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핫템' HBM, 지금은 하이닉스가 지배...내년엔 삼성이 추월?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8-28 16: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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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엔비디아 파트너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초기 승자"
"삼성, 캐파 2배 늘려 2024년엔 하이닉스 따라잡을 것" 전망
뒤쫓는 삼성과 쫓기는 하이닉스간 치열한 HBM 전쟁 불가피
▲SK하이닉스는 일찌감치 HBM에 대한 투자를 집중, 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사진은 웨이퍼를 가공하고 있는 하이닉스 이천공장 내부. <사진=SK하이닉스>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현재 최대 '핫템'(핫 아이템)은 HBM(고대역폭메모라)이다. 챗GPT의 등장 이후 AI열풍이 일면서 AI용 핵심 메모리인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범용 메모리시장이 침체의 늪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고가, 고부가의 HBM은 시장파이가 급속도로 커지며 글로벌 메모리 업계의 경쟁구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다.


HBM은 현재 '2인자' 하이닉스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기술 진전속도도 가장 빠르다. 하이닉스는 범용 메모리의 대대적인 감산 조치로 전체 시장에선 미국 마이크론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하지만, HBM으로 분야를 좁히면 상황이 딴판이다. 그야말로 하이닉스의 독무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하이닉스가 일찌감치 HBM에 집중 투자한 덕에 글로벌 AI시장의 선두주자인 미국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로서 HBM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기사를 보도, 주목을 끌고 있다.

◇ 하이닉스, 만년 '2인자'서 HBM분야 최강자 우뚝

"한국기업 SK하이닉스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반도체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WSJ은 ‘엔비디아의 AI칩 파트너인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AI반도체 분야에서 하이닉스의 역할에 주목했다.


WSJ는 “AI 열풍을 주도하는 하드웨어는 엔비디아와 가장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엔비디아의 ‘H100′ 프로세서는 AI 애플리케이션이 즉각적인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특수 메모리칩에 있다”며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최신 HBM(HBM3) 주공급사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인 하이닉스, 세계서 가장 핫한 반도체 분야인 HBM의 초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시장조사업체들의 분석 결과에도 부합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하이닉스이 HBM 시장 점유율은 50%를 웃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 만년 2인자였던 하이닉스가 HBM에서 만큼은 메모리 최강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한 것이다.

 

▲SK하이닉스가 AI용 핵심 메모리로 반도체 시장의 핫템으로 떠오른 HBM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사진=연합뉴스제공>

 

하이닉스가 HBM시장 1위에 오른 것은 AI용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시장지배력에서 비롯된 결과다. 챗GPT로 상징되는 AI시스템엔 하이닉스의 HBM이 핵심 메모리로 탑재된다. 엔비디아의 AI용 GPU의 시장점유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거의 독점적 사업자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차세대 메모리다. 대규모 데이터 학습 및 추론을 필요로하는 거대 AI시스템엔 HBM이 필수로 사용되는데, 기술력이 가장 앞서 있는 곳이 하이닉스다.


WSJ은 “하이닉스는 오랫동안 메모리 칩 분야 주요 업체였지만, 선구자로 여겨지지는 않았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10년전 경쟁사보다 HBM에 더 적극적으로 베팅, AI애플리케이션이 급부상하자 초기 승자로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WSJ은 사실 메모리 반도체 침체에도 하이닉스의 주가는 연초 대비 약 60% 상승하며 경쟁자인 삼성전자 상승률의 3배, 마이크론과 인텔보다도 상승률이 약 30% 웃돌았다"고 전했다.


WSJ은 특히 하이닉스가 미 반도체 기업 AMD와 함께 2013년 HBM을 가장 먼저 시장에 선보인 점에 주목했다. 이같은 선제적 투자 덕분에 최신 4세대 HBM(HBM3)버전은 기존의 8개 D램을 12개 쌓아 업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전송 효율성과 발열량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 메모리 1위 삼성 맹추격...캐파 2배 늘려 추월 시도

하이닉스는 지난 5월 기존의 8단 HBM3 양산 이후 불과 10개월 만에 12단 HBM3를 개발,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이닉스는 그간 1세대 HBM을 시작으로 2세대(HBM2), 3세대(HBM2E), 4세대(HBM3), 5세대(HEN3E)에 이르기까지 HBM 개발 및 양산 기술의 진화를 맨 앞에서 진두지휘해왔다.


