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삼성 겨냥 2나노공정 앞당길 것...시장점유율 60% 돌파
인텔, 英 ARM과 전략적제휴 추진...파운드리 다크호스 부상
| ▲ 지난해 7월 3나노 양산을 시작한 삼성 파운드리사업부 관계자들이 화성캠퍼스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제공> |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글로벌 패권 경쟁이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대만 TSMC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을 장악한 가운데, K반도체의 간판 삼성전자와 미국의 자존심 인텔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독무대다. 대만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파워를 지닌 TSMC의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60%를 넘나든다.
치열한 경쟁구도라고 말하기 어렵다. 현재 2위 삼성과 TSMC의 격차는 40%포인트 이상 벌어져있다. 인텔은 아직 존재감조차 미미하다. 컴퓨터용 CPU를 바탕으로 '반도체공룡'으로 불리던 인텔이지만, 파운드리 시장에선 제대로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의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막강 자본력과 맨파워, 기술력을 두루 겸비한 삼성과 인텔은 세계1위 TSMC를 넘어 파운드리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삼성과 인텔, 두 반도체 강자가 추격의 고삐를 당기자 TSMC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과감한 설비 투자와 함께 최첨단 공정 도입을 앞당기며 추격의 틈을 내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다.
■ 삼성, IP 확대 통해 파운드리 생태계 확충 박차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 시장 정상 탈환을 노리는 삼성은 작년을 기점으로 3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 기술면에서 TSMC를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은 3나노 공정 양산이 1년 가까이 되면서 수율면에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TSMC를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은 이 여세를 몰아 초미세 공정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최근 글로벌 팹리스(반도체설계기업)를 대상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주력 생산 라인업을 7나노 이하 선단공정 위주로 재편하면서 시장점유율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최첨단 공정에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은 특히 반도체 설계에 필수적인 설계자산(IP)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최첨단 IP포트폴리오를 늘리며 파운드리 생태계 확충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 TSMC에 대한 추격의 고삐를 죈다는 계획이다.
14일 삼성전자 반도체 뉴스룸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삼성파운드리포럼'에서 시놉시스, 케이던스, 알파웨이브 등 IP파트너와의 협력 내용과 최첨단 IP 로드맵 전략을 공개하며 글로벌 파운드리 신규 고객사 확보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번 협업에 따라 국내외 팹리스 고객사들이 자신들의 반도체 제품을 생산할 삼성 파운드리 공정에 최적화된 IP를 제품 개발 단계에 따라 적기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을 파운드리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게 삼성의 전략이다.
삼성은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AI), 그래픽처리장치(GPU), 고성능 컴퓨팅(HPC), 오토모티브(Automotive),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의 고객들에게 필요한 핵심 IP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새로운 팹리스 고객을 유치하고 모든 고객에 대한 개발 지원 역량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 ▲ 작년 10월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삼성파운드리포럼2022'에서 파운드리사업부장 최시영 사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3나노서 삼성에 밀린 TSMC, "2나노 양산 앞당긴다"
반도체 제품은 수많은 IP의 집합체로, 제품 설계에 필요한 IP를 팹리스가 모두 개발할 수 없기 때문에 통상 IP 회사가 특정 IP를 개발해 팹리스, 종합 반도체 회사(IDM), 파운드리 업체에 제공하고, IP 사용에 따른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다.
