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美 긴축 가속페달 밟나..다시 밀려오는 고금리 공포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03-08 15: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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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美연준의장 '매파'로 방향 틀어...이달 '빅스텝' 단행 유력
한-미 금리차 1.75%로 벌어지나...美최종금리 상향조정 우려 고조
금융시장 동요...한은, 경기부양과 자본이탈 사이서 고민 깊어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강력한 매파적 발언을 토해내면서 전세계를 다시 고금리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미국발 고금리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 연준(Fed)이 매파의 날카로운 발톱을 다시 드러내며 긴축의 가속페달을 다시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고있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7일(현지시간)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피력했다. 연준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매파성향 발언에도 불구, 균형감을 잃지 않던 파월이 돌연 매파로 돌아섰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 상원 은행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최근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더 강했다. 이는 최종적인 금리 수준이 기존 예상보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파월은 "만약 전체적인 지표상 더 빠른 긴축이 필요하다면(warranted) 우리는 금리 인상의 속도(pace)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면서 “물가안정을 회복하기 위해 당분간(for some time) 제한적인 통화정책 기조 유지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파월의 발언이 나오자마자 이달 22일로 예정된 연준 FOMC 정례회의가 빅스텝을 단행할 확률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특히 미국의 최종 금리가 당초 예상치를 크게 웃돌 가능성이 불거졌다.

매파 목소리 커져...'피벗' 기대감 물건너가

미국의 고금리 정책 재현 움직임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다시 충격파를 던지며 주가는 급락하고, 주요 환율은 널을 뛰었다. 미국과의 커플링(동조)현상이 더욱 뚜렷해진 대한민국의 금융시장도 적지않이 동요하고 있다.


미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빅스텝을 밟는다면, 한미 간의 기준금리 격차는 2.0%포인트로 크게 벌어진다. 내달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으로서도 또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하긴 힘겨울 것이란 얘기다.


파월 등 매파의 목소리가 커지자 미국의 기준금리의 정점이 기존 예상치보다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안으로 통화정책의 방향 전환, 즉 피벗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파월의 이같은 방향 전환은 최근 미국의 경제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미국 경제가 감당할 여력이 있는데다,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어 최종적인 금리 수준을 이전 전망보다 더 높여도 감당할만한 여력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말 빠르게 가라앉는 듯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세는 최근 주춤해진 양상이다. 여기에 예상과 달리 노동시장 과열이 여전하다는 경제지표가 2월 이후 잇따랐다.


물가흐름도 예사롭지 않다.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6.4% 올라 12월(6.5%)과 거의 비슷한 상승세를 유지했다. 전월 대비로는 0.5% 급등, 12월(0.1%)보다 오히려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


연준이 가장 정확한 물가지표로 간주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1월에 4.7% 올라 12월(4.6%)보다 더 많이 상승했다. 파월과 연준의 매파들이 인플레이션이 다시 악화하고 있다고 보는 근본 이유다.


1월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이 시장 전망치의 3배에 육박하고 실업률이 54년 만의 최저치를 찍은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과열→근로자 임금 상승세 지속→인플레이션 장기화'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긴축속도를 다시 높여야한다는데 명분을 준 셈이다.

작년말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는 美 최종금리

미 연준이 2주일 앞으로 다가온 FOMC에서 빅스텝 단행할 가능성이 굳어지면서 이제 시장의 관심은 최종금리에 모아지고 있다. 작년말 FOMC 후 공개된 이른바 점도표 자료에서 대부분의 연준 이사는 올해 말 최종 금리 수준을 5.0~5.5%로 전망했으나, 긴축속도를 다시 끌어올림에 따라 여기서 얼마나 높아지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파월은 이와관련, 3월 발표 예정인 점도표에 대해 “최종적인 금리(전망치)는 지난 12월 전망치보다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 금리의 상단이 5.5%에서 최소 5.75%, 경우에 따라선 6.0%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도 5.5∼5.75%다. 2월 초까지만 해도 최종 금리가 4.9%에 그치며 5%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기대했던 시장이 이젠 6%까지 치솟을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미국의 여러가지 경제상황을 종합할때 최종금리는 5.75%선에서 종료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럴 감안하면, 연준이 이달에 빅스텝을 단행하고, 5월과 6월 두차례의 베이비스텝을 밟아 최종 5.75%에서 고금리행진을 마무리할 것이란 분석이다.


당초 시장의 기대와 달리 최종금리 상단히 1.0%가까이 높아지고, 이달 빅스텝 단행 확률이 크게 높아지면서 긴축재현 우려감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크게 동요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1.72%)를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53%), 나스닥 지수(-1.25%) 등 뉴욕증시의 3대 지수도 1%대 하락 마감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움츠러들면서 아시아 주요 통화 가치와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시간 오후 12시 19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2.46%,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는 2.72% 각각 떨어졌다. 코스피는 8일 오후 2시45분 현재 전일대비 1.25% 급락했고 코스닥은 0.33% 떨어졌다.


미국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높아지면 해외 달러 자금의 미국행이 빨라지면서 미국 외 국가들의 통화가치와 주식 등 자산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은 커진다. 엔화와 유로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이날 105.705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엔달러 환율과 역외 위안달러 환율도 이날 한때 각각 137.49엔, 6.9971위안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새로 썼다.

원달러 환율 급등세...한은 금리동결 유지 어려울듯

원달로 환율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달러 환율은 8일 장중 전날보다 무려 20.31원 오른 1,320.07원으로 치솟았다. 일본 엔화 환율은 1.36엔 오른 137.35엔, 중국 역외 위안화 환율은 0.043위안 오른 6.9830위안에서 거래되고 있다.


금값과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도 약세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9%(34.60달러) 떨어진 1,820달러에 마감돼 지난달 24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6%(2.88달러) 급락한 77.5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시간 오전 11시 30분 기준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816.20달러, WTI는 배럴당 77.6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통화 긴축이 당초 예상보다 더 강하게,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물가 경로의 불확실성과 부진한 경기 등을 고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동결했던 한은으로선 그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무엇보다 한은이 우려하는 것은 현재 1.25% 수준인 한-미간의 기준금리 격차다. 이달 미국이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그 격차는 1.75%까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달 금통위를 앞둔 한은으로선 금리인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빅스텝을 밟은 상황에 한은이 금리를 또다시 동결하기엔 자본의 이탈 등 걱정거리가 한 둘이 아니다. 자칫 긴축완화 기조를 유지할 경우 불과 2개월 안에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 수준인 2%포인트(p)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창용 총재와 한은은 여러 차례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지만, 커지는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을 무시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한미 금리차이가 벌어질 수록 강달러 현상 재현되고 환율이 수직 상승할테고, 결국 수입물가지수를 크게 높임으로써 4%대로 낮아진 물가가 다시 반등할 개연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경기 부양과 한-미간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로 인한 자본의 이탈 사이에서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는 한은이 다음달 어떤 선택을 내릴 지 결과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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