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에 '앙숙' LG OLED패널 채택...'해묵은 갈등' 청산하나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5-17 16: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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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OLED패널 LG제품 구매...올해 200만장 시작 점차 확대
영원한 라이벌간 협업 주목...양사 사업구조상 롱런 어려울듯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패널을 삼성에 공급한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의 오랜 갈등이 완전히 풀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삼성과 LG는 가전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영원한 라이벌이다. 80년대 삼성이 가전사업에 뛰어든 이후 수 십년간 전자, 정보통신 분야에서 물고물리는 치열한 경쟁을 계속해왔다.


특히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만나기만하면 싸우는 그야말로 '앙숙'이었다. LCD(액정디스플레이) 시장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는 박빙의 시장점유율로 세계 1, 2위를 다투며 갈등이 극에 달했다.


한치의 물러섬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핵심 전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분야다. LG가 자랑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삼성이 기술우위를 내세우는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를 놓고 아옹다옹하고 있다.


삼성과 LG의 양보없는 경쟁은 대한민국이 디스플레이는 물론 TV시장에서 일본의 자존심 소니를 제치고 세계를 제패하는 데 촉매재 역할을 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갈등의 골은 깊고 쉽게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

■ 삼성 눈높이에 맞는업체는 LG디스플레이가 유일?

양사의 해묵은 갈등은 지난해부터 OLED TV가 프리미엄TV시장의 대세로 급부상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LCD에서 손을 떼고 QLED와 모바일용 소형 OLED만 집중, TV용 OLED패널 생산기반이 취약한 삼성으로선 다급해졌다. 물론 삼성은 Neo QLED로 세계 프리미엄 TV시장을 석권했지만, 최근 OLED TV의 추격이 심상치않다.


설상가상 삼성과 LG의 위세에 눌려 글로벌 TV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소니가 OLED TV로 재도약, LG전자에 이어 세계 2위자리마저 꿰찬 상황이 삼성에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글로벌 TV시장 부동의 1위인 삼성이 대세로 떠오른 OLED TV시장에선 존재감이 없는 탓이다.


삼성은 결국 결단을 내렸다. OLED TV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삼성은 표면적으로는 프리미엄 TV제품군에 OLED를 추가해 TV 라인업을 보강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사실 떠오르는 OLED TV시장을 삼성으로서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된 때문이다.

 

이후 TV업계에선 OLED TV 시장 재도전 방침을 천명한 삼성이 과연 핵심 부품인 OLED패널을 어떤 제품을 선택할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삼성은 OLED 관련 기술과 노하우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철저하게 모바일이나 IT용 중소형 패널에 역량을 집중, OLED TV생산을 위해선 부득이하게 외부에서 패널을 조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이 TV용 대형 OLED 생산 자체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생산할 수 있는 케파 자체가 매우 취약한데다 별도 라인을 증설하거나 기존 라인을 용도변경하기엔 시간적 비용적 부담이 너무 크다.


결국 삼성의 선택은 평생의 라이벌 LG였다. 이는 어느정도 예상됐던 대목이다. 삼성이 OLED TV시장 진출 발표가 나오자마자 패널은 어쩔 수 없이 LG제품을 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은 TV용 대면적 OLED패널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한국, 중국, 일본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품질력, 생산량, 공급능력(케파) 등에서 삼성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무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4일 인도 방갈로르의 삼성오페라하우스에서 2023년 Neo QLED 제품 공개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제공>

 

■ 향후 300만~500만대 수준까지 LG패널 구매 확대

실제 LG디스플레이는 현재 TV용 대형 OLED패널을 연간 1000만대 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600~700만장을 생산해 계열사인 LG전자에 주로 납품하고 있다. 즉, 300~400만장의 공급여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LG는 또 파주공장의 LCD사업을 철수하면서 잠재적으로 막강한 공급능력을 보유중이다.


삼성이 마침내 오랜 '앙숙' LG의 OLED페널을 쓴다는 소식이다. Q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가 LG의 OLED에 비해 화질이 뛰어나고 품질의 비교우위를 내세우던 삼성이 LG산 OLED를 집중 구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LG가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LG디스플레이가 이르면 이번 분기부터 삼성전자에 OLED TV패널 공급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이 당초 3분기경 OLED TV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힌점을 고려하면, 이번 분기에 LG가 삼성에 패널을 공급하는 것은 부품구매일정상 맞아떨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LG는 공급 첫해인 올해 30만대 수준의 OLED패널을 삼성에 공급하고, 내년에 200만대를 시작으로 향후 몇년간 300만~500만대 수준까지 출하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이 LG로부터 공급 받는 OLED패널은 우선 1차적으로 77인치와 83인치 화이트OLED(WOLED)패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삼성이 OLED TV시장에 진입을 위한 1차 론칭제품이 77인치와 83인치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의미이다.


삼성의 LG산 OLED패널 구매가 현실화하면서 업계의 관심은 삼성과 LG가 해묵은 갈등을 청산하고 본격적인 협업체제를 구축할 것이냐에 쏠려있다.


일단 전망은 화해무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갈등 해소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당분간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도 그럴 것이 패널은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TV부품의 거의 전부 다라할 수 있다. 세트 업체의 긴밀한 협력과 기술교류를 동반해야 한다. 경우애 따라 중요한 기밀정보까지 서로 공유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LG전자의 시그니처 올레드 M(LG SIGNATURE OLED M, 97M3)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IT 전시회 CES 2023의 공식 어워드에서 최고 제품으로 선정됐다. <사진=LG전자제공>

 

■ 프리미엄TV시장 숙명의 라이벌...결국 각자도생할듯

그러나 양사의 밀월관계가 생각보다 짧게 끝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무엇보다 삼성과 LG는 TV는 물론 디스플레이 시장의 둘도 없는 경쟁자이다. 결국엔 또 '사각의 링' 위에서 만나는 복서들 처럼 맞붙어 싸워야할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LG가 스마트폰처럼 TV사업을 포기하거나, 삼성이 디스플레이사업을 접지 않는 한, 두 회사는 숙명의 라이벌 관계를 쉽사리 벗어나긴 어렵다.


더구나 삼성이 LG OLED패널로 아킬레스건과 같은 OLED TV시장에서 시장을 잠식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높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는 곧 이 시장 독보적 1위인 LG전자의 OLED TV 점유율을 갉아 먹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삼성이 OLED 패널과 관련된 주요 핵심 기술을 다 가지고 있는 것도 두 회사의 밀월관계가 오래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중 하나다. 중소형 OLED패널 분야에서 독보적 세계 1위인 삼성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TV용 대형 OLED패널을 생산할 기술과 자본력을 갖고 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OLED패널 공급을 계기로 LG와 삼성 간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져 과거와 같은 지리한 법적다툼을 포함한 진흙땅 싸움이 다시 벌어질 개연성은 약해졌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의 LG패널 구매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비즈니스 세계의 냉정한 생리를 다시한번 각인시켜주는 일"이라며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두 회사가 결국엔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며 끝없는 경쟁을 이어가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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