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여 수상업체중 1, 2위 싹쓸이...자동차기업으론 처음
반도체 혹한기에 '단골손님' 삼성은 1300억불탑 수상 실패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0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에게 300억불 수출의 탑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작년 2분기 부터 전 세계를 강타한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반도체와 자동차의 극명하게 엇갈린 업황이 올해로 60주년을 맞은 무역의 날의 주인공 자리를 바꿨다.
무역의 날 최고 수출탑 수상 단골손님이었던 삼성전자가 혹독한 반도체 불황 여파로 빠진 자리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승승장구한 현대차와 기아 등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듀오'가 메운 것이다.
수출의 탑은 전년도 7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1년 간 한 기업이 수출 신기록 구간에 진입할 때 주는 상이다. 삼성전자는 압도적인 수출 1위기업임에도 극도의 수출 부진으로 배제된 이유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년간 수출 실적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며 올해 1704개사 수출탑 수상기업 중 1, 2위를 석권했다.
자동차기업이 최고 수출의 탑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은 무역의 날 기념식이 환갑을 맞는 동안 현대차가 역대 처음이다.
◇ 현대차 듀오, 11년만의 첫 수출탑 동시 수상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가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공동 개최한 제 60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현대차는 전체 1위에 해당하는 최고 수출탑인 '300억불탑'을 받았다. 현대차에 이어 계열사인 기아는 '200억불탑'을 수상, 현대차그룹은 겹경사를 누렸다.
현대차가 최고 수출의 탑을 받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현대차와 기아 두 기업이 수출의 탑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2012년 이후 11년만의 일이다. 당시 현대차는 200억달러, 기아는 150억달러 탑을 각각 수상했다.
| ▲현대차 장재훈 사장(좌)와 기아 송호성 사장(우)이 각각 300억불탑과 200억불탑 상패를 들고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제공> |
'수출 입국 60년,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서 현대차는 지속적 수출 확대 노력의 결과로 전년 대비 30% 늘어난 310억달러 수출을 달성, 올해 최고 금액인 '300억불탑'을 받았다.
기아 역시 같은 기간에 전년대비 30.7% 늘어난 235억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하며 200억불탑을 수상했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는 얘기다.
1976년 에콰도르에 포니를 5대 수출하며 'K자동차'의 글로벌화에 나선 현대차가 43년만에 계열 기아를 포함해 550억달러에 육박하는 거대 수출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이같은 괄목할만한 수출 호조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호무역 심화, 글로벌 긴축강화에 따른 경기침체, 중국업체의 저가 공세 등 온갖 악재를 딛고 거둬들인 것이어서 더욱 높게 평가받는다.
◇ 수출 총체적 부진 속 '버팀목' 역할, 의미 깊어
특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작년 하반기 이후 사상 초유의 수요 침체와 가격 하락으로 총체적 부진에 허덕이던 동안 자동차가 새로운 수출효자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현대차그룹은 이와 관련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과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차 부문의 선전으로 수출 실적을 대폭 끌어올린 것이 이번 최고 수출의 탑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그룹이 계열 '자동차 듀오'인 현대차와 기아가 제60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최고 수출탑 1, 2위를 석권하며 겹경사를 누렸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사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현대차가 이처럼 무려 60년만에 자동차기업으론 처음 최고 수출탑 수상 영예를 누린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핵심품목인 반도체의 부진 탓에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삼성은 지난 10년간 최고 수출탑을 4번이나 수상했을 정도로 대한민국 수출의 선봉장이다. 수출규모도 2위권과는 4배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삼성은 코로나19 대란이 전세계를 강타한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으로 최고상인 '1100억불탑'과 '1200억불탑'을 수상했다.
삼성은 그러나 글로벌 복합위기로 인한 전방시장의 경기침체와 공급과잉으로 반도체 ASP(평균판매가)가 급락, '1300억불탑' 수상에 실패하며 최고 자리를 현대차에게 넘겨줘야했다.
작년에 '300억불탑'을 수상하며 삼성에 이어 전체 2위에 오른 SK하이닉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특히 하이닉스는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인 탓에 총체적 반도체 업황 악화의 여파를 피하기 어려웠다.
◇ 삼성·하이닉스 내년 기대...尹 "수출규제 혁파" 약속
삼성과 하이닉스는 내년엔 반등이 기대된다. 최근 반도체 시장 상황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데다,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HBM(고대역폭메모리)과 DDR5 등 AI(인공지능) 붐을 타고 고성능,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내년에 D램, 낸드 등 범용 메모리 수요와 가격만 예전 수준으로 회복한다면, 내년 무역의 날에서 삼성의 '1300억불탑'과 하이닉스의 '400억불탑' 수상을 충분히 기대해뵬만한 상황이라고 전망한다.
|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60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현대차 듀오' 외에 이날 무역의 날 기념식에선 LG이노텍(100억달러), 삼성SDI(60억달러), 엘앤에프(40억달러),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30억달러), 에코프로이엠(20억달러), 경신(10억달러) 등이 각각 자체 수출 신기록을 내며 수출의 탑을 받았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출의 탑 수상 업체 중 대기업은 36개였으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113개사, 1555개사로 나타났다. 또 손보익 LX세미콘 대표이사, 전세호 심텍회장 등 무역 유공자 총 596명이 금탑·은탑·동탑산업훈장 등 정부 포상을 받았다.
무역협회 측은 "수출은 지난 60년 동안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한편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수행했다"며 무역이 기술, 시장, 품목 측면에서 모두 고도화에 성공했듯, 앞으로도 우리 무역의 성장을 더욱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널 기념식 축사에서 "우리는 1970년대 오일쇼크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출로 돌파했다"면서 "앞으로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은 과감히 혁파하고 급변하는 통상 환경 속에서 기업이 고군분투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올해 '수출의 탑' 수상 업체 중 대기업은 36개사였으며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113개사, 1555개사였다. 중소기업이 전체의 91%에 달하는 수치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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