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부당합벽‧회계부정 2심 공판…사법리스크 점화
전삼노, 대표 교섭권 확보 후 쟁의 활동 이어갈 것으로 보여
![]() |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AI 반도체 리더십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가 노조리스크에 이어 이재용 회장 사법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내우외환에 휩싸였다.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는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피해를 봤다며 이 회장 등을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에 더해 이 회장은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오는 30일 2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또한 대표 교섭권 등의 문제로 한동안 파업을 중단해 온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가 내달부터 노조 활동 재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신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 삼성전자가 이 같은 대내외 악재에서 빠르게 탈출할 해법을 어떻게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이 회장과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5억원대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소장에 적시된 소송가액은 5억100만원이지만 실제 피해 금액이 구체적으로 산정되면 청구 규모가 수천억 원대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국민연금의 손해를 약 1138억~1658억원,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은 1388억원으로 추산했다. 참여연대는 5200억~6750억원으로 가장 높게 추산했다.
앞서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해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던 자산운용사 엘리엇과 메이슨에 각각 약 1300억원, 80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PCA가 엘리엇과 메이슨에 산정한 손해액을 1주당 손해금액으로 계산해 이를 국민연금 피해 규모에 적용하면 약 2300억원 가량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해 배상 청구 대상은 이 회장과 삼성물산 법인을 비롯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 총 8명이다.
◆ 최대 '아킬레스건' 사법리스크…청구권 소멸시효 1년가량 남기고 불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논란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에 발생했다. 양사는 지난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이후 7월 열린 임시 주총에서 합병안이 가결되고 9월 공식 합병을 진행했다.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하고 있던 이 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
합병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합병안을 논의하던 임시 주총 당시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의 찬성 없이 합병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특별결의로 진행되는 합병안은 주종 참석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어야 통과되는데, 합병 결의안 찬성률이 69.53%였기 때문이다.
다만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이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국민연금이 9년 만에 합병 논란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물산은 곤란한 상황이 됐다. 손해 배상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다시 화두에 올랐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 회장은 이달 30일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 2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이 회장 등 피고인들은 2020년 9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당시 검찰은 삼성그룹이 미전실 주도하에 제일모직 주가는 올리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 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를 진행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삼성물산의 주요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게 검찰 측 판단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혹은 공모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올 2월 1심 재판부는 이 회장을 비롯한 모든 피고인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나 지배력 강화가 유일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비율이 불공정해 주주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재판부의 이같은 판결에 항소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열린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에서 삼성의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을 인정한 앞선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1심이 배치되는 판단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 |
| ▲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엎친 데 덮친 격… 활동 재개 조짐 보이는 ‘전삼노’
현재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제외하더라도 노조리스크를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파업에 돌입했던 전삼노가 대표 교섭권을 다시 거머쥘 것으로 관측되면서, 지난 8월 이후 잠시 소강상태였던 쟁의 행위가 곧 재개될 수 있는 상태다.
전삼노는 노사 간 교섭이 지속적인 난항을 겪자 지난 5월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이후 총파업 등 쟁의 활동을 이어오며 사측을 압박했다.
이후 전삼노는 지난 8월 진행된 사측과의 단체 협약 체결에 실패하면서 대표 교섭권과 파업권을 상실했다. 이에 전삼노는 최근까지 대표 교섭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절차를 최우선적으로 진행해 왔다.
현재는 삼성전자 내 5개 노조 모두 교섭 요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내에는 전삼노와 사무직노동조합(1노조), 구미네트워크(2노조), 동행노동조합(3노조),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옛 DX노조, 5노조) 등의 노조가 존재한다.
이 중 전삼노는 교섭 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노조 전체 조합원 수의 과반을 넘기는 인원이 가입돼 있다. 삼성전자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문에 따르면 이번 교섭을 요구한 조합원은 총 4만3625명이며, 이 중 전삼노 조합원만 3만6616명에 달한다.
또 전삼노는 최근 우호적 관계를 지속해온 1노조와 단일화를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 타 노조들에도 대표 교섭은 전삼노에서 지속하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있다.
전삼노는 이날 사측에 과반수 노조 통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타 노조에서 이의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전삼노는 곧 교섭 대표 노조로 확정된다.
전삼노의 교섭 대표 노조 확정이 무탈하게 이뤄진다면 파업권을 다시 손에 쥔 전삼노가 다시 파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에서도 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간 세계 1위를 놓친 적 없었던 삼성전자는 최근 AI 시장이 커지면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경쟁사에게 1위 자리를 뺏겼다.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HBM 등 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애써야 할 상황에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와 노조리스크까지 겹쳐 정상적인 경영이 힘든 것 아니냐는 우려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1등 기업을 향한 비판과 감시가 지금처럼 유지되더라도 문제가 커지겠지만, 각종 리스크에 따라 상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경우 대한민국 경제에 끼칠 영향력이 심각하다는 게 중론인 까닭에 삼성전자가 어떤 반격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