에 달하는 등 양적인 면에서 K조선이 라이벌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경쟁 대열에서 이탈하면 한국과 중국은 세계 선박시장을 양분하며 하나뿐인 1위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간 기준으로는 한국이 중국을 제치고 글로벌 선박 수주량 1위에 올랐으나, 올들어 중국이 반격에 성공하며 1위를 재탈환한 것이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쇄빙선 등 고부가 선박위주로 영업 전략을 수정한 결과라며 양적인 측면에서 1위는 별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 선박수요 위축 속 6월 수주량 중국이 한국의 6배
글로벌 복합위기 여파로 상반기 글로벌 선박 수주 규모가 총 1781만CGT(678척)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4.3% 줄어든 가운데 한국의 수주량이 중국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CGT는 표준환산톤수로 선종 및 선형의 난이도에 따라 건조시의 공사량을 동일 지표로 평가하기 위한 기준이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들어 1~6월까지 한국의 누적 선박수주량은 516만CGT(114척)로 전년 동기 대비 50.3% 감소했다.
한국의 신규 수주량이 반토막이 난 것과 달리, 중국은 1043만CGT(428척)로 한국을 두 배 차이를 누르고 1위를 확고히했다. 중국의 수주 점유율은 59%로 한국(29%)보다 무려 30%포인트 앞선다.
시장 위축으로 인해 중국의 상반기 수주량은 전년 대비 15% 가량 줄어들었으나, 한국의 감소율(50%)이 훨씬 큰 탓에 수주량 기준 세계 1위에 복귀한 것이다.
이에 따라 6월말 기준 수주 잔량 면에서도 중국이 한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클락슨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글로벌 수주 잔량은 전년 동월 대비 3.5% 증가한 1억1451만CGT이다.
같은기간 한국은 8.3% 증가한 3880만CGT(723척)로 점유율 34%를 기록한 반면 중국은 9.8% 늘어난 5315만CGT(2084척)으로 점유율이 46%에 달한다. 올 상반기 수주량에서 앞선 중국이 수주잔량면에서 한국과의 격차를 12%포인트까지 넓힌 것이다.
문제는 한국과 중국의 신규 수주량 차이가 최근들어 더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의 경우 전세계 발주량이 276만CGT(95척)로 집계된 가운데, 한국이 38만CGT(10척), 중국 220만CGT(71척)를 각각 수주했다.
|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HD현대중공업의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제공> |
■ K조선 고부가 선박 치중...中 태생적 중소형 수주에 유리
한-중 양국이 전세계 신규 선박 발주 물량 가운데 94%를 독차지한 가운데 이중 중국이 80%를 독차지한 것이다. 한국의 6월 글로벌 수주 점유율은 단 14%에 불과하다. 중국의 신규수주가 한국의 약 6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누적 수주량면에서도 K조선은 중국에 더욱 밀릴 수 밖에 없다. 세계 조선 최강국을 자부하는 K조선이 수주 잔량과 신규 수주면에서 '2인자'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양국 조선업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결과로 해석된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이른바 조선 빅3체제가 확고한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은 대형업체 외에도 중소형 조선업체까지 업군이 다양해 중소형 선박 수주에 매우 유리한 구조다.
대기업 중심인 K조선의 특성상 일정 규모 이하의 선박 수주는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글로벌 조선업의 오랜 침체기 동안에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몰락한 탓이다.
반면 중국은 여전히 중소형 조선업체들이 많아 글로벌 중소형 선박 수주를 싹쓸이하며 수주잔량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글로벌 조선소 규모를 보면 이같은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현재 글로벌 조선소 규모면에서 세계 1~3위를 K조선 3사가 독차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990만CGT로 글로벌 1위이며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한화오션 옥포조선소가 각각 2, 3이다.
K조선 3사가 LNG선,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빠르게 수정한 것도 수주량 등 양적인 면에서 중국에 밀리는 이유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재편과 물류대란을 계기로 이들 고부가 선박 발주가 급증하면서 국내업체들이 고부가 선박 위주로 선택과 집중에 나선 것이다.
| ▲IMO가 2050년까지 해운업 분야에서 넷제로' 달성 방침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따라 장차 친환경 선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 항구의 컨테이너선. <사진=연합뉴스제공> |
■ '양보다는 질'...K조선 고부가 선박 수주에 더 치중할듯
K조선 3사는 특히 고부가 선박이나 특수선 등 하이엔드 시장에서 독보적인 제조기술을 보유하며 중국에 비해 확실히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서방국가들이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발주에 중국업체보다 K조선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기류가 형성돼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가 고부가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를 진행하는 만큼 일반 선박 수주가 많은 중국과 수주량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며 "특히 고부가 선박의 경우 건조 기간이 긴 탓에 도크의 여유도 부족, 중소형 및 중저가 선박 수주엔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잘라말했다.
실제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눈에띄게 줄고 있음에도 6월말 기준 클락슨 신조선가지수는 170.91로 전년 동기 대비 9.38포인트 상승했다. 그만큼 고가, 고부가 선박 비중이 커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중국 조선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마탕으로 마구잡이식 저인망 수주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K조선 3사는 양보다는 질 위주의 고부가 선박 수주에 치중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란 얘기다.
K조선은 특히 친환경 선박 기술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어서 향후 고부가 선박시장에서 초격차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6일(현지시간)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해운업 분야에서 탄소 '넷제로' 달성 방침에 잠정 합의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해운업계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이는 결국 자율주행선박, 전기선박 등 친환경 수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결국 글로벌 조선시장 경쟁에서 양적으로 중국에 밀릴 수 밖에 없는 K조선이 향후에도 믿을 건 고부가 선박 뿐이라는 의미이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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