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하이닉스, 가파른 상승세…삼성 1년2개월만 ‘7만전자’ 복귀
‘감산효과’에 AI붐 여파 고성능 메모리 수요 꿈틀 등 호재 많아
| ▲삼성이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매수행렬에 힘입어 주가가 7만원대를 회복했다. ‘6만전자’에서 벗어나 ‘7만전자’ 시대를 다시 연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증시에서 ‘반도체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달들어 반도체종목이 연일 강세를 이어가며 코스피 반등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부터 나홀로 독주를 계속해온 배터리의 바통을 이어받아 반도체가 증시를 반등을 견인하는 모양새다.
반도체 업황은 여전히 ‘혹한기’다. 작년 2분기말 이후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시황은 혹한기를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이달들어 글로벌 반도체 종목들이 증시에서 강세를 이어가며 본격 랠리에 들어간 듯한 흐름이다.
인텔과 함께 미국 반도체주의 상징적 존재인 엔비디아의 이같은 현상을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엔비디아는 올들어 주가가 급등, 글로벌 반도체업체중 유일무이하게 시총 1조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정규장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24.37% 급등한 379.8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9390억 달러로 불어나며 애플(2720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2423억 달러), 알파벳(1573억 달러), 아마존(1179억 달러)에 이어 5번째 시총1조클럽 가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 삼성, 초강세 ‘7만전자’ 복귀…하이닉스도 동반 상승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주가 연일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이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타며 연중 최고가는 물론 52주 신고가까지 잇달아 갈아치우고 있다.
26일 오전 11시50분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대비 2.3%(1600원) 오른 7만300원에 거래중이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장중 고가 기준 삼성전자가 7만원대를 넘어선 것은 작년 3월 31일(7만200원) 이후 약 1년 2개월 만의 일이다. 당시는 반도체 시장을 정점을 찍던 시기이다.
전날 6% 가까이 급등하며 10만원선을 돌파한 SK하이닉스 역시 초강세다. 하이닉스의 주가는 이날 같은 시간 4.83%(4900원) 오른 10만8천5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상승폭 기준으로는 삼성을 능가한다. 25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1분기(1~3월)에 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에 밀려 메모리 부문 3위로 주저앉았다는 리포트를 냈음에도 주가엔 전혀 반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하이닉스가 메모리시장 2위 자리를 내준 것의 거의 10년만의 일이다.
DB하이텍(6.60%), 한미반도체(0.75%), 제주반도체(1.52%) 등 다른 반도체 종목들도 오름세다. 급기야 메모리 등 소자업체를 넘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종까지 온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미국발 반도체 랠리의 진원지인 엔비디아의 로고. <사진=연합뉴스 제공> |
■ 외국인 순매수세가 몰리며 주가 반등 강한 모멘텀
반도체 시장이 사상 최악의 침체에 빠지며 주요 업체들의 천문적한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반도체주가 강한 상승세를 탄 이유는 무엇일까. ‘혹한기’에 비유되고 있는 반도체 관련주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는 배경은 여러각도에서 분석 가능하다.
우선 증시의 수급 관점에서 보면 외국인들의 순매수세가 몰리며 주가 반등에 강한 모멘텀으로 작용하고 있는 양상이다. 코스닥 주식을 대거 내다 팔고 있는 외국인들이 올들어 코스피, 그 중에서도 반도체주식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외국인들은 요즘 그야말로 반도체주를 쓸어담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26일 유안타증권 강대석 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들어 코스피 주식을 11조5천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코스닥 종목을 1조9천억원 순매도했다. 이중 반도체 순매수액이 전체의 86%인 9조9천억원에 달한다.
특히 반도체 대표주 삼성주식 순매수액은 무려 9조2천억원이다. 강 연구원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판 종목이 삼성전자였는데, 이젠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먼저 쓸어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미국 반도체 종목의 초강세 흐름이 이어지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주 집중 매수에 속도를 더 내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기술주의 경우 미국과 동조(커플링) 현상이 두드러진 종목이라 미국 반도체 주가 급등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SK하이닉스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IT 전시회 ‘델 테크놀로지스 월드(DTW) 2023’에 참가해 고성능 최신 메모리 기술과 제품을 대고 선보였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
■ 삼성 감산효과에 고성능 메모리 특수 기대감 고조
삼성, 하이닉스 등 반도체업체들이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내놨고 2분기도 부진한 실적 예상되고 있음에도 최근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적인 IT경기 침체로 인해 작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최근 반도체 시장 분위기는 바닥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 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이 본격적인 감산에 나선 것이 머지않아 효과를 내면서 가격상승과 수요회복이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란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꿈틀대고 있는 것도 반도체 시장의 반등을 기대케하는 핵심 포인트다. 특히 AI열풍에 편승한 서버시장의 고성능 메모리 시장이 머지않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 중인 HBM3는 이미 챗GPT에 활용되고 있다.
AI열풍은 장차 방대한 데이터 수요와 처리량이 필연적으로 폭증할 수 밖에 없어 서버업체들이 결국 고성능 메모리로의 교체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이 최근 12나노급 DDR5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도 이처럼 다가오는 고성능 서버 수요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고성능 메모리 수요 확대가 반도체 불황 극복의 결정적 키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로 예상된 반도체 수요와 가격반등에 핵심적인 이유가 레거시(범용) 제품 외에 DDR5, LPDDR5,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가, 고부가의 고성능메모리란 의미이다.
하이닉스는 최근 1분기 실적컨퍼런스콜에서 “AI 관련 서버 출하량이나 메모리 성장률은 최대 30% 이상, 향후 5년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당장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DDR5 128GB 고용량 모듈은 전년 대비 6배 이상, HBM은 50% 이상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가 고성능 서버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업계 최선단의 12나노급 DDR5메모리제품. <사진=삼성전자 제공> |
■ 미-중 반도체갈등 고조 변수…그래도 랠리 이어질듯
이처럼 고성능 메모리 시장이 기지개를 켜며 반도체 시장이 혹한기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에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몇가지 변수는 남아있다.
무엇보다 미국과 중국, G2간의 기술패권전쟁이 K반도체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 구매에 제동을 걸자, 미국의 반도체동맹국과 연대한 반격카드를 준비중인게 긍극적으로는 매우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내 설비투자를 제한하는 반도체법까지 만든 미국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마이크론 제품의 판매 감소 공백을 메우면 안된다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업계에선 중국은 K반도체의 최대 수요처란 점에서, 미중간의 반도체갈등이 심화한다면, 1년만에 불어닥친 온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한다.
그럼에도 불구, 배터리(2차전지)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아 5월 증시를 후끈 달구고 있는 반도체주는 당분간 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미중간의 갈등과 반도체공급망 재편 등의 악재는 이미 시장에 다 반영된 악재인데다가, 이를 상쇄할만한 호재가 더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올초부터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3분기 이후는 ‘반도체의 시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그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진 것”이라며 “K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만 최소화한다면 ‘반도체 랠리’는 하반기 이후까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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