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써도 걱정, 바꿔도 걱정'..식품업계 '아스파탐 딜레마'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4 15:51:49
  • -
  • +
  • 인쇄
WHO,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분류 확정...인공감미료 최초
식약처 1일 허용량 '유지'...업계 '안도감' 속 대체 마련 부심
인공 감미료 첨가품 전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
▲아스파탐의 발암가능물질 지정으로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제로콜라의 판매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설탕의 200배 단맛을 내면서도 당을 포함하지 않아 저칼로리 식품과 음료 등에 설탕 대체재로 널리 쓰이는 아스파탐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가능물질'로 분류,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아스파탐의 섭취 수준만 놓고 보면 WHO의 발암가능물질 지정에도 불구, 안전성에는 별 문제가 없다. 아스파탐의 허용 기준도 종전대로 유지된다.


문제는 아스파탐이 인공 감미료 중 최초로 '발암가능' 물질로 지정됐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관련 식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식품업계는 이에 따라 즉각 아스파탐 대체 감미료 소싱에 착수했지만, 자칫 아스파탐을 활용한 '제로 콜라' 등 저칼로리 식품군 전체의 총체적 판매 부진으로 이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단맛을 내고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 아스파탐을 일부 사용해온 막걸리 업계는 본격적인 성수기에 난데없는 아스파탐 발암물질 논란으로 판매 확대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 IARC, 아스파탐 '2B군' 분류...1일 허용치는 종전대로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14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물질인 2B군으로 분류했다고 밝혔다. 설탕 대체 재료로 쓰이는 감미료 중에서 2B군으로 분류된 것은 아스파탐이 첫번째 사례다.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carcinogen)은 인체에 유전적 손상을 유발해 암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모든 물질 또는 행위, 현상 등을 총칭하는 용어다. IARC는 발암물질 연구 기관으로 가장 유명하다.


IARC의 발암물질 분류는 암유발 가능성 정도에 따라 1군, 2A군, 2B군 등 3개로 나뉘며 2B군은 발암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의심되는 물질이다. 절임채소류, 휴대폰 전자파, 고사리, 납 등 300여개 지정돼있다.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로 분류했으나 1일 섭취허용량(ADI)는 변화가 없다. 식량농업기구(FAO)와 WHO가 합동으로 설립한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젝파)가 이날 현재 섭취 수준에서 아스파탐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젝파의 평가 결과와 한국인의 아스파탐 섭취량 등을 고려, 1일 아스파탐 섭취 허용량을 현행대로 '체중 1㎏당 1일 40㎎'의 허용 기준이 유지하기로 했다. 이 기준을 맞춘다면 평생동안 아스파탐을 섭취해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식약처는 이 기준대로라면 성인(60kg)이 하루 막걸리(750㎖·아스파탐 72.7㎖ 함유 기준) 33병을 마셔야 ADI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에 따르면 2019년 조사에서 한국인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젝파에서 정한 1일 섭취허용량 대비 0.12%로 낮은 수준이다. 최근 들어 제로콜라 등 아스파탐 함유 식음료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섭취량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식약처는 IARC의 발암유발 가능성 제기에 따른 소비자 우려와 무설탕 음료의 인기 등을 고려해 감미료 전반에 대한 섭취량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필요시 기준·규격 재평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인(60kg)이 하루 막걸리(750㎖·아스파탐 72.7㎖ 함유 기준) 33병을 마셔야 아스파탐의 1일 섭취허용량(ADI)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지=식약처>

 

■ 식품업계 아스파탐 부정여론 의식, 대체재 사용 고민

아스파탐이 위해성 여부와 관계 없이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에 분류됨에 따라 식품업계는 시장 동향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스파탐의 사용기준이 유지돼 그대로 써도 되지만, 발암가능물질 지정을 계기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될 것으로 두려워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아스파탐을 써도 걱정이고 다른원료로 바꿔도 걱정인 딜레미의 상황이다.


업계는 이번 2B군 분류만으로도 소비자들 사이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 아스파탐을 그대로 사용할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향후 아스파탐 첨가 식품의 판매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일단 아스파탐 대체 물질을 찾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대체재를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로부터 현재 식품첨가물로 허용된 인공 감미료가 아스파탐을 비롯해 자일리톨, 수크랄로스, 사카린나트륨 등 22종에 달하기 때문이다.


아스파탐의 대체재로는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등이 주로 검토되고 있다. 이들 감미료는 원가 측면에서도 아스파탐과 큰 차이가 없으며 단맛은 아스파탐과 같거나 높다.


설탕보다 600배 단 수크랄로스의 경우 ㎏당 4만9천원, 설탕의 300배 단맛을 내는 스테비아는 ㎏에 4만6천원으로 아스파탐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세설팜칼륨의 경우는 단맛은 아스파탐과 비슷한데, 가격은 kg당 2만1천원으로 오히려 더 저렴하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 유통업체들도 아스파탐 대체 원료 물색에 나섰다. 대형마트 3사는 특히 자체 브랜드인 PB상품에 첨가되는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 위해 제조사와 협의에 들어갔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제로 콜라와 스파클링 에이드 5종, 스낵류 6종에 함유된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 위해 협의중이다. 원료 대체에는 약 2개월가량 소요될 예정인만큼 남은 재고는 그대로 판매하되, 추가 아스파탐 첨가제품은 생산을 않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팝콘 등 10개 제품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는데, 추가 출시 상품에는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홈플러스도 자체 브랜드 스낵 10여개에 아스파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하고, 다른 원료로 대체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 인공감미료 첨가품 소비 트렌드 변화 가능성 주목

제과업계도 일부 과자와 음료에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어 새로운 감미료 검토에 들어갔다. 오리온은 나쵸, 감자톡 등 10여 종에, 크라운제과는 콘칩, 초당 옥수수에 아스파탐을 극소량 쓰고 있는데, 이미 대체 원료를 선정해 시험 적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는 펩시제로 3종(라임·망고·블랙)에 아스파탐을 첨가하고 있는데, 아스파틈을 새로운 감미료로 변경할 경우 글로벌 팹시와 협의가 불가피,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 아스파탐 '발암 가능 물질' 지정돼 막걸리업체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사진은 주류 판매코너에 진열돼 있는 각종 막걸리<사진=양지욱 기자>

 

이처럼 식품업계는 아스파탐 논란이 불거지자마자 대체 감미료를 선정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 제조 자체에 미치는 영향을 별로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아스파탐이 발암가능물질로 지정됨에 따라 소비자들의 반감을 유발시켜 아스파탐 함유 제품 전체의 수요위축으로 이어질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발암물질 논란이 아스파탐을 넘어 자칫 인공감미료 전체를 기피하는 현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인공 감미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한 상황에 발암가능물질 분류가 이러한 인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막걸리업체들은 일단 식약처가 아스파탐 허용치를 유지한 것에 안도하면서도 향후 시장에 미칠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미료 사용 비중이 약 0.01%로 미미하고 수급·가격 문제도 크지 않지만 감미료 변경에 따른 막걸리 맛의 변화로 인해 판매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이다.


게다가 시기적으로 여름철은 막걸리 시장의 최대 성수기여서 자칫 아스파탐 발암물질 논란이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발암가능물질 지정만으로 전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농식품부는 이에 따라 식약처와 협조, 식품업계의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음료, 과자 등에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일부 식품업계는 대부분 수크랄로스, 스테비아 등 타 감미료 대체를 검토 중이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식약처 아스파탐 허용기준을 종전대로 유지, 사용 자체에 아무런 문제는 없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제로칼로리 제품 등 인공 감미료 첨가 제품의 소비 트렌드 변화 가능성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