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글로벌 네트워크 활용해 '바이오USA'서 공격정 행보
글로벌 빅파마 13곳 고객사 확보....'제 2의 메모리 신화' 도전장
|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 <사진=삼성 제공> |
2022년10월11일.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송도캠퍼스를 찾았다. 2015년 삼바 3공장 기공식 후의 7년만의 일이다.
2014년 이건희 선대회장이 본격 투병에 들어가면서 실질적 그룹 총수로 올라선 이 부회장이었지만, 그룹 핵심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부문의 총 본산인 삼바 송도캠퍼스를 다시 찾기까지 7년이란 긴 시간이 걸린 것이다.
이 부회장의 송도캠퍼스 방문은 삼바 제 4공장 준공식 참석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실제로는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사업을 삼성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자 미래 먹거리로 적극 육성하기 위한 전략과 의지를 보여준 방문이었다.
좀처럼 흔들릴 것 같지 않던 반도체가 글로벌 복합위기와 공급망 재편 바람에 밀려 총체적 위기에 빠지자, 삼성으로선 반도체 버금가는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고 바이오가 최적의 대안이라 판단한 것이다.
이에 이 회장이 직접 송도캠퍼스를 찾아 현황 점검과 함께 중장기 전략을 논의한 것이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인천 송도에 제 4공장 증설과 함께 향후 10년간 7조5천억원을 투입, 제 2의 바이오캠퍼스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난 현재 삼성은 바이오부문에 대한 공격적 투자와 글로벌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그간의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른 양상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모바일 등에 못지않게 그룹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은 바이오부문의 초격차를 달성, 메모리에 버금가는 제 2의 반도체 신화를 창조한다는 목표다.
■ 화이자와 전략적 파트너십, 5350억원 규모 위탁생산계약
사실 글로벌 바이오시장에서 삼성의 생산능력(케파)과 품질력은 이미 세계 최정상급이다. 특히 위탁개발생산, 즉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분야의 경우 작년 10월 송도 4공장 준공을 계기로 당당히 글로벌 1위의 반열에 올랐다.
CDMO란 고객사의 요청에 따라 약품을 위탁생산만 하던 CMO에서 한단계 발전된 개념이다. 후보물질이나 세포주의 개발부터 생산공정, 임상, 상용화 등 일련의 신약 개발 과정을 위탁 개발 및 생산하는 것이다.
삼성은 막강 케파를 바탕으로 글로벌 톱 20 제약사 중 13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상태다.
특히 미국의 세계적인 바이오회사 화이자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백신 위탁생산에 나선 이후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7일(현지시간) 아예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까지 체결했다.
삼바와 화이자는 이날 다품종 의약품의 장기 위탁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5350억원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계약 의향서를 맺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1개 제품에 대한 위탁생산 계약을 처음 체결한 데 이은 두 번째 결실이다. 작년 매출액 대비 17.8% 규모로 삼바의 CDMO 수주액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올들어 화이자로부터 수주한 금액만도 7760억원에 이른다.
삼바는 이번 추가 계약에 따라 작년 10월 가동에 들어간 4공장에서 종양, 염증, 면역 치료제 등을 포함하는 화이자의 다품종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대거 위탁생산 할 예정이다.
존림 삼바 사장은 "전세계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비전을 가진 화이자와의 협력을 확대하게 돼 기쁘다"면서 "보다 유연하고 진보된 위탁생산 서비스를 위해 제 2 바이오캠퍼스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맥더모트 화이자 글로벌 공급 최고 책임자는 "이번 파트너십은 한국 제약산업에 대한 화이자의 신뢰를 반영하는 좋은 사례"라며 "전세계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삼바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바이오 USA에 참석 중인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현재 건설 중인 5공장 목표 가동 시기를 당초 공시한 2025년 9월에서 2025년 4월로 5개월 단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화이자 이어 글로벌 빅파마 대상 고객사 확보 전력투구
세계 최고 바이오기업 화이자와 손잡은 삼성은 내친김에 글로벌 제약 및 바이오업체들을 대상으로한 글로벌 고객사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전시회인 '2023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개막한 2023 바이오USA는 'Stand Up for Science(과학을 위해 일어서다)'란 주제로 전세계 바이오업계가 총 충돌했다. 참가국만 전 세계 65개국에 이르고 참여기업수가 8천개 이상이다.
삼성은 참가기업중 두 번째 큰 부스를 마련, 사업 비전 등을 집중 홍보하며 글로벌 파트너사 물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550여곳이 참여한 이번 바이오USA에서 삼성은 전시장 메인 위치에 자리해 개막과 동시에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삼바는 이번 행사에서 환경을 고려한 경영방침을 체감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부스를 꾸미고 사업 계획을 전시하며 화이자에 이은 또다른 대형 CDMO계약을 노리고 있다.
