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정식 시행...개장시간 새벽2시까지 연장도
| ▲한국의 외환시장이 내년부터 전면 개방된다, 지난 2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IMF외환위기의 트라우마로 굳게 막혀있던 대한민국의 외환시장의 빗장이 풀린다. 1948년 정부 수립이후 폐쇄적으로 유지돼온 외환시장의 무려 70년만에 완전 개방되는 것이다.
달러, 유로, 엔 등과 같이 원화도 역외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국적·법적 지위와 관련 없이 금융기관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부는 해외에 소재한 외국 금융기관들도 국내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외환시장의 걸쳐있는 빗장을 모두 풀고, 개장 시간도 런던 금융시장의 마감 시간인 한국 시간 새벽 2시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마련,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헷지펀드 등 투기목적 금융기관은 불허
정부는 올해안으로 외환시장 개방을 위한 관련 법 개정 등 모든 준비를 마친후 6개월 정도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정식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간 무역과 자본 시장 규모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왔으나 외환시장만큼은 큰 변화 없이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해왔다. 더욱이 1998년 IMF외환위기 트라우마로 외환시장의 개방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나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외환시장 구조가 자본시장과 금융산업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뿐 아니라 시장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가 완전개방으로 정책의 방향을 튼 것이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7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 세미나에서 환은 나라 안과 밖의 자본이 왕래하는 길에 비유하며 "나라 밖과 연결되는 수십 년 된 낡은 2차선의 비포장도로를 4차선의 매끄러운 포장도로로 확장하고 정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금과 같은 낡은 도로로는 비약적으로 확대된 원화의 이동 수요를 감당할 수도 없을 뿐더러 좁은 도로 때문에 안정성이 오히려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불편한 도로 여건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접근성이 제약받고 이로 인해 국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되고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현재 원화는 역외 외환시장에서 거래가 불가능하다. 정부 인가를 받은 국내 금융기관만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외국 금융기관은 국내에 지점이 있어야 하거나 국내 기관의 고객으로만 원화 거래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방안에 확정, 시행되면 부는 외국 금융기관이 우리 은행 간 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된다.
그렇다고 외국의 모든 기관에 다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일정 요건을 갖춰 정부 인가를 받은 기관이어야 하며, 현재 국내 기관에 적용하는 것과 같은 유형인 글로벌 은행·증권사 등으로 대상을 제한할 방침이다. 헤지펀드 등 단순 투기목적의 금융기관은 불허하기로 했다.
인가 받은 'RFI'들 FX스와프 거래까지 가능
정부는 인가를 거친 해외 소재 외국 금융기관을 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라고 칭하고 이들 RFI는 우리 은행 간 시장에서 현물환 뿐만 아니라 만기 1년 이하 단기 외화자금거래인 FX스와프 거래를 허용하기로 했다.
FX스와프는 주로 국내 투자 외국인이 환위험을 회피(환헤지)하고자 활용하는데, 시장 참여자로서 정상적 영업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 시장도 개방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통화스와프(CRS) 등 기타 파생상품 개방 여부는 추후에 시장 여건, 수요 등을 고려해 판단하기로 했다.
RFI가 은행 간 거래에 따라 원화 결제를 하려면 당국 인가를 받은 국내 외국환중개회사를 통해야 한다. 만약 외국 금융기관이 비인가 외국 중개회사를 통하거나 1 대 1로 직접 거래하는 경우 당국 모니터링이 불가능하고 사실상 역외에 원화 시장이 개설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RFI는 의무 이행 확약서를 내며 당국 보고·자료제출 등에 협조해야 한다. 만일 중대한 의무 위반을 할 경우 인가는 직권 취소될 수 있다.
송대근 한은 국제국 외환업무부장은 이와관련, "RFI가 국내 외환중개사를 통해 거래하기에 모든 거래가 실시간 파악되고 거래 이후에도 국내 기관이 외환 전산망을 통해 보고하는 것처럼 RFI도 같은 내용을 전산망에 보고하는 실효적인 관리감독체계를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 시장의 전면 개방에 맞춰 현재 오후 3시30분에 끝나는 개장시간 역시 런던 금융시장 마감시간인 새벽 2시까지로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국내 외환시장은 아침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운영돼 미국 뉴욕의 개장 시간과도 일부 겹치게될 전망이다. 정부는 추후 은행권 준비, 시장 여건 등을 봐가며 24시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외국 기관 투자자 뿐만 아니라 해외 자산에 관심 있는 개인 투자자의 편의성니 높아져 전반적인 외환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일각에선 투기성자금 유입 우려 목소리도
현재는 야간에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자 환전을 하려면 외환시장 마감 탓에 시장환율보다 높은 가(假) 환율로 1차 환전을 하고 다음 날 우리 외환시장 개장 이후 실제 시장환율로 정산 받아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밤 시간에도 시장환율로 바로 환전이 가능해 원래 계획대로 투자가 가능하다.
정부는 일각에서 외국 금융기관의 시장참여가 자유로워지면 투기성 자금 유입이 많아져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거래량이 증가하고 다양한 거래 동기를 지닌 시장 참가자들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시장의 변동성은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NDF) 거래를 국내 외환시장이 흡수하면서 환율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개장 시간이 연장되면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야간시간대에는 쏠림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충분한 안전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외환시장이 개방적·경쟁적인 구조로 바뀌며 시장 접근성을 국제적 수준으로 높여 오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고 '코리아 프리미엄(고평가)'을 얻게 될 지 결과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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