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파밍에 취해 거위 배 가르는 소비자들

김자혜 / 기사승인 : 2024-01-09 15: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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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부 김자혜 기자

농부는 죽은 거위를 껴안고 후회했다. “아, 내가 너무 황금에 눈이 어두웠구나, 욕심이 지나쳤다” 인간의 욕심을 이야기한 이솝우화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마지막 장면이다.

최근 금융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에서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 사례는 신한카드 더모아카드에서 발생했다.

더모아카드는 끝자리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혜택의 상품이다. 만약 5999원을 결제하면 999원은 포인트로 돌려주는 식이다. 더모아카드로 결제 시 혜택을 돌려받는 비율, 일명 피킹률은 16.5%에 달한다.

하지만 이 정도 피킹에 만족하지 못한 이들이 있었다. 지난달 신한카드 측은 개인회원 표준약관에 위반되는 사용 행태를 보였다며 더모아카드 회원 890여명의 신용카드를 정지 처분했다. 카드사에서 수백 명 회원의 사용을 중지시킨 것은 이례적이다.
 

약관 위반 사용을 약사와 약사의 가족이 주도했다는 점도 독특하다. 적발 사례를 보면 한 약국에서 다른 약국으로 매일 결제하는 사례가 있다. 또 포인트로만 한 달에 100만원을 적립한 경우도 나왔다. 하루 30곳이 넘는 가맹점에서 5999원을 결제해야 얻을 수 있는 양이다.

신한카드는 이미 지난해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금융당국에 SOS를 보냈다. 카드 약관 상상 부가서비스를 개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당국에서는 신한카드가 상품 개발 단계에서 놓친 사안을 사후에 조정하는 것이 법에 부합되는지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하면서 약관 개정 검토가 지연되고 있다.

 

신한카드가 상품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악용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최근 소비자들이 도파밍형 소비에 도취하여 있다는 점이다.

도파밍은 매년 새해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제시하는 트렌드 코리아에서 꺼낸 키워드 중 하나다. 새롭게 재미있는 것을 경험할 때 분비되는 신경 전달물질 도파민과 게임 아이템을 모으는 파밍이라는 단어를 합쳤다.

최근 소비자들은 할인과 한정판을 찾으면서 사냥하듯이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정판이라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 구매하고 할인은 기본, 카드 할인에 통신사 할인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행태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도파밍 소비 행태는 금융 소비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더모아카드였고 지난 2022년도에는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 과다 청구로 손해율이 급증한 바 있다. 도파밍에 심취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런 유사 사례는 더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도파밍형 소비가 지나치면 공동의 가치가 훼손된다. 더모아카드의 약관 변경이 마무리된다면 카드이용자들은 일부의 과용을 장점을 활용할 수 없게된다. 먼저 일어난 백내장 수술 보험금 과다청구 역시, 지급 기준이 까다로워 지면서 정작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 불편을 겪게 됐다.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속성도 비슷하다. 너무 부족하면 파킨슨병에 걸릴 수 있지만 너무 과다하면 환각 등을 보는 정신분열증에 걸릴 수 있다. 쾌락, 지나친 자극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행복감의 역치가 높아져 좀처럼 사소한 일에는 감흥을 잃게 된다.

모든 것은 정해진 한도가 있다. 제 아무리 돈과 시간 절약, 행복감과 성취감이라는 긍정적인 가치라고 해도 과용한다면 정신과 건강이 바닥나고 정작 필요할 땐 쓸 수 없게 될지 모른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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