삼바는 서비스, 물류 등을 포함한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한 녹색경영을 전개하고 있는 점을 부각시키고 한편, 대대적인 케파 확장 계획을 공개, 바이오USA를 전세계 바이오 및 제약업체 관계자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4월 착공에 들어간 제 5공장을 포함해 향후 제 8공장까지 건설,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 세계 최대 규모의 케파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와함께 위탁개발(CDO) 플랫폼, 항체·약물 접합체(ADC), 메신저 리보핵산(mRNA) 등 확장된 포트폴리오를 소개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지난해 10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 시설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을 방문해 생산 시설을 직접 점검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모습. <사진=삼성 제공> |
■ 5공장 가동 5개월 앞당겨 CDMO케파 독보적 세계 1위 목표
삼성은 앞서 5일(현지시간)엔 2025년 9월 가동 예정이던 제 5공장의 완공 시기를 같은 해 4월로 5개월 가량 앞당긴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부쩍 늘고 있는 바이오의약품 CDMO 수요 뿐만 아니라 기존 및 신규 계약 물량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지난 4월 인천 제 2바이오캠퍼스 내에 5공장 건설 공사를 시작한 바 있다. 지난 4월 착공에 돌입한 5공장의 조기 가동이 이뤄지면 같은 규모의 3공장(35개월)보다 11개월 빨리 완성되는 셈이다.
제 5공장은 총 투자비 1조9800억원, 생산능력 18만ℓ, 연면적 9만6000㎡ 규모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삼성의 총 케파는 78만4천ℓ에 달하며 압도적인 세계 1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삼성이 이처럼 대대적인 케파 확충에 나서는 이유는 CDMO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최대한 활용, 글로벌 초격차를 만들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CDMO시장은 당분간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글로벌 CDMO시장 규모는 올해 191억 달러에서 향후 3년간 연평균 12.2%씩 성장해 2026년에는 270억 달러 규모로 커 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CDMO시장의 고성장세와 막강 케파 확보에 힘입어 2011년 창사 이래 누적 수주액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대형 제약사, 즉 빅파마 20곳중 13곳이 삼성의 고객사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5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틴 보스턴 시포트 디스트릭트에서 열린 CEO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은 초스피드 생산능력 확장으로 초격차를 실현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 ▲정남진 삼성바이오로직스 바이오연구소 소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취재진을 만나 발표하고 있다.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제공> |
■ "R&D역량 강화...양적 질적 성장 통한 '바이오 초격차' 달성"
글로벌 바이오 초격차를 향한 삼성의 움직임은 비단 양적 팽창에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은 연구개발(R&D)을 통한 혁신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단순 위탁생산(CMO)이 아닌 CDMO 사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영역에서 사업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선 R&D역량을 대폭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이를 위해 작년 7월 사장 직속으로 바이오연구소를 출범시켰다. 2023바이오USA에서도 R&D전략과 비젼을 공개했다.
정남진 삼성바이오 바이오연구소장은 7일(현지시간)바이오USA 셋째날 행사가 열린 미국 보스턴에서 취재진을 만나 핵심 비즈니스인 CDMO 지원, R&D 기반 구축·강화, 새 모달리티로의 확장, 오픈 이노베이션 등 4가지 R&D전략을 공개했다.
연구소는 우선 이중항체 플랫폼 '에스듀얼(S-Dual)', 세포주 등 삼바의 핵심 비즈니스인 항체바이오 CDMO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세포 내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교정·삽입할 수 있는 유전체 조작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기술과 유전체·전사체·단백체 등 복합 관찰을 통한 질병 연구·진단 기술인 멀티오믹스, 인공지능(AI) 기술 중심의 데이터 사이언스 등을 통해 R&D기반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새 모달리티로의 확장을 위해서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툴박스 개발·사업화, mRNA 기반 기술 개발, 차세대 GCT 모달리티 탐색 등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삼성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망 바이오 기업과 공동연구·개발, 투자·기술이전, 산학 바이오 협력 생태계 등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 소장은 "단기적으로 CDMO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지속 성장을 이끌어내는 동력을 창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주변기술과 지원기술을 확보하는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불모지에서 메모리 신화를 창조하며 글로벌 초격차를 달성한 삼성이 과연 바이오 부문에서 제 2의 메모리 신화를 창조할 수 있을까.
최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의 케파 확충과 글로벌 마케팅 공세를 강화하고 나선 삼성이 바이오 글로벌 초격차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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