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최대 780만원 확대...쪼그라든 수요 살아날까

장연정 기자 / 기사승인 : 2023-09-25 14:56:40
  • -
  • +
  • 인쇄
환경부, 전기차보조금확대 방안 발표...차량 할인 시 추가 보조
車업계 판매가격 할인금에 맞춰 최대 100만원 이하 차등 지급
시장 축소 겨냥한 '궁여지책'...실효성 놓고 업계 반응 엇갈려
▲전기차 내수 진작을 위해 정부가 제조사 할인과 연동한 보조금 확대 정책을 내놨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정부가 올들어 성장세가 급격히 꺾인 전기차 수요 촉진을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국비보조금을 다시 확대한다.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가 지난 8월말 기준 50만대를 넘어섰지만 올들어 판매량이 눈에띄게 둔화하자, 궁여지책으로 지난해 축소했던 보조금을 다시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다만 일종의 고통분담 차원에서 완성차업체의 할인 금액에 비례해 보조금을 차등 적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지원하는 국비보조금과 업계 할인금액, 지자체 보조금 등을 합쳐 전기차 구매자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는 데다가 내수 마저 부진, 업황 악화가 우려되는 자동차 및 배터리(2차전지) 업계는 이번 보조금 확대 정책이 수요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보조금+할인, 5600만원대 전기차 4140만원에 구매?

환경부는 25일 전기차 보급 촉진을 위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차량 할인금액에 비례해 국비보조금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는 전기승용차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 방안을 마련, 발표했다.


고객들이 전기차 구매의사 결정 시 차량가격이 주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 보조금과 전기차 제조사의 판매가 할인을 연동함으로써 예산과 소비자 부담을 극대화한게 이번 정책의 골자다.


이에 따라 기본 판매가격 5700만원 미만의 전기차에 적용되는 국비보조금은 최대 680만원에서 제작사의 차량가격 할인금액에 따라 최대 780만원으로 100만원까지 늘어난다.


차량 가격 5600만원에 680만원의 보조금 받았던 전기차의 예를 들면, 제작사가 500만원을 할인 판매할 경우 보조금은 100만원 늘어난 780만을 국비에서 지급한다.


현재는 5600만원짜리 전기차의 실제 구매가격은 국비와 지방비 보조금을 합쳐 4740만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부의 보조금 확대 조치로 600만원이 더 싸진 4140만원에 구매할 수 있게된 셈이다.
차량가격 4600만원짜리 전기차의 경우 기존에 국비 보조금 660만원을 받아왔으나 제조사가 200만원 할인해 판매하면 국비보조금이 35만원 더 지급된디. 제조사 할인금과 보조금 전체를 포함, 실구매가가 종전 3760만원에서 3525만원으로 235만원 저렴해진다.


당초 68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 차종에 대해 차량가격을 일괄적으로 300만원 할인한 경우 60만원의 국비를 추가 지급받아 총 740만원의 국비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이번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 확대 방안을 이날부터 시행되는 '2023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즉각 반영키로했다. 다만 시행은 일단 올 12월 31일까지만 적용하되 시장 상황에 따라 연장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전기차 주차장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 전기차 산업가치와 내수 둔화 고려한 특단의 조치

환경부는 이번 정책에 참여를 희망하는 전기차 제조사가 제출한 차종별 가격인하 증빙서류에 대한 검토를 거쳐 해당 차종의 국비 보조금을 재산정해 지원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또 법인과 개인사업자 구매 지원 대수도 확대한다. 당초 전기승용차 구매 지원 대수는 2년에 1대로 제한되었던 개인사업자, 지자체 보조를 받고 2년이 지나지 않은 법인도 한 번에 여러 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이번에 전략적으로 제조사 할인과 연계, 보조금을 늘리기로 한 배경은 전기차 산업의 중요성과 내수 둔화 현상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국가 핵심산업이자 수출효자로 자리매김했다. 매월 40%를 넘나드는 초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덕분에 자동차가 반도체 부진을 상쇄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최근 업황 악화가 우려된다. 설상가상 내수 부진이 심각해 자칫 자동차산업 전체의 성장동력이 약화될까 걱정되는 상황에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실제 올 1월부터 8월까지 전체 전기차 보급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지만, 누적 판매량은 6만7654대로 작년 1~8월(7만1744대)보다 5.7% 감소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기차 신차 등록 대수는 1만348대로 전년 동월 대비 무려 31.9% 쪼그라들었다
차랑용 반도체대란으로 자동차 출고 지연 사태와 국제유가 급등이 맞물리며 판매량이 급증했던 지난해와 전혀 다른 분위기다.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로서도 보조금을 확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신차 수요가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차에 더 쏠리고 있는 것도 정부의 전기차보조금 확대 정책을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안전성과 충전인프라 등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올들어 국내 하이브리드차의 판매 증가 속도는 전기차를 압도하고 있다.

 

▲기아가 야심차게 내놓은 플래그십 전기차 EV9. 경기침체와 수요위축 속에 EV9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사진=기아제공>

 

◇ "3개월짜리 정책" 실효성 의문...파격적 정책 준비해야

여러가지 이유로 2030년 전기차 420만대 보급이라는 목표 달성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자, 정부는 보조금 확대를 포함한 다양한 부양책을 마련, 전기차 시장 확대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전기차 수요 정체에 대응해 정부가 산업경쟁력을 확보를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보조금 확대 방안을 착실히 추진, 전기차 보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내년엔 관련 정책을 재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보조금과 제조사 할인을 연동한 전기차 부양책을 내놓음에 따라 완성차 및 배터리 업계의 간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보조금 확대로 수요가 다시 회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보조금이 축소됐는데 다시 확대된다면 고객 입장에선 전기차 구입을 한 번 더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수요 변화를 지켜보고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조정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심각한 경기 상황이다. 제조사 할인과 보조금 확대로 전기차 구매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경기가 워낙 좋지않아 한 풀꺾인 수요가 얼마나 회복될 지 미지수다. 연말까지 고작 3개월간 한시 적용되는 이번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적지않다.


기름값 못지않은 전기요금의 가파른 상승으로 전기차의 본질적 매릿이 약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조금의 확대로 수요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유의미하게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보조금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연차 대비 비싼 가격, 충전 시간과 인프라 부족, 유지비(전기요금) 인상, 안전성 문제 등의 걸림돌"이라고 전제하며 "정부가 파격적인 보급 확대 정책을 내놓지 않고는 위축된 전기차 수요를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리기는 쉽지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