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확 낮춰 신속상장 유도...벤처업계 환영 일색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국가전략기술이 핵심 대상
| ▲ 첨단기술기업의 특례상장의 걸림돌이었던 주요 요건이 완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한국거래소의 상징인 황소상. <사진=연합뉴스제공> |
글로벌 복합위기 여파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벤처투자시장이 혹한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핵심기술을 보유 기업에 대한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기술특례상장이란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에 한해 영업실적과 수익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외부 검증기관의 심사를 거쳐 상장의 기회를 주는 제도로 2005년 도입됐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기업의 조기 상장을 통해 자본 조달을 길을 열어줌으로써 성장을 앞당긴다는 취지는 좋으나,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그간 제도 활성화가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는 반도체, 2차전지(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로봇 등 중요한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술기업의 특례상장의 주요 요건을 완화하는 등 특례상장제도를 대폭 개선, 이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실적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핵심 기술개발에 투자를 집중하는 첨단기술기업의 조기 IPO(기업공개)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특히 기술특례의 활성화가 투자회수(Exit)의 빨라지는 효과로 이어져 벤처캐피털의 벤처투자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벤처투자시장이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자본 조달에 애로사항이 많다고 보고, 벤처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기술기업 육성 차원에서 기술특례상장(이하 기특) 제도를 전면 개선키로 했다.
■ 평가요건 완화하고 중견기업 자회도 기특 대상 포함
금융위원회는 20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중소벤처기업부,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다음달까지 이런 내용을 담은 기술특례상장제도 운영 보완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우선 첨단 기술을 보유한 우량기업에 한해 기술평가 요건을 완화할 방침이다. 현재 기특을 위해선 공인된 기관을 통해 복수의 기술평가를 받아야 하기에 벤처기업들이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많았다.
일반 기업은 상장을 위해 재무적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하지만, 기특 대상기업은 복수의 전문평가기관 기술평가 또는 상장주선인(증권사)의 성장성 평가가 있는 경우 질적 요건을 중심으로 심사해왔다.
정부는 일단 국가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첨단 기술벤처를 중심으로 기술평가를 하나만 받아도 되게끔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첨단기술의 기준은 과기부, 중기부와 협의해 확정 지을 예정이다. 업계에선 국가전략육성 품목인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AI, 로봇 등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또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이후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아 심사 기간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양 기관의 정보 공유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중견기업 자회사도 기특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중견기업 이상이 모회사가 되면 특례상장이 제한돼왔지만, 중견기업군까지 이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측은 이와관련 "실패 위험이 높은 신기술은 벤처-중견기업 간 연계가 중요하지만, 그동안 중견기업 자회사의 특례상장이 제한돼 기술 상용화에 제약이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기특의 문턱을 크게 낮춤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이고 투자자 보호 대책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장 이후 기술기업의 실적 및 기술개발 현황 등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상장을 주선하는 상장 주선인에 대해서도 과거 실적 등에 대한 공시와 자격 요건을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기특의 진입장벽을 지나치게 낮추는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기술환경 변화를 반영해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라며 "일방적으로 문턱을 낮춰서 자격이 안 되는 기업까지 상장시키겠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 ▲벤처산업 주무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의 조주현 차관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벤처투자 서밋' 개막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국가전략기술이 핵심 대상...M&A 등 활성화 방안도 모색
정부가 이처럼 기특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선 것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첨단기술을 육성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을 키워야하는데, 기특을 통한 조기 상장을 매우 중요하게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정부는 기특 상장 요건 완화와 더블어 전반적인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도 병행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관계부처TF를 통해 기특 외에도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과 활성화, 인수합병(M&A) 활성화, 신기술금융회사 투자, 비상장 주식 거래 등 주요 현안의 보완 사항을 면밀히 검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거래소는 21일부터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찾아가는 기술특례상장 설명·상담 로드쇼'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이번 설명회에선 코스닥 상장 담당 임원과 부장이 핵심 산업별 거점지역을 직접 방문해 기특 기준과 중점 심사사항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 증권사 IPO 담당자가 IPO성공 사례를 공유하고 벤처캐피탈 투자심사역이 투자유치 전략을 소개하는 등 기술기업 상장 관련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한다.
거래소측은 업종별 사업자단체와 벤처캐피탈을 대상으로 벤처투자심리 위축 해소를 위한 의견을 먼저 수렴한 후 현장에서 참여기업을 대상으로 질의응답과 일대일 맞춤형 컨설팅을 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기특 규제완화 기특 설명회를 마련함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꽁꽁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배터리 기술기업 A사사장은 "IPO시장과 벤처투자시장은 불가분의 관계"라며 "기특 요건이 완화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벤처투자를 되살리는 효과로 작용할 것이란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경기둔화 현상이 장기화하고 기술기업의 상장이 줄어들면서 지난 1분기 벤처투자 액수는 9천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0.3% 감소했고, 벤처펀드 결성도 6천억원으로 78.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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