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 100달러 돌파 가능성...고개든 물가 맞물려 'S의 공포' 커져
KDI "경기회복 제약" 진단...환율·中경제 등 경제 불확실성 확대
|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출회복 흐름의 새로운 돌발 악재가 생겼다. 사진은 독일 유전 지대에 있는 원유 펌프잭의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국제 유가의 흐름이 예사롭지가 않다. 지난달말부터 꿈틀거리던 국제 유가가 9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7일 마침내 배럴당 90달러벽을 뚫었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추가 연장 여파가 주요인이다. 일각에선 공급사이드의 큰 변화 소식이 나오지 않는다면,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세계 각국이 소위 '오일 리스크'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당장에 긴축의 속도조절을 기대감을 키웠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4분기 안에 다시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원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더 걱정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반등한 가운데, 국제유가의 급등은 인플레를 다시 소환할 수 있다.
4분기 이후 '상저하고'의 경제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가의 급등은 우리 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게다가 글로벌 인플레가 더욱 고조된다면 수출 플러스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 국제유가, 작년 11월 이후 최고점...글로벌 인플레 자극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이 5일(현지시간) 세계 산유국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감산과는 별개로 진행중인 자발적 감산을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결정하자 국제유가가 강세를 이어갔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전거래일보다 1.13% 상승한 배럴당 87.54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는 9거래일 연속 오르며 오르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1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의 표준으로 인용되는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역시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일 대비 1.2% 오른 90.04달러에 마감했다.
|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으로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이 우리나라의 수출플러스의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사진은 수출물량의 상당부분을 커버하는 부산항. <사진=연합뉴스제공> |
국제유가는 전일에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WTI가 1.9%, 브렌트유는 1.6% 각각 상승했다. 특히 브렌트유는 90.40 달러를 기록하며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90달러대에 진입했다.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100만배럴, 2위인 러시아가 30만배럴 등 하루에 총 130만배럴의 별도 감산 조치를 연장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연말까지 6개월 동안 하루 생산량 900만배럴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이는 수 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러시아역시 지난달 하루 50만배럴 수출량을 줄인데 이어 9월부터 연말까지 하루 30만 배럴로 줄이기로 했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조치 여파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헤지펀드 블랙골드 인베스터스의 개리 로스 대표는 "유가는 연말에 배럴당 90~100달러 사이에서 거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해외 통신도 "국제 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국제유가가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브랜트유 100달러 돌파 가능성...글로벌증시 총체적 부진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의 움직임이 유가 강세 위험을 가져왔다고 지적하며 브렌트 오일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국제유가 급등으로 일선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윳값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휘발윳값이 리터당 1800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골드먄삭스는 다만, 이런 전망은 가능성이 가장 큰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도 작년과 같은 오일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유가가 단기간 급격히 치솟았다는 점과 일부 산유국의 증산 움직임, 최대 소비국 중국 경제의 악화 등 수요와 공급측면의 하방 압력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 몰라도 국제유가가 100달러 돌파에 실패하더라도 당분간 높은가격대에서 고공비행을 계속할 것이란 진단에는 대체로 시각을 같이한다.
증시에 먼저 이런 분위기가 반영됐다. 7일 세계 증시는 일제히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먼저 장을 마친 뉴욕증시는 6일(현지시간) 주요 지수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98.78포인트(0.57%) 하락한 3만4443.19에 마감했다. S&P500지수는 31.35포인트(0.7%) 하락한 4465.4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48.48포인트(1.06%) 내린 1만3872.47에 거래를 마쳤다.
아시아 증시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7일 오후 1시15분(중국 현지시간) 현재 중국 본토의 상하이 종합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71% 하락했다. 선전 성분지수는 1.24% 떨어진 채 거래중이다. 중화권 홍콩 항셍 지수(-1.11%), 호주 ASX 지수(-1.16%), 일본 닛케이 지수(-0.71%) 등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증시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됐다. 코스피 지수가 0.59% 떨어진 2548.26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200은 삼성전자가 소폭 상승한 탓에 다소 낙폭(-0.33%)이 작았다. 기술주 중심인 코스닥은 -1.26%로 내림폭이 가장 컸다.
◇ KDI, "중국위기 이어 유가 급등, 경제의 또다른 걸림돌"
유가 폭등으로 인한 증시의 약세는 일시적인 것이다. 문제는 유가 상승이 인플레 확대 등 경제 전반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란 사실이다.
무엇보다 유가의 강세는 다시 3%대로 치고올라온 물가의 상방 압력을 키울 수 밖에 없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가격 하락은 그간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둔화되는데 한 몫 톡톡히했었다.
| ▲국제유가 급등으로 수출회복 흐름의 새로운 돌발 악재가 생겼다. 사진은 지난 1일 부산항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어 비록 '불황형'이라고는 하나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무역수지에도 국제유가의 급반등은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국제유가 상승 등 최근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중국발 경제 위기에 유가 상승이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KDI는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고, 이것이 경기 부진이 완화하는 흐름을 일부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성장률이 갈수록 저하되고 전망치만 속속 하향조정되는 상황에 국제유가로 인한 물가의 반등이 예고되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즉 'S의 공포'가 현실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가 상승과 하반기 재고 감소 전망 등이 반영, 주요 기관의 유가 전망치가 계속 상향 조정되는 추세”라며 "연말까지는 국제유가의 강세가 우리 경제 회복 시점을 앞당기는데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높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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