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GDP의 무려 1.7배...버블논란 속 내년말 4조달러 돌파 전망
끊임없는 '혁신과 로열티 강한 전세계 애플 팬덤이 낳은 산물
| ▲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 애플이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파죽지세(破竹之勢)'란 말로도 표현이 부족하다. 올들어 거침없는 상승세를 계속 중인 애플의 시가총액이 마침내 3조달러를 넘어섰다. 한화로 약 4천조에 달하는 마치 괴물같은 존재가 됐다.
전세계를 통털어 독보적 시총 1위를 구가하는 애플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2.31% 오른 193.97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에 따라 애플의 시총은 3조509억달러로 늘어나며 꿈의 3조달러 시대를 열었다.
애플이 시총 3조달러 고지를 밟은 것은 2020년 2조달러를 돌파한 지 3년 만이다. 애플은 지난해 1월과 지난달 28일 장중 3조 달러선을 넘어선 적이 있지만, 종가 기준으로 시총 3조달러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총은 기업가치에 정비례하는 절대적인 몸값의 지표는 아니다. 증시 상황과 수급 등에 따라 주가는 기업가치를 크게 웃돌 수도 있고 밑돌 수도 있다. 모든 상장주식을 시가로 평가한 총액이다. 다만 시총은 특정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란 점에서 애플 시총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는 것은 의미가 결코 작지않다.
■ 월가의 부정적 전망 뒤집고 애플의 저력 과시
전인미답의 3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의 시총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 지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하면 더욱 실감이 난다.
애플의 시총은 MS(2조5321억달러), 아마존(1조 3375억달러), 엔비디아(1조449억 달러), 테슬라(8297억달러), 알파벳(8167억달러), 메타플랫폼(7355억달러) 등 저마다 세계를 호령하는 미국 굴지의 빅테크기업들을 압도한다.
대한민국 간판기업 삼성전자와 대만의 최대기업 TSMC도 애플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진다. 삼성의 3일 오후 시총은 436조4천억원에 조금 못미친다. 달러(1300원)로 환산하면 대략 3357억 달러다.
미국 대표기업 애플이 대한민국 간판기업 삼성 시총의 무려 8배가 넘는다는 얘기다. 대만 경제의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분야의 절대강자 TSMC(5234억달러)도 시총면에선 애플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특정 국가의 GDP(국내총생산)와 비교하면 더욱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애플의 시총은 한국 GDP(1조6652억 달러)의 1.8배 수준이다. 이날 3조달러 돌파로 GDP 세계 7위인 프랑스(2조7829억달러)마저 넘어섰다. 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6위인 영국(3조707억달러)을 추월하는 것도 시간 문제다.
| ▲애플의 로고. <사진=애플제공> |
197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좁고 허름한 창고에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 컴퓨터를 조립하면서 시작한 벤처기업이 47년 만에 세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큼 몸집이 성장한 셈이다.
애플의 시총 3조달러 돌파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 월가의 전망을 보란듯이 뒤집었다는 점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올초까지만해도 월가에선 애플 특유의 혁신이 시들해졌고, 이로인해 성장 스토리가 깨졌다며 목표주가를 낮췄다.
이같은 증시의 평가절하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애플 주가는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들어 애플 주가는 무려 55% 폭등했다. 1분기 실적에서 시장의 컨센서스를 상회했지만,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분기 대비 3% 가량 하락한 부진한 성적표를 감안하면 연구해볼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 '테크주' 열풍에 비전프로 효과 맞물려 주가 급등
애플 시총이 3조달러마저 뚫어버리자 미국의 애널리스트들은 부랴부랴 애플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는 등 야단법석이다.
그렇다면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 ICT시장 위축과 경쟁심화 등 비즈니스환경 악화 속에서 이렇다 할 실적반등이 없는 애플의 주가와 시총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우선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급의 개선을 꼽을 수도 있다.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주식 수급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주가는 제값을 받기 어려운 게 증시의 생리다. 이런 점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이 빚어낸 기술주 바람이 시장의 리더인 애플의 주가를 밀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챗GPT에서 발화된 AI열풍, 그리고 '테크주(株) 인기'가 애플 주가를 올들어서만 50% 이상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는 의미이다. 덕분에 나스닥 지수도 올해 32%가량 급등했다. 이는 1983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 ▲애플 현재 실적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아이폰14시리즈. <사진=애플제공> |
댄 모건 시노버스 트러스트 선임매니저는 “애플은 모든 투자 시나리오에서 투자자의 안식처(haven)로 꼽힌다”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도 사들이는 기업”이라고 했다. 거시 환경이 나빠질수록 충성 고객을 거느린 애플이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안전자산’으로 인식된다는 뜻이다.
애플을 비롯한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테크주들이 줄줄이 폭등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 엔비디아가 올들어 주가가 200% 가까이 치솟으며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것을 비롯해 테슬라, 메타, 아마존, 알파벳, MS 등이 일제히 30~50% 가량 급등했다.
ICT분야에서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대신 새로운 파이를 만드는 애플이 지난달 발표한 확장현실(XR) 헤드셋 '비전프로'도 애플 시총 급등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공간 컴퓨팅'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비전프로를 공개하자 월가의 반응이 확 달라졌다. 비전프로의 타협하지 않는 성능과 차별화된 생태계가 주목받으며 다시 애플 주식을 쓸어 담기 시작한 것이다.
■ 불거지는 버블론...2년내 4조달러 돌파 가능할까
천정부지로 치솟는 애플 주가에 대해 긍정론만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증시 일각에선 시총 3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이 본질 가치에 비해 현 주가가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다는 버블론이 일기 시작했다. "테크주 열풍이 너무 지나쳐 이젠 버블이 터지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투자주의보가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시총은 오지 않은 것에 대한 기대의 산물일 뿐”이라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애플의 야심작이란 비전프로에 대해서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을지는 몰라도 실제 매출엔 별로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 ▲애플의 지난달 5일 공개한 MR 헤드셋 '비전 프로'. <사진=애플제공> |
그러나 여전히 애플 주가에 대한 전망은 낙관론이 우세하다. 시총 3조달러를 돌파한 여세를 몰아 2년 내 4조달러까지 넘어설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개 낙관론자들은 애플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견고한 실적을 밑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 제품을 만들어내며 '여전히 성장중'이란 사실에 주목한다.
비전프로의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 등 변수가 있지만, 애플왕국이 촘촘하게 형성해 놓은 비즈니스 밸류체인을 감안할 때 공간 컴퓨팅의 시대에 비전프로가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은 원래 대세를 따르는 기업이 아니라 애플이 하면 곧 대세가 된다"며 비전프로에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친다.
애플의 시총이 2조달러를 돌파할 당시 단 2년만에 3조달러를 넘어설 것이라 내다본 전문가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애플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세계 투자자들 사이에 형성된 강력한 팬덤과 기술주 열풍이 결국 애플의 시총을 3조달러까지 밀어올렸다.
과연 애플 주가의 현재와 같은 초강세를 앞으로도 이어가며 마의 4조달러벽까지 뚫고 올라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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