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자본력 앞세운 공개매수 '초강수'에 하이브측 사실상 백기
카카오, IT플랫폼과 엔터IP 접목한 시너지효과 창출 강력 드라이브
| ▲SM인수전이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12일 오후 서울 성동구 SM엔터테인먼트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김범수(카카오그룹 총수)의 승부수가 다시한번 통했다. K엔터의 간판기업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하이브와 '쩐의 전쟁'을 벌이던 카카오가 마침내 SM을 품에 넣었는데 성공하는 분위기다.
양사는 12일 SM의 경영권은 카카오가 가져가고 하이브는 카카오 및 SM과 플랫폼을 협력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양측의 '대승적 합의'이지만, 실상은 경영권을 포기한 하이브의 완패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지난 수 개월간 진흙탕싸움을 벌였던 카카오그룹과 하이브의 마주오는 열차를 연상케하는 SM인수전이 1조2500억원이 넘는 카카오의 배팅(공개매수) 전략에 의해 승부가 갈린 셈이다.
M&A의 귀재이자 비즈니스에서 만큼은 '냉철한 승부사'로 통하는 김범수(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올인 전략에 월드스타 BTS를 발굴하며 일약 'K팝공룡'으로 급부상한 하이브가 두 손을 든 것이다.
▶ 1조원대 '쩐의 전쟁'서 카카오의 '우세승'
양측은 이날 전격 합의의 배경에 대해 지나치게 과열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SM인수전이 주주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가 SM의 신주와 CB인수 계약 당시 책정된 밸류가 주당 9만선이었던 것이 하이브의 참전으로 인수경쟁이 불붙으면서 주당 15만원까지 치솟은게 이를 함축적으로 말해준다.
SM주가가 올초 7만원대에 머물렀던 것을 감안하면, 양측의 과열로 인해 SM의 몸값이 두배 이상 부풀려진 셈이다.
그러나, 이는 하이브측이 인수를 포기하면서 내놓은 대외 명분용일 뿐이며 사실은 카카오와의 SM인수를 위한 '쩐의 전쟁'에서 하이브측이 자본력의 열세를 인정한 결과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우디국부펀드로부터 1조원 가까운 펀딩 자금이 유입돼 실탄이 넉넉한 카카오와 달리 하이브의 보유 현금과 자본동원력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이브로선 카카오의 공개매수 조건을 능가하는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기 위해선 주당 18만원을 제시해야하고, 이럴 경우 무려 1조5천억원이 훌쩍 넘는 현금을 투입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미 K팝계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한 하이브라도 해도 후발기업인 SM인수에 이 정도 자본을 투입하는 것은 능력 밖이고, 명분도 약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얘기다.
SM경영진이 카카오를 대상으로 신주 및 CB 발행을 통해 9.05%의 잠재적 지분을 제공한 이사회 결의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마자 카카오와 맺은 투자 및 사업협력 계약을 즉시 파기하라고 강하게 압박했던 하이브가 카카오측의 공개매수 착수로 졸지에 수세에 몰리며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 카카오 SM주식 공개매수 계속...성공가능성 높아
카카오가 1조2500억원대의 배팅(공개매수) 결정이 SM인수전에서 하이브측으로부터 사실상의 백기를 받아내는데 결정적인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물론 카카오 입장에선 원래 신주와 CB인수를 통해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것에 비하면 인수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하이브의 경영권 포기에도 불구, 카카오는 이달 26일까지 예정대로 공개매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공개매수를 한번 시작하면 중도에 그만들 수 없다.
제 3의 대항 공개매수가 나오는 것이 공개매수를 중도에 그만둘 유일한 방법인데, 하이브의 중도하자로 그럴 가능성은 0%라고 봐도 무방할듯하다.
카카오의 공개매수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M&A이슈가 사라져 주가가 원래 자리로 빠르게 회귀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M&A이슈로 주가가 급당한 종목은 이슈가 사라지만, 주가가 급락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SM 주가의 급락은 주주들이 공개매수 참여를 늘리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SM주가는 13일 1시12분 현재 전일대비 23.75% 폭락한 11만2700원에 거래중이다. 카카오의 공개매수단가(15만원)는 물론 하이브의 당초 공개매수가(12만원)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거래량도 400만주를 가볍게 넘어섰다.
