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고수 '제로 코로나' 포기없이 경기 침체엔 '백약무효'
부동산 살리려 금리 인하하며 단기 금리는 못 건드리는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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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봉쇄 중인 중국 상하이 창닝구의 대형 마트인 까르푸 매장 앞에 지난 18일 공안이 배치돼 경비를 서고 있다. 방역복 차림의 공안들은 까르푸가 발급한 '초청장'이 없으면 매장 출입을 금지시키고 있다. <상하이=연합뉴스> |
중국 정부의 코로아19 방역을 위한 극단적인 봉쇄정책인 ‘제로 코로나’ 지속으로 중국내 각종 경제지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재정, 통화 등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애쓰고 있으나 어느 카드도 마땅하지 않아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특히 베이징 당국이 ‘제로 코로나’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경기순환에 따른 진작 효과를 거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미국 등 주요국 들이 최근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있어 자칫 돈을 푸는 이런 부양책들이 중국 내 외국계 자본의 이탈, 즉 ‘엑소도스’를 부추길 수 있어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중국정부의 이같은 다양한 고민은 20일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단행한 금리 결정에서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인민은행은 이날 사실상 중국 내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했다. 외자유출 등을 우려해 1년만기 LPR는 동결하고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만 인하했다.
인민은행은 이날 5월 5년 만기 LPR가 전달의 4.6%보다 0.15%포인트 낮은 4.45%로 집계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1년 만기 LPR는 3.7%로 전달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금융 시장에서는 중국이 1년 만기 LPR와 5년 만기 LPR를 모두 0.05∼0.10%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았는데 실제 인하는 장기물인 5년 만기 LPR에 국한됐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2월 이후 세 번째다. 작년 12월에는 1년 만기 LPR만 0.05% 인하됐다. 이어 지난 1월에는 1년 만기 LPR과 5년 만기 LPR를 각각 0.1%포인트, 0.05%포인트 내렸다.
중국은 2019년 8월 유명무실하던 LPR 제도를 개편해 매달 20일 고시하면서 전 금융기관이 이를 대출 업무 기준으로 삼도록 요구했다. 중국에서는 별도의 공식 기준금리가 있지만 LPR가 사실상의 대출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
명목상으로 LPR는 시중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상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한 수치에 불과하지만, 인민은행은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조절 등 각종 통화정책 도구와 정책 지도 기능을 활용해 LPR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시중은행은 사실상 중앙은행이 LPR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번 금리인하는 코로나19 봉쇄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부동산 시장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중국의 부동산 산업은 연관 산업까지 포함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당국은 작년 말부터 부동산 규제 강도를 서서히 늦추기 시작했고, 올해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충격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주택 구매 자격 제한 완화, 금리 인하 유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향 등 대책을 내놓으며 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1∼4월 중국의 부동산 판매금액은 작년 동기보다 29.5% 감소했고, 주택 가격도 계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얼어붙은 시장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해 더욱 중요한 1년 만기 LPR 금리를 내리지 못한 것은 인민은행이 취할 수 있는 통화완화 카드가 더 이상 마땅치 않다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3월 3년여 만에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 돌입했지만 중국은 코로나 충격에 4월 지급준비율도 0.25% 포인트 인하, 100조원 규모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마이웨이’도 더 이상 유지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당장 미·중 국고채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났고 이는 외자 유출과 급속한 위안화 가치 하락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4월 이후에만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6% 이상 급락하면서 금융시장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채권이나 주식 등 위안화 표시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외국 기관이 중국의 은행 간 시장에서 보유한 위안화 채권은 3조7700억 위안 규모로 전달보다 1085억 위안(약 37조원) 감소했다.
이같은 상황은 통화, 재정 등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의 수단이 작동하기 어려운 이른바 ‘정책의 함정’에 빠진 데 있다. 특히 그 본질은 중국당국이 시행한 막무가내식 ‘제로 코로나’ 정책에 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제 일부 해제하고 있다지만 경제 수도인 상하이가 거의 두 달째 봉쇄되면서 코로나19가 중국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회복불능 상태까지 치달은 거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당국은 올해 5.5%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한사태 발생으로 코로나19 초반기였던 2020년 2.3%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중국 경제 성장의 이같은 비관적 관측을 잠재울 수 있는 수단이 중국 당국으로서는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현재 글로벌 유동성 흐름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미 연준은 앞으로도 최소한 두 차례 이상의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감당키 어려운 금융 시장환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내에 풀린 돈도 부담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중국 정부의 올해 경기부양책 규모가 5조3000억달러(약 6718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5조3000억달러는 17조달러(약 2경1600조원)에 달하는 중국 작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3분의1 수준이지만 2020년 경기부양책 규모보다는 적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현재의 '공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지방정부가 특별채 발행으로 확보한 예산 지출분, 세금·수수료 인하분, 당국의 정책 대출, 중소기업 대상 저금리 대출,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등이 5조3000억달러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대규모의 부양책에도 중국 경제는 좀처럼 침체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4월 주요 지표에서도 극도의 경기 침체가 확인됐다. 소매 판매와 산업생산 증가율은 각각 -11.1%, -2.9%를 기록, 2020년 우한 사태 초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도시 실업률도 전달의 5.8%에서 6.1%로 상승, 중국 정부가 정한 올해 관리 목표 상단(5.5%)을 크게 웃돌았다.
수출 증가율도 전월인 3월(14.7%)보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3.9%를 기록해 2020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또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7.7로 2020년 2월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같은 경기지표들은 제로코로나 정책이 본격화한 이후의 결과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오는 매월 지표들은 당분간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결국 중국 정부가 최악의 경기 침체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외자유출-위안화급락 등을 감수하더라도 추가적인 ‘부양책 화살’을 동원하든지 아니면 시진핑 주석이 고수해온 ‘제로 코로나’정책을 전격 포기해야 하는 선택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어느 정책을 선택하든 현재의 베이징 당국이 치러야 할 정치·경제적 비용이나 후폭풍은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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