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믿을 건 첨단산업 뿐"...6대핵심산업 육성에 올인한 정부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3-15 14: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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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반도체 등 첨단 산업 초강대국 도약 위해 550조 투자 계획
용인에 300조 투입 반도체클러스터 구축...첨단 산단도 14개 조성
미래차·2차전지·로봇 등 6대 핵심산업 세계 선도국가 도약이 목표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윤석열 정부가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6대 첨단산업 육성에 무려 550조원을 투입하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선언한 것은 "믿을 건 첨단산업 뿐" 이란 현실 인식이 깊게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도체를 필두로 주요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이 날로 심화, 저마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범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와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세계는 지금 곳곳에서 첨단산업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촉발된 글로벌 복합위기가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란 미명 아래 주요 강대국들의 기술패권 다툼의 결과아 파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게 안갯속 형국이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강대국들의 첨단기술을 둘러싼 패권싸움은 마치 세계 대전을 방불케한다. 그들의 주요 타깃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바이오, 미래자동차차, 로봇 등 첨단 업종이다. 모두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분야다.

▶ "경제의 버팀목"...첨단산업 선도국가 도약 박차

정부 입장에선 대한민국이 강점을 지닌 주요 첨단산업이 강대국들의 알력다툼으로 인해 자칫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의 상황에 빠질 수 있기에 보다 강력한 대응이 필요했고, 그 대안으로 6대 핵심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읽힌다.


정부는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주요 첨단산업이 위기에 봉착하면 국가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보고, 수성 보다는 공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기회에 정부 모든 역량을 총동원, 6대 첨단산업 부문의 확실한 글로벌 선도국가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반도체 소재 제조업체와의 간담회에서 "경제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자산으로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날 회의 역시 6대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 속에서 우리가 선도국가로 도약하는 전략과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그런 만큼 정부가 이날 내놓은 6대 첨단산업 육성 전략엔 첨단산업 초강대국 도약을 위한 국가 총력 지원 과제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각 산업별 지원 계획과 목표가 담겨있다.


핵심은 역시 반도체다. 반도체는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의 경제와 산업의 핵심이다. 반도체가 글로벌 수요 위축에 '혹한기'에 접어들며 흔들리자 전체 수출이 급감하고,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경제성장률마저 둔화되고 있다.


반도체 의존도가 과도한 것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반도체산업을 더욱 육성 및 발전시켜야 경제 전체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반도체 생태계 확장에 두팔을 걷어 부쳤다. 우선 3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6대 첨단산업 전체에 투자 목표로 잡은 550조원의 절반을 훌쩍 넘는 규모다.

 

▲ 윤석열 대통령과 주요 관계자들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제공>

 

▶ 반도체가 핵심...수도권에 대규모 메가클러스터 조성

메모리 부문에서 독보적 위상을 구축한 상황에서,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계획의 방점은 시스템 반도체에 찍혀있다.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를 국가차원에서 적극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시스템 반도체는 메모리, 파운드리와 함께 반도체의 3대 축인데,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분야다. 미국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특히 삼성전자가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파운드리 부문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업체들이 주로 외주생산(파운드리)에 맡기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경기도 용인을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조성, 기존의 기흥-화성-평택-이천과 연결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150개 이상의 국내외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판교 팹리스 등과 연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게 정부의 전략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디자인하우스-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의 밸류체인과 우수 인재를 결합한 획기적인 모델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매출 1조원대의 팹리스 시스템반도체업체 1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구체적인 세부 전술도 함께 내놨다. 정부는 우선 전력, 차량용, AI(인공지능) 반도체 핵심 기술 개발에 2030년까지 3조2000억원 규모의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첨단패키징 분야에는 24조원 규모 민간 투자에 더해 정부도 3600억원에 이르는 개발비를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반도체 외에 디스플레이 세계 1위 탈환, 이차전지 2030년 세계 1위 도약, 바이 오의약품 제조 세계 1위, 미래차 글로벌 3강, 첨단 로봇 제조국 진입 등 주요 첨단 산업의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전국 곳곳에 이들 6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14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세부 계획도 내놨다. 총 1200만평(476만㎡) 규모 부지에 산단을 조성, 전국에 첨단산업 생산거점을 고르게 확보하겠다는 목표아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 지자체 협조와 민관 협력체제 구축 반드시 수반돼야

정부의 6대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거시적인 전략이 드러난 만큼, 이제 남은 과제는 미시적인 전술을 어떻게 짜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 무엇보다 첨단산업 육성에 필요한 기본적인 재원이 민간부문에서 나와야하기 때문에 각종 세제혜택은 물론 민관의 긴밀한 협력 체제 구축은 필수 조건이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국가첨단산업벨트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과감한 규제 완화는 충분조건이다. 관계기관과의 사전협의 등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예비타당성(예타)면제 등 파격적인 행정적 자원이 수반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정부는 이와관련, 신규 산단 조성 등에 수반되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농지 규제를 최고 수준으로 완화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는 특히 관련 기업들이 산업단지 개발 계획 수립 때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국가첨단산업벨트 범정부추진지원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속도를 내는 데 발목을 잡는 모든 요소를 해제할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는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이기에 범정부 추진지원단을 가동해 빠른 곳은 대통령 임기 중인 2026년 말 착공할 수 있도록 전속력을 내겠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긴밀한 협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기도 등 관련 지자체의 도움이 없이는 이번 6대 핵심산업 육성 전략을 원활히 추진하기 쉽지 않다. 특히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을 위해선 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이번 6대 첨단산업 육성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질 위기에 놓인 한국 경제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국가프로젝트이다. 새로운 유망산업을 발굴,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도 더 없이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끌고 가야할 핵심 산업의 미래 비젼을 새로 정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를 필두로 정부가 제시한 주요 첨단산업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수출과 국가경제를 좌우할 핵심산업"이라고 전제하며 "그런만큼 중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다 치밀한 전략 전술을 마련, 일관되게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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