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 대폭 늘린다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01-03 16: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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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세액공제액 15%로 대폭 상향 조정안 마련...추가 투자공제 감안하면 최대 25%
▲추경호 부총리가 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배석한 가운데 반도체 등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은 국가 안보자산이자 산업의 핵심인데, 반도체 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반도체 특위의 세제 지원 제안(20%공제)이 묵살되고, 8%로 단 2%만 상향조정하는 관련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담은 발언이다.


K반도체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초격차 유지를 명분으로 추진돼온 세제혜택(세액공제확대)은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반도체 특위)가 20%,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0% 상향을 제시했으나,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윤 대통령의 이례적으로 강한 아쉬움 토로와 "세제 지원 추가 확대를 긴급히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은 지 단 4일만에 추경호 경제팀이 파격적인 세제 확대 지원안을 내놓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 8%에서 15%로 두 배 가까이 올리는 세제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초 반도체특위가 제안한 20%에 근접


기재부가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국가전략산업 세제 지원 추가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한 끝에 기존에 반도체 특위가 제안한 20%에 근접한 15%로 세제 혜택을 주기로 수정한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은 앞으로 시설 투비의 15%를 세금에서 감면 받게 된다. 여기에 추가 투자 증가분에 대한 별도 혜택까지 감안하면 실제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공제율은 최대 25%까지 급등한다.


수정안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의 당기(연간)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기업 기준 현재 8%에서 15%로 올라간다. 공제율을 현재의 2배 가까이 올려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세액 공제 조정으로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가 시설투자에 1조원을 투입한다면 당초 세금 감면액이 800억원에 그치지만, 정부안 기준으로는 15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감면받을 수 있다.


정부는 특히 이와 별도로 올해 투자 증가분, 즉 직전 3년 평균치 대비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전략기술 여부와 상관없이 10%의 추가 공제 혜택을 준다.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전략 분야에서 신규 사업에 뛰어드는 대기업은 당기분과 증가분을 합쳐 최고 2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도체·배터리·백신·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중소 벤처기업들의 세제 혜택은 더욱 크다. 중소기업의 경우 당기 공제율이 현재 16%에서 25%로 올라간다. 투자 증가분을 포함한 최고 세액공제율은 무려 35%에 달한다.

 

정부는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서도 현행 제도대로 세계 최고 수준인 30∼50%의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시설이든 R&D이든 전략기술 분야에서 투자를 하는 기업에는 그에 상응하는 과감한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R&D투자도 세계 최고 수준 세액공제 혜택


정부는 또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 12년 만에 재도입 하기로 했다. 과거 경제위축기에 활용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는 투자 업종이나 목적과 상관없이 기업 투자에 일정 수준의 추가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임시공제가 도입되면 일반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현재 1∼10%에서 3∼12%로 2%포인트(p)씩 일괄 상향 조정된다.


국가전략기술과 마찬가지로 별도 트랙으로 지원하는 신성장·원천기술의 경우 공제율을 3∼12%에서 6∼18%로 기업 규모에 따라 3∼6%포인트(p)씩 올린다. 올해 신성장·원천기술에 투자하는 대기업은 6%, 중견기업은 10%, 중소기업은 18%씩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수정 세제지원방안이 올해 1월 1일 투자분부터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개정안에 대한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키로 했다. 이달 중으로 개정안을 확정, 최대한 빨리 국회통과를 이뤄낸다는 목표다.


정부가 이처럼 파격적인 세제 지원 방안을 들고나온 것은 반도체의 중요성이 그만큼 큰데, 글로벌 수요위축으로 반도체산업이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292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 증가했다. 연간으로 보면 소폭 증가했지만 월별로 분리해서 보면 급락세가 두드러진다.


실제 작년 3월 37.9%에 달했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8월(-6.8%)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대비 무려 29.1%나 감소했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가격이 글로벌 수요 약세와 재고 누적의 영향으로 하락한 탓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9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생산은 -11.0%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제조업 재고는 전월보다 1.4% 늘었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 성장률을 4.6%로 내다봤다. 반도체 시장 규모는 6620억달러로 2019년 이후 최저치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D램·낸드 등 메모리반도체 성장률이 전망(0.6%) 더 낮다. 2021년 메모리반도체 성장률이 30.9%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혹한기에 진입한 셈이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선 국가기간산업이자 수출대표업종인 반도체업계에 대한 세제혜택을 통해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고 궁극적으로 국제경쟁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한 셈이다.

 

업계와 관련단체는 쌍수 들어 환영 분위기


업계는 즉각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는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제 복합 위기가 심화되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전략산업인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해준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도 "나라살림이 어려운 상황에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해 준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으로서 글로벌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도 환영 입장을 보였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우리 경제 상황에서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발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투자 부담이 높아 자칫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꺾일 수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업들의 투자 유인을 높여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환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올해 반도체 산업에 최악의 겨울이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개정안이 꺼져가는 민간 투자의 불씨를 이어가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입장문을 통해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에 기여할 수 있고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반도체와 함께 세제 혜택을 받게 된 디스플레이 사업자 단체인 한국디스플레이협회는 "디스플레이 산업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방침과 오늘 발표한 국가전략기술 설비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을 적극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전략기술분야에서 중국, 일본, 대만, 미국 등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 이같은 세제 지원은 큰 무기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여야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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