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시장 주도권 쥔 SK하이닉스, '초고층 낸드'도 기선제압

최영준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9 14: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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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플래시메모리서밋'서 사상 최고층 321단 낸드 전격 공개
2025년 양산…현 최고층 238단 이어 낸드 300단 시대 주도
HBM3 이어 메모리 기술리더십 굳혀…업계1위 '삼성' 자극
▲ SK하이닉스가 플래시메모리서밋(FMS) 2023에서 공개한 4D 낸드 321단 샘플 <사진=SK하이닉스>

 

챗GPT가 빚어낸 AI(인공지능) 열풍으로 고성능 메모리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최근 SK하이닉스(이하 하이닉스)의 주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AI용 고성능 반도체로 향후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하이닉스가 기술력과 공급 능력면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에 올라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현재 전체 HBM 시장에서 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0%를 웃돈다. 미국 반도체산업의 자존심 마이크론과 업계 최강자인 삼성전자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차세대 제품으로 초거대 AI시스템용 핵심 메모리로 떠오른 HBM3는 사실상 독점 공급중이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HBM 점유율은 내년초 50% 중반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라이벌 삼성을 제치고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확실하게 주도권을 잡은 하이닉스가 이번엔 무려 321단까지 쌓아올린 초고층 낸드플래시를 깜짝 공개, 다시한번 업계의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 업계 첫 300단대 낸드플래시 양산 일정 공개 주목

SK하이닉스는 8일(현지시간)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낸드플래시 콘퍼런스 '플래시메모리서밋(FMS)2023'에서 300단 이상 초고층 낸드의 구체적인 개발 경과를 소개하며, 세계 최초로 321단 낸드 개발 샘플을 전격 공개했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셀을 수직으로 한층한층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기술경쟁의 핵심 요소다. 초거대 AI의 등장으로 낸드 역시 단일 면적당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기술경쟁이 치열한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낸드의 층을 올릴 때마다 웨이퍼 당 생산성은 높이지고, 수요업체들의 비용의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메모리업계는 사활을 건 초고층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업계에선 현재 하이닉스가 초고층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작년 8월 '플래시메모리서밋2022' 행사에서 업계 최고층인 238단 낸드 4D 신제품을 공개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마이크론이 작년 7월 232단 낸드 출하를 시작하자, 하이닉스는 이보다 6층 더 높은 238단으로 내놓으며 한발 앞서 나간 것이다. 이에 질세라 삼성 역시 작년 11월 236단으로 추정되는 1Tb(테라바이트) 8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하며 초고층 경쟁에 가세했다.


하이닉스가 이날 이례적으로 321단 개발샘플을 전격 공개한 것은 업계의 초고층 낸드 경쟁에서 확실한 비교 우위를 갖고 있음을 대외에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현존하는 적층 기술의 한계로 여겨진 마의 300단 대를 업계 최초로 돌파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하이닉스가 고성능 메모리 분야에서 만큼은 기술 리더십을 굳혔다는 의지의 표현이란 얘기다.

 

▲ SK하이닉스가 전체적인 실적부진과 메모리 시장점유율이 3위로 떨어졌음에도 고성능, 초고층 메모리 기술리더십을 공고히하며 대약진을 예고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앞 빨간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뀔 가능성이 점차 높아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HBM3 이어 321단 낸드 개발로 경쟁구도 변화 예고

하이닉스가 공개한 1Tb TLC(Triple Level Cell) 321단 낸드는 용량면에서 전세대를 압도하고도 남는다. 전 세대제품인 238단 512Gb(기가바이트) 대비 생산성이 무려 59%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정달 하이닉스 낸드개발담당 부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현재 양산 중인 현존 최고층 238단 낸드를 통해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321단 낸드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중"이라며 "적층의 한계를 다시한번 돌파, 300단대 낸드 시대를 먼저 열며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이닉스가 321단 1Tb TLC 4D 낸드플래시를 기술적으로 좀 더 보완해 2025년 상반기 중에 본격 양산에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하이닉스가 마이크론과 삼성에 비해 무려 100단 가까이 더 쌓아올린 최첨단 낸드를 공개하고, 상용화 일정까지 발표하면서 업계의 최고층 경쟁은 더욱 불꽃을 튀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하이닉스가 AI용 HBM 시장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장악한데 이어 초고층 낸드까지 독주 채비를 갖추면서 메모리업계의 시장 지배력 싸움과 경쟁구도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반도체 수요위축과 가격급락을 견디다 못해 범용 낸드 등 일부 메모리에 대한 대대적인 감산을 단행, 전체 메모리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마이크론에 내준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1분기 D램 시장점유율면에서 하이닉스는 24.7%로 전 분기(27.0%)보다 2.3%포인트 하락하며 삼성(42.8%), 마이크론(27.2%)에 이어 3위이다. 삼성과 양강체제를 구축했던 하이닉스가 마이크론에 역전 당한 것이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34.3%로 1위를 지킨 가운데, 하이닉스는 자회사인 솔리다임을 포함 15.1%의 점유율로 일본 키옥시아(19.5%), 미국 웨스턴디지털(15.9%)에 4위에 그쳤다. 전분기 3위에서 한계단 내려앉은 것이다. 

 

▲ 송용호 삼성전자 부사장이 8일(현지시간) 플래시메모리서밋2023에서 PCIe 5.0 데이터센터용 SSD 'PM9D3a'를 포함한 차세대 스토리지 솔루션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세계 최강 삼성 자존심 추락...반격 채비 본격화

하이닉스는 현재와 같은 메모리 경쟁구도가 HBM3로 인해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6월 엔비디아와 HBM3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HBM3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특히 경쟁업체들의 맹추격에 대응, 내년 상반기에 5세대 HBM인 ‘HBM3E’를, 2026년에는 6세대 ‘HBM4’를 순차적으로 양산하며 시장 주도권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일반 메모리값의 3배를 웃도는 HBM3 매출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범용 메모리의 부진을 메우고도 남을 것이란 얘기다. 

 

낸드 역시 지금은 총체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지만, 강점을 보유한 초고층 위주로 매출구조를 재편한다면, 빠르면 이번 3분기, 늦어도 올 4분기엔 메모리업계 경쟁구도의 지각변동이 생길 것이라고 자신한다. 


첨단 메모리 분야 전반에서 하이닉스의 대 약진은 라이벌 삼성에겐 큰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케파(생산능력), 매출, 이익률, 시장점유율, 기술력 등 메모리 전부문에서 세계 최강을 자부해온 삼성이 HBM3, 초고층 낸드 등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하이닉스에 기선제압을 당했기 때문이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삼성은 반격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다. 삼성은 HBM3의 대량 양산을 서두르는 한편 4세대 HBM3e와 5세대 HBM4만큼은 하이닉스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감추지 않고있다.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낸드 역시 향후 초고층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이 고성능 메모리 공급능력을 대폭 확대하며 이미 하이닉스에 대한 집중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HBM에서 321단 낸드로 이어지는 하이닉스의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의 대 약진은 삼성의 경쟁심을 자극, 결국 메모리 강국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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