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사상 최대폭...내달 한은 금통위 부담 커질 듯
| ▲ 한미 기준금리차가 2%p까지 벌어지면서 다음달 24일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 회의를 앞둔 한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예상대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 더 올렸다. 연준(연방준비제도)은 26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 직후 성명을 통해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기준 금리를 0.25%p 인상한 5.5%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다시한번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인상)을 단행하며 이제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5.00~5.25%까지 상승했다. 금융위기 이후는 물론 22년만의 최고점이다.
한국이 긴축의 계속과 완화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하며 금리를 잇따라 동결한 가운데,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상함으로써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마침내 2%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연준 발표 훨씬 전부터 베이비스텝이 거의 확정적으로 관측됐다. 그런 탓일까, 한미 기준금리차가 2.00%p까지 확대됐음에도 국내 금융시장에 특별한 동요의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약세를 보이다가 보합세도 유지했다. 증시는 희비가 엇갈렸다. 기술주 중심의 코스닥은 2% 이상 급락했지만, 코스피는 전날 부진을 씻고 소폭 상승했다.
다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날 "연내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 다음 기준금리 조정을 40일 가량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더 깊어질 전망이다.
◇ 연준 물가 2% 달성 의지 재확인..."연내 금리인하 없다"
베이비스텝 가능성이 워낙 높게 점쳐진 탓에 이날 전세계적인 관심은 금리인상 자체보다는 FOMC정례회의 직후 열리는 파월 의장이 발표할 성명과 기자회견의 내용에 모아졌다.
파월의 발언으로 향후 미국 통화정책의 추세 전환 등 연준의 속내를 어느 정도 짐작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의외였다. 파월의 입을 통해 긴 금리인상이 종착역에 왔다는 시그널이 나오길 기대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사실 시장에서는 그간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전반적인 경제 지표가 원활하게 돌아서 이번이 마지막 금리인상이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준의 판단은 달랐다. 경제 활동은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고 최근 몇 달간 고용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 수준이 높다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연준의 목표물가 2% 달성 의지가 재확인된 것이다.
파월은 연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 다음 FOMC정례회의(9월)에서 동결 가능성을 열어두간 했으나, "데이터가 뒷받침된다면 기준금리를 다음 회의에서 또 올리는 것도 틀림없이 가능한 일"이라며 매파적 성향을 가감없이 표출했다.
계속되는 긴축 강화로 인해 경기침체가 걱정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파월은 "우리는 더는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인플레 완화와 견고한 고용 시장 흐름, 여기에 2년만에 최고치를 찍은 소비자심리지수 등 미국 경제가 쉽게 침체에 빠지지 않을 것이란 점에 보다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와 관련 26일 "파월 의장이 이번 금리인상이 긴축 사이클의 마지막이란 신호를 보내기엔 최근 몇 달 간 경제 성장이 지나치게 견고했을 가능성이 높다"란 분석을 내놨다.
| ▲미국 연준이 2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FOMC정례회의 직후 성명서를 발표하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한은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워" 진퇴양난
연준은 특히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은행 시스템은 현재 건전하고 탄력적이지만, 신용 조건이 강화된 점이 고용·경제 활동 그리고 물가에 부담을 줄 가능성도 높다"며 "이러한 전반적 상황이 어떤 영향을 끼칠 지 불확실해 인플레 리스크에 여전히 높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 목표치인 2%를 기어코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통화 정책 강도를 결정함에 있어 누적된 긴축 및 통화 정책이 인플레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 등을 지속해서 고려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이 이처럼 견고한 각종 경제지표의 힘을 받아 '물가와의 전쟁'을 당분간 멈출 생각이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재천명함에 따라 당분간 통화 긴축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미국과 달리 각종 경제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2%p까지 벌어져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잡는데 여려움이 클 수 밖에 없다.
탄탄한 내수기반과 안정된 금융시장을 바탕으로 미국의 고금리정책에 상관없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여러가지 경제 여건상 미국의 상황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과의 커플링 현상이 날로 고도화되는 양상이다.
기준금리 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당분간 미국이 긴축을 계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은의 입장에선 금리를 내리기도 올리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일각에선 한미 금리차가 2%p까지 벌어져 외국자본 이탈에 따른 환율 상승과 물가 등 금리 상방 압력이 커져 한은이 결국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가중되자 은행 주담대금리가 먼저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한은 경기부양 고려, 금리동결 가능성에 무게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면 은행권 대출금리가 먼저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시장이 먼저 반응, 채권금리가 오르면 기준 금리를 올리기 전에 대출금리 상승이 선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전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95~5.81%로 나타났다. 하지만 금리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주담대 금리 상단은 6%대로 올라섰다.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 3%대 주담대는 더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인상은 그리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수출 부진과 소비가 감소, 경기둔화가 계속되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 초중반까지 밀린 와중에 금리를 더 올린다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추락하던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며 연착륙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이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선회한 상황에 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 시장상황을 면밀히 검토하겠지만, 한은이 또다시 긴축강화로 돌아서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마을금고 사태로 불거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잔존하고 있는 것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은 27일 금통위 회의를 열고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발생 시 신속히 유동성 지원에 나서는 것을 골자로한 대출제도 개편안을 의결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제2, 제3금융권 위기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한은으로선 금리를 내리기는 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경기 진작을 위해 일각에서 전격적인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미국의 긴축강화에 나서 한미간의 기준금리차이가 2%p까지 확대된 것을 감안하면, 금리인하는 요원해 보인다.
금융권에선 "한은이 만약 모험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서 한미 금리차가 여기서 더 벌어진다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금융 불안과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여러가지 여건을 종합할 때 금리변동보다는 금리동결에 다소 무게가 실리는게 사실이다. 과연 선택은 무엇일까. 다음달 24일로 예정된 한은 금통위회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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