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수출·투자 3대 엔진 다 휘청...인민은행 금리 추가인하
부동산위기 '시한폭탄'...글로벌 경기 회복의 최대 악재 부상
|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사 비구위안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이 불똥이 중국 금융권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수출과 수입이 수 개월째 역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믿었던 소비마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소비 진작책에도 불구, 소비증가율은 갈수록 둔화되는 양상이다.
소비·수출·투자 등 중국 경제의 3대 엔진으로 불리는 경제지표에 일제히 적색경고등이 켜졌다. 여기에 물가하락이 겹치며 경기침체 속에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누가 뭐라 해도 '세계의 공장'인 동시에 '세계의 시장'이다. 독보적인 세계 1위의 상품 소비국이다. 캐나다 금융리서치업체 BCA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은 전 세계 경제성장의 약 40%를 담당했다. 거의 미국(22%)과 유로존(9%)을 합친 수준이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글로벌 경기회복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중국발 'D의 공포'가 경기 회복과 성장률 제고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경제에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 소비증가율 예상치 크게 밑돌아...4월 대비 10%p 둔화
중국 정부는 올들어 제로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으로 노선을 변경하며, 경기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소비진작을 위해 지속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늘렸다. 각종 규제완화를 통해 소비진작에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그러나, 짓눌려있던 중국 경제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18%까지 증가했던 소비는 이후 오히려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다양한 처방전을 내놓고 있지만, 마치 백약의 무효인 듯하다.
당초 기대에 크게 못미친 7월 산업동향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매판매가 2.5%, 산업생산이 3.7% 늘었다고 15일 밝혔다. 중국정부의 기대치에 크게 못미치는 부진의 연속이다.
소비 둔화가 특히 두드러졌다.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이 2% 중반에 그쳐 애널리스트들의 당초 예상치(4.5%)와 2%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이 더 큰 상황이다. 소비가 위축되다보니 생산의 회복도 더뎠다. 산업생산 증가율 역시 당초 예상치(4.4%)를 크게 밑돌았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7월 중국 소매판매는 3조6761억 위안(약 675조7천억 원)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5% 증가했는데, 이는 올들어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중국의 소매판매 증가율은 4월 18.4%를 정점으로 5월(12.7%), 6월(3.1%), 7월(2.5%)로 떨어지며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4월과 비교하면 소비증가율이 무려 16%포인트 가량 둔화한 것이다.
1∼7월 중국의 누적 소매판매는 26조4348억 위안(약 4859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 늘어났다. 7월의 부진으로 소비증가율을 상당히 갉아먹은 셈이다. 이는 지난해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중국 경제가 사실상 마비된데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최악의 부진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중국 경제가 정부의 리오프닝과 강력한 경기활성화 정책의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 ▲중국 경제성장률 회복이 더딘 가운데 중국 수출은 수 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수출항구. <사진=연합뉴스> |
■ ‘제로 코로나’ 정책 후유증 등에 소비 갈수록 위축
뉴욕타임는(NYT)는 이와관련 최근 "중국 수출이 3개월 연속, 수입은 5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물가하락과 소비위축이 겹치며 전 세계가 중국의 경기 회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앞서 지난 11일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 세계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최근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종이 울렸다고 진단했다. 가디언은 중국이 올초 코로나19 관련 규제를 모두 풀었음에도 기대했던 ‘보복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내수 부진으로 경기 회복이 더딘 데에 많은 전문가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의 적극적인 내수 활성화 정책에도 중국내 소비가 오히려 더 위축되고 있는 이유는 당국의 무리한 봉쇄 등 ‘제로코로나’ 정책 후유증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제로코로나로 잔뜩 움추려든 소비자들이 두려움에 좀처럼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계저축률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데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불확실성도 한 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규제완화에도 불구, 부동산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국 굴지의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고조되며 부동산업계 전반의 도미노 디폴트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비구이위안은 앞서 지난 7일 만기가 돌아온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의 이자 2250만 달러를 지불하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 최대 76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냈다. 디폴트가 초읽기에 들어간 비구이위안 채권 11종은 14일자로 거래가 전면 중단되며 디폴트 초읽기에 들어갔다.
또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위안양그룹도 2024년 만기 예정인 금리 6% 어음 2094만 달러(약 279억 원)를 상환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됐다. 이 여파로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신탁회사 중룽국제신탁이 지난 14일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홀딩스·난두물업·셴헝인터내셔널 등 3개사의 만기 도래 상품의 현금지급을 연기했다.
| ▲ 재닛 옐런 미 재무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중국의 경제위기가 이웃 아시아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미국에도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
■ 中GDP의 25%인 부동산 위기...세계 경제의 '시한폭탄'
중룽의 지급 연기는 대주주인 자산관리회사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깊다. 중즈그룹의 자산관리규모는 300만 위안 이상을 투자한 투자자가 10만 명이 넘는 등 1조 위안에 이른다.
헝다그룹 파산 사태가 2년 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마저 디폴트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부동산 개발업계에서 시작된 디폴트 위기가 금융권 등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경제 회복이 악화하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의해 더욱 압박을 받고 있다”며 “최신 데이터를 보면 중국경제가 성장 반등의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비관론을 내놨다.
실제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줄파산 위험이 고조됨에 따라 중국의 디플레 국면을 더욱 재촉, 중국경제를 회복불능 상황으로 밀어넣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의 경제 문제를 언급하면서 ‘시한폭탄(time bomb)’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도 실제로 중국경제의 영향력을 감안, 중국의 경제위기가 세계 경제에 자칫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맥쿼리의 중국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초근 “중국의 경기 후퇴는 글로벌 경제 전망에 분명히 영향을 줄 것이다. 중국은 세계 1위 상품 소비국이기 때문에 그 영향은 아주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 장관은 14일(현지시간) 중국 경제 불안이 미국 경제에 위험 요인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노동조합 행사 참석, "중국의 경기둔화는 이웃 아시아 국가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미국에도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5일 경기둔화세에 대한 대응으로 단기 정책금리를 전격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은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내렸다.
| ▲중국이 경기침체 속에서 물가가 계속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중국 베이징의 한 식료품 상점. <사진=연합뉴스제공> |
■ 전문가들 "中경제위기, 韓 경제 회복의 최대 하방리스크"
이번 금리인하로 시장에 유입되는 유동성 규모는 총 6050억 위안, 한화로 (약 111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MLF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을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는 유동성 조절 도구다. 중국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유동성 확대를 통해 경제회복의 불씨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적 선택인데, 시장에선 큰 효과를 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수 십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중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경기회복세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존도가 가장 높은 대한민국이 걱정이다.
중국 경제가 자칫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경우 최대의 피해국은 한국이 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한국 교역량의 약 4분의 1을 커버하고 있다.
글로벌 IB를 중심으로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유다. 실제 중국 내수의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한국의 수출이 부진의 늪에서 쉽사리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회복이 ‘상저하고(上低下高)’의 최대 변수인 상황에서 중국발 'D의 공포'는 하반기 반등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한국 경제의 최대 하방 리스크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리오프닝 효과는 커녕 디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진다면, 한국의 수출플러스 달성도 요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골드만삭스·JP모건·씨티 등 주요 글로벌 IB들이 지난달말 내놓은 보고서를 종합하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 밑으로(평균 1.9%)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2.4%)나 한국은행(2.3%)의 내년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대 중국 수출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점이 적지않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중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한 한국 경제의 상저하고 기대감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도 한국 경제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매우 힘든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정부도 중국경제위기, 즉 차이나리스크를 전제로 한 새 경제활성화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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