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임금 삭감" VS "경영부담 가중"...노사 다 불만인 내년 최저임금

조봉환 기자 / 기사승인 : 2023-07-19 14: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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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9860원...임금위, 밤샘협상후 표결로 2.5%인상키로
노동계 "물가인상분에 못미쳐"...업계 "인상 유감, 고용 축소" 우려
임금심의 110일 최장기록...최저임금제 전면 개편 등 후폭풍 예고
▲2024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인상된 986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월급기준으론 206만740원이다.  <그래픽=연합뉴스제공>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이 삭감된 것이나 다름없다. 소득불평등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을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이다. 고용 축소가 우려된다."


내년 최저임금 협상이 난항 끝에 시급 9860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올해보다 2.5% 인상된 것인데,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불만이다.


노동계는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2.5% 인상은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이나 진배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필두로 중소기업계는 경기침체와 원가상승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 인건비 부담이 더 늘어나 내년 경영환경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한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위는 이날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에 즉시 제출한다. 노동부는 내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하면 내년 1월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 '17 대 8' 경영계 압승...역대 두번째로 낮은 인상률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부터 19일 오전까지 무박 2일간 정부세종청사에서 밤샘 마라톤협상 끝에 15차 전원회의를 통해 2024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9860원으로 최종 결정했다.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206만740원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법에 따라 지난 3월 31일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 지 꼭 110일만의 일이다. 역대 최장기간 심의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종전엔 2016년 108일이 최장기록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합의가 아닌 투표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막판에 양측의 제시안의 차이가 180원까지 좁혀져 합의에 의한 결론이 기대됐으나, 끝내 결렬된 탓이다.


최저임금위는 노사가 제시한 최종안(11차 수정안)인 1만원과 9860원을 놓고 투표에 부쳤고 결과는 경영계의 압승이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9860원이 전체 26표 중 17표를 받았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4차 전원회의에 참석한 공익위원들이 사용자와 근로자위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이 경영계의 손을 들어준 때문이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들이 제시한 1만 원은 자체표인 8표에 불과했다.


인상률은 2.5%다. 이는 지난 2021년(1.5%)에 이은 역대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10.9%를 정점으로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올해 5.0%였다.


경영계 최종 제안선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됨에 따라 내년에도 최저임금은 노동계의 염원인 시급 1만 원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당초 올해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사상 처음 1만원을 돌파할 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우여곡절 끝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5% 오른 9860원으로 일단락됐으나, 노사 양측이 모두 반발, 후폭풍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노동계는 기대 이하의 인상률이란 것이고, 사용자측은 인상 자체가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소상연 "지불주체의 절규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 비판

먼저 내년엔 1만 원 진입 염원이 실패한 데에 허탈한 심정을 토로한다. 표결 직후 노동계 측은 결과도 듣지 않고 퇴장하는 등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근로자위원들은 "2.5%의 인상률은 실질임금이 줄어든 사실상의 임금인하다"면서 "이는 결국 소득 불평등이 더욱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라며 "이는 실질임금 삭감이나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


"최저임금제도는 1987년 제도 시행 이후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국민경제의 건강한 발전에 최우선 목적이 있는 대표적인 사회안전망"이라며 "지난 2년 간 최저임금 결정 산식이 잘못된 예측으로 지난해 물가 폭등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저임금노동자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 회의를 마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새벽 회의장을 벗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불만을 나타내긴 경영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소상상공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비용구조와 경제상황을 고려해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해왔는데,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핵심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만기 무역협회 부회장도 "수출기업의 75%가 2024년 최저임금의 동결 또는 인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수출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 해외 투자 확대 및 자동화 추진 등에 따른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 노동계 "현 제도의 공정성에 의문...제도 개편 필요"

이처럼 내년 최저임금 결정 이후 노사 양측이 모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다가, 노동계에서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 자체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노동계는 특히 최저임금의 공정성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한국노총 류기섭 사무총장은 "심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부 고위인사가 확신에 찬 발언을 하고 결국 이것이 들어맞는 걸 보면서 최저임금가 공정하지도, 자율적이지 않고 독립성을 상실한 '들러리 위원회'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가 잠시 휴정하자 사용자위원들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2024년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모든 꿈을 짓밟았다"며 "2017년 대선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하며 사회적 공감대와 합의가 이뤄졌지만 올해도 1만원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선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측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고용 위기와 일자리감소 등 괴담에 가까운 주장은 결국 근본적 문제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을과 을의 경쟁과 갈등을 조장,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이에 따라 최저임금위와 최저임금 제도에 대한 전면 개편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한국노총은 근본적으로 사용자위원의 동결,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 정부의 월권과 부당한 개입에 사라진 최저임금위의 자율성, 독립성, 공정성을 확립하는 방안에 대해 깊이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사용자는 사용자대로 매년 불만인 현재의 최저임금제도는 뭔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면서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 적용된 지도 벌써 15년이 지난만큼 제도 자체의 쇄신을 고민해볼 때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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