삼성은 작년 10월 기준 56개 글로벌 IP파트너사와 함께 4천 개 이상의 IP를 제공하고 있다.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 출범 이후 3배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경계현 삼성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지난달 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강연에서 IP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5년 내 TSMC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은 최근 미국 AI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암바렐라와의 협력을 발표하며 모바일부터 AI, HPC, 전장 등으로 고객을 확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일엔 현대동 차량에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오토 V920'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삼성과 현대차가 인포테인먼트 칩셋 관련 협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의 최첨단 3나노 공정 양산과 글로벌 첨단 IP를 무기로한 팹리스 마케팅에 대응, TSMC도 최근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TSMC는 삼성과의 '나노 경쟁'에 밀린 것을 단숨에 만회하기 위해 2나노 파운드리 공정 양산을 대폭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작년 3나노 양산에 이어 오는 2025년 2나노 공정 양산 계획을 발표하자, 2나노만큼은 삼성보다 앞서 양산함으로써 최첨단 공정 위주로 맹추격 중인 삼성을 집중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2나노 시제품 생산 준비에 들어갔다. TSMC는 원래 내년에 2나노 시험생산을 거쳐 2025년 상용화할 계획이었다. 이는 TSMC가 2나노 만큼은 삼성에게 선두자리를 뺏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 ▲ 인텔이 영국 ARM과 제휴를 통해 파운드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움직임이다. 사진은 인텔의 로고. <사진=연합뉴스제공> |
■ ARM 파트너십 통해 '구겨진 자존심' 회복 노리는 인텔
TSMC보다 6개월 가량 앞서 3나노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오는 2025년 2나노 생산을 계기로 첨단공정분야에서만큼은 TSMC를 따돌리고 파운드리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워 두었던 삼성으로선 압박감이 더 커지게 됐다.
TSMC가 최선단 공정 도입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이유는 삼성이나 인텔과 달리 파운드리 하나에 집중하고 있는 사업구조와 굴지의 팹리스업체들을 중심으로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최첨단 파운드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인텔이 지난 4월 ARM과 함께 18A(옹스트롬·1A는 0.1나노미터)공정, 즉 1.8나노급 차세대 모바일용 반도체를 개발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인텔 측은 당시 1.8나노 조기양산을 통해 향후 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데이터센터, 항공우주산업 등으로 파운드리사업을 계속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텔은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대대적인 파운드리 케파 확대와 함께 선발기업인 TSMC와 삼성 수준의 첨단 선단 공정을 따라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영국의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업체 ARM(암)과 밀접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ARM은 엔비디아,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를 노리고 있는 세계적인 기술기업으로 특히 모바일 분야 반도체 IP에 관한한 세계 최강이다.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이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인텔로선 ARM과의 전략적 제휴에 성공한다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이나 진배없다.
| ▲ 삼성이 파운드리 부문에서 선두 TSMC를 따라잡기 위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진=삼성전자제공> |
■ TSMC 독주체제 아직 견고...시총 5천억달러 돌파 기염
인텔은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 이후 인텔7(10나노), 인텔4(7나노), 인텔3(5나노) 등 미세 공정 로드맵을 선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 3나노를 건너뛰고 곧바로 2나노 이하의 최첨단 공정으로 직행하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 인텔이 만약 ARM과 손잡는다면, TSMC와 삼성이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 구도에도 적잖이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삼성과 인텔이 최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선두 TSMC를 따라잡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TSMC의 아성은 견고하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무려 60.1%에 달한다. 2위 삼성(12.4%)을 47.7%포인트 차이로 벌리며 독주체제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TSMC는 기업가치 평가의 한 지표인 주식 시가총액면에서도 독보적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TSMC는 전거래일보다 3% 이상 급등하며 시총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들어서만 TSMC 주가는 32% 정도 급등했다.
TSMC는 이로써 시총 기준으로 삼성을 제치고 아시아 최대기업이 됐으며, 세계적으로도 시총 ‘톱10’ 기업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에 반해 삼성의 주가는 14일 종가 기준 429조원으로 TSMC와 200조원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인텔도 1414억달러에 불과하다.
TSMC의 독주 체제냐, TSMC와 삼성의 진정한 양강체제로 전환하느냐. 아니면 인텔까지 본격 경쟁 대열에 합류한 파운드리 3강체제냐. 반도체 시장이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침체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 대만, 미국의 간판 반도체 기업간에 벌어지고 있는 파운드리 전쟁의 향후 판도는 어떻게 변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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