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전년대비 50% 감소 충격...시스템반도체에도 밀려나
정부 적극적 수출진흥책도 '무용지물'...배터리·자동차 상승세 '위안'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KOTRA에서 열린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며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에 대한민국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메모리 쇼크', 즉 메모리반도체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부진에 무역적자는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정부의 적극적인 수출진흥책은 별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수출, 아니 한국 경제를 맨앞에서 견인해왔던 메모리 반도체 수출 부진이 심각하다. 반도체 경기가 '혹한기'에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낙폭이 예사롭지 않다.
'수출효자' 메모리 반도체가 아이러니하게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믿었던 메모리에 구멍에 뚫리자 수출전선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체력을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란 지적이 부쩍 크게 들려오는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 급감 여파로 인해 10월에 이어 11월 수출도 또 다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코로나대란이란 돌발변수가 작용했던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두 달 연속 뒷걸음질이다. 그런데도 수입은 되레 늘어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1월까지 누적 적자는 이제 400억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12월 수출도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인지라 올해 누적무역적자는 종전 기록인 2006년(206억달러)의 두 배 이상 웃돌 것이 확실시된다.
메모리부진 심화 속 시스템반도체 선전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수출은 총 519억1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4.0% 감소한 것이다. 수입은 589억2500만달러로 2.7% 증가했다.
수출은 급감했는데 수입이 늘자 무역적자폭은 더 확대됐다. 11월 무역수지는 70억1천만달러(약 9조1천억원) 적자를 기록하며 10월(67억달러)보다 폭을 더 키웠다.
10월에도 그랬던 것처럼 11월 수출 부진의 주원인은 메모리 반도체의 부진이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는 글로벌 수요 위축과 단가 하락이 겹치며 작년 11월에 비해 무려 50%(49.7%) 가까이 급락했다.
지난달 메모리 수출은 총 38억4천만달러로 쪼그라들어 수출금액 면에서 시스템반도체(42억5천만달러)에 큰 폭으로 밀려났다. D램 고정가가 올 초 3.41달러에서 10∼11월 2.21달러까지 하락한 탓이다.
시스템 반도체가 메모리 부진을 상쇄시키며 반도체의 새로운 간판품목으로 자리를 굳히는 모양새다. 시스템 반도체의 선전 덕분에 그나마 반도체 전체 수출감소율은 전년 동기 대비 -29.8%로 낙폭을 줄였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세트(완제품) 수요가 부진하면서 핵심 부품인 반도체 수요가 많이 줄어든데다가 메모리 재고가 늘어 가격이 예상보다 더 하락한 결과다.
석유화학도 합성수지 등 일부 품목의 공급 과잉으로 단가가 하락하고 중국의 지역 봉쇄 및 자급률 상승으로 11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한 35억3천만달러에 그쳤다. 철강도 10.6% 감소한 29억9천만달러에 머물렀으며, 일반기계 역시 소폭(1.7%) 감소한 43억3천만달러로 부진한 행보를 이어갔다.
상승세의 자동차와 배터리가 '한가닥 희망'
위기의 수출에 그나마 한가닥 희망은 자동차와 배터리였다. 11월 자동차 수출은 54억달러로 31.0% 증가했다. 역대 월별 실적 1위 기록이다. 세계 자동차시장 역시 경기침체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업계가 전기차를 중심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도체를 넘어 한국 수출의 차세대 간판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배터리 부문의 성장세는 11월에도 이어졌다. 베터리 수출은 7억4천만달러로 역대 11월 중 1위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배터리는 전년 동기 대비로는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지난 10월(8억달러)보다는 10%가량 줄어든 것이다. 성장성은 무궁무진하지만, 아직 수출규모 면에서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등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란 점이 아쉬움을 준다.
수출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11월 수입액은 전년 동월 대비 2.7% 늘어난 589억3천만달러를 기록했다. 원유·가스·석탄 등 3대에너지원의 수입액이 전년 동월(122억1천만달러) 대비 33억1천만달러 증가한 155억1천만달러로 27.1%나 급증한 것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올들어 11월까지 3대 에너지원의 총 수입액은 174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999억달러)보다 거의 배 가까이 늘어났다. 에너지 수입량 자체가 늘어난 것보다 국제시세가 상승한 여파를 더 많은 받은 결과다.
무역수지는 지난 4월부터 8개월 연속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무역적자가 8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연속 적자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이다. 무역적자 폭로 10월보다 더 확대됐다.
8개월째 지속중인 대 중국무역 적자 부담 가중
산업부는 "수출 증가세 둔화와 무역 적자는 제조 기반 수출 강국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지난달 제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발표한 대로 주요 시장별 맞춤형 수출 전략과 산업별 수출 지원 방안을 이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인 대 중국 무역수지는 두 달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수출 증가율을 끌어내렸다. 11월 중국수출은 작년보다 25.5% 감소한 113억8천만달러, 수입은 11.1% 줄어든 121억4천만달러로 7억6천만달러 적자를 냈다.
중국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면서 반도체(-36.1%), 일반기계(-21.1%), 석유화학(-26.2%), 무선통신(-8.2%) 등 대다수 품목의 수출이 감소한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세계 경기 둔화로 제품가격이 하락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의 수출이 줄며 11월 전체 수출이 감소했다"며 "화물연대의 운송거부가 장기화할 경우 12월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3일 윤석열대통령 주재로 정부출범 후 첫 수출전략회의를 갖고 '세계 5대 수출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아래 부처·기관별 수출지원협의회를 구성, 전 부처의 수출 지원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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