카카오 입장에선 하이브와의 합의로 무난히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져 내심 공개 매수량이 목표치(35%)에 크게 못미치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주가 흐름을 감안하면 카카오의 공개매수는 조기에 마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SM주가는 적정가치를 크게 웃도는 말도안되는 가격"이라며 "M&A이슈가 사라져 단 며칠만에 공개매수 물량을 다 소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계 일각에선 카카오에 대해 하이브와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고 있지만, 카카오로선 공개매수를 통해 약 40%의 SM 지분을 확보, 안정적인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이달말 주총에서 새 등기이사로 제안한 후보들이 대거 입성하며 경영권을 완전 장악할 것이 확실시된다.
| ▲김범수 카카오그룹 총수. <사진=카카오제공> |
▶ 'M&A 귀재' 김범수의 승부수 판세 뒤엎어
하이브와의 불꽃튀는 인수경쟁은 결과적으로 카카오의 SM인수 비용을 예상보다 크게 늘리는 역할을 했지만, SM인수를 통해 엔터사업의 거대한 글로벌 전력을 펼치려는 원대한 꿈을 이루는 데는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김범수의 승부수가 재조명되고 있다. 법원의 'SM 신주 및 CB발행 금지 가처분' 인용 결정으로 패색이 짙던 SM인수전의 판세를 단숨에 뒤짚고, SM인수가 사실상 확정되기까지 김범수 창업주의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현 카카오그룹 총수이자 카카오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는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며 벤처신화를 창조했다. 검색엔진을 바탕으로 차츰차츰 사업영역을 확장해온 이해진 네이버그룹 총수와 달리, 그는 타고난 감각으로 M&A를 연이어 성공시키며 카카오를 단기간에 굴지의 대그룹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김 센터장은 1998년 11월 웹보드게임포털 한게임을 창업하며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2000년 당시 검색엔진업체인 네이버와 전격적인 합병을 단행, NHN을 출범시켰다. 이해진 네이버그룹 총수와 공동대표를 맡으며 둘 사이의 질긴 인연이 이떄부터 시작됐다.
NHN은 게임사업의 우량한 수익모델을 바탕으로 고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종합포털시장의 독보적 1위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해외진출을 놓고 이해진 대표와 갈등이 쌓여간 끝에 2007년 두 사람은 결별을 선언했고 이해진 대표에게 NHN을 넘기고 홀연히 미국으로 건너갔다.
벤처 본고장 미국에서 신사업 구상에 골몰하던 김 센터장은 3년 후인 2010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에 맞춰 카카오톡(카톡)이란 메신저를 들고 벤처시장에 컴백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의 한계를 뛰어넘은 카톡 열풍이 순식간에 전국을 강타했고 1년만에 1천만명의 유저를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카톡의 성공으로 탄력을 받은 김 센터장은 종합포털 만년2위 다음을 인수합병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이는 적중했다. M&A로 단숨에 유무선을 아우루는 명실공히 국내 최대 플랫폼을 완성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카카오는 이후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며 이해진의 네이버를 능가하는 대그룹으로 성장했다.
▶ 카카오그룹 글로벌 엔터사업 탄력 받나
카카오의 이번 SM 이면에는 이와같은 김 센터장의 특유의 M&A 감각에서 출발했다. 한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 즉 K엔터에 대한 무한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 그가 또다른 성장동력으로 엔터를 점 찍은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카카오는 이미 4년여전인 2018년 9월 국내 굴지의 음원사이트 멜론을 인수하며, 엔터사업에 뛰어들었다.
게임, 음악, 웹툰, 웹소설 등 콘텐츠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온 카카오로선 엔터사업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사업을 글로벌로 확대하는 데 있어서 SM의 인수는 필요충분조건에 가깝다. K팝산업의 개척자인 SM을 인수, SM이 보유한 방대한 IP와 엔터사업 전반의 강력한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면, 확실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수효과가 많다. 일단 SM의 인수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 시기를 앞당길 수 있게됐다. 카카오그룹의 엔터사업 전담사인 카카오엔터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엔 상장을 목표로하고 있다. 업계에선 카카오가 SM인수에 올인한 것도 카카오엔터의 상장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하이브와의 인수경쟁에서 잃은 것도 많지만, 합의 과정에서 하이브에게 제안한 플랫폼 협력도 결국은 카카오 엔터사업의 파이를 키우는데는 플러스 효과가 작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SM측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구상한 SM-카카오-카카오엔터 간의 3자협력을 4자로 확대하게 된 것이다.
특히 하이브의 강력한 팬 플랫폼 '위버스'와 SM의 팬 플랫폼 '버블' 간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예상된다. 카카오 입장에선 SM과 카카오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입점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반가운 일이다.
업계에선 "SM의 음악·아티스트 IP와 카카오의 IT 및 플랫폼·기술력, 여기에 하이브의 글로벌 K팝 네트워크가 만나면 상당한 상승 작용이 예상된다”며 “이제 SM의 지배 구조가 한층 명확해진만큼 카카오가 미래 엔터사업에 보다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연 카카오가 SM 인수를 계기로 그룹의 축적된 IT 및 관련 기술과 비즈니스 역량, 그리고 SM의 방대한 엔터 분야 IP를 어떻게 유기적으로 접목하며 무한 확장성을 실현해 보일까. 관련 업계가 카카오와 SM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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