하이닉스는 지난 21일엔 풀HD급 영화 23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5세대 HBM(HBM3E)를 업계 최초로 개발,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샘플 입고 요청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4세대 HBM3의 양산을 준비중인 삼성과 분명히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WSJ는 그러나 하이닉스의 HBM시장 선두 자리는 세계 최대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에 역전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삼성이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2024년까지 HBM 캐파(생산능력)를 두 배 가량 늘릴 계획 등을 세웠다”며 "하이닉스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삼성이 하이닉스의 선두 자리를 추격할 수도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엔비디아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가장 잘 준비된 회사로 전문가들은 하이닉스를 꼽는다고 부연설명했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 SK하이닉스가 HBM시장의 초기 승자라고 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AI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 건물. <사진=연합뉴스제공>

 

WSJ는 "하이닉스가 개발 속도, 품질, 양산 준비성 등에서 여전히 삼성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이런 장점을 바탕으로 시장을 계속 선도할 계획이라는 박영재 하이닉스 제품디자인담당 부사장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인터뷰에서 박 부사장은 "우리 HBM 태스크포스팀은 처음엔 이 칩의 용도로 AI를 생각하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고성능 컴퓨팅을 위한 HBM이 결국엔 핵심 적용 대상제품의 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확신했다"고 말했다.


결국 WSJ의 결론은 "HBM 시장의 초기 승자인 하이닉스가 삼성의 거센 도전에 직면했으며, 내년에 역전 당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여러 측면에서 하이닉스가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WSJ의 이번 보도와 마찬가지로 삼성은 내년을 기점으로 HBM 선두 하이닉스를 따라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은 현재 하이닉스가 독점 공급중인 4세대 제품의 조기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세대 제품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 삼성-AMD VS 하이닉스-앤비디아 대결 구도 주목

삼성의 대대적인 공세를 의식, 시장조사업체들의 HBM시장 점유율 전망도 점차 바뀌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당초 올해 하이닉스와 삼성의 시장점유율이 50% 대 40%로 10%포인트를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내년엔 4세대 제품 양산에 앞서 있는 하이닉스가 점유율을 56%까지 끌어올리며 독보적인 1위자를 지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랬던 트렌드포스가 최근에 입장이 바뀌고 있다. 올해 HBM시장 점유율이 하이닉스와 삼성이 각각 46~49%의 점유율로 비슷할 것이며, 삼성의 공격적 투자로 캐파를 대폭 늘려 내년엔 더욱 박빙의 승부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의 전망도 비슷하다. 삼성의 추격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현재 하이닉스가 유일하게 엔비디아에 공급중인 HBM3의양산준비에 분주하다. 파트너는 앤비디아의 라이벌 AND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성능 검증을 위해 샘플을 공급한 5세대 HBM 'HBM3E'. 하이닉스는 지난 21일 HBM3E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사진=하이닉스제공>

 

AMD는 엔비디아의 최신 하이엔드 GPU 'H100'에 하이닉스의 HBM3를 탑재한 것에 대응, 이에 맞설 'MI300' GPU에 삼성 HBM3를 탑재할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의 강점은 하이닉스와 달리 GPU와 HBM의 턴키(일괄생산)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삼성은 내친김에 HBM3의 확장 버전인 HBM3P도 연내 샘플 공급을 목표로 막바지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가 5세대 HBM3E를 내년 2분기에 내놓을 것에 맞춰 HBM3E 개발에도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마치 하이닉스-엔비디아 연합과 삼성-AMD연합이 대결하는 구도다.


이처럼 하이닉스와 삼성의 HBM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신경전도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서로 공정 기술과 캐파의 비교우위를 강조하는가 하면, 시장조사업체의 데이터에 아랑곳없이 시장점유율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WSJ보도와 시장조사업체 자료를 종합할 때 지금까진 하이닉스가 기술력, 캐파, 매출 등 HBM의 거의 모든 면에서 삼성에 근소하게 앞서 있는게 사실"이라며 "다만 메모리업계 부동의 1위 삼성이 맹추격 중이란 점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 두 회사의 HBM승부가 어떻게 갈릴 지 예측불허"라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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