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국제원자재값 하락 반전이 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이유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2-07-21 14: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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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원자재값 하향세 지속...'수출중심국' 대한민국으로선 'R의 공포'가 현실화
▲ 부산항 신선대부두 컨테이터 하역장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은 에너지 및 자원 빈국이다. 석유, 석탄, 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과 원자재의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한다. 일부 원자재는 생산하지만, 국내 수요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국제 원자재 가격의 변동은 우리 경제에 매우 예민한 이슈다. 국제 시세의 급등락에 따라 우리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국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이 점차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물론 생산국이 제한적인 일부 품목의 가격은 여전히 고공 비행을 계속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상반기에 에너지 파동이 일던 때와 비교하면 상당히 진정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선 국제유가는 최근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계 최대의 원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러시아의 발언 내용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상반기 전고점 대비 상당히 하락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 때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 140달러벽을 위협하던 국제유가는 현재 100달러 초중반대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고점 대비 30% 안팎 떨어져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1.96달러(1.88%) 하락한 102.2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9월물 브렌트유도 WTI 시세보다 다소 높은 106달러선을 형성하고 있다.


향후 국제유가 추이에 대한 전망도 상승보다는 하락쪽이 우세하다. 일부 외신은 브렌트유가 현재 배럴당 105달러 수준에서 올 연말에는 100달러, 내년 하반기엔 80달러선까지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상황에 따라선 50~80달러선까지 밀릴 개연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기, 전자, 자동차, 건설 등 폭넓게 쓰여 경기에 민감한 구리 역시 지난달부터 가파르게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3월 톤당 1만730달러를 돌파했던 구리 가격은 지난 15일 톤당 7천달러까지 주저앉았다. 35% 가까이 급락한 결과다.


알루미늄의 낙폭은 더 크다. 지난 2월 톤당 3984달러로 정점을 찍은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15일 기준 2320달러까지 내려왔다. 2월 대비 40% 넘게 국재 시세가 하락한 것이다. 철광석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톤당 144달러대였던 철광석은 최근엔 104달러대까지 밀려났다. 업계에선 머지않아 철 가격이 두 자릿수대에 재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각종 산업용 원자재로 쓰이는 주요 비철금속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리튬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이 상반기 전고점 대비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 대량으로 사용되지만, 생산국은 중국 등 극소수에 불과해 국제시세가 떨어질 줄 모른다.


우선 니켈을 보자.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니켈 가격은 이달 15일 기준 톤당 1만9333달러로 지난달말에 비해 18% 이상 떨어졌다. 최근 2만달러대를 회복했지만, 지난 3월 4만8410달러와 비교하면 50% 이상 급락한 셈이다.


니켈의 생산량은 러시아가 최대지만, 최대 수요국은 중국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경제부진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앞으로 상당기간 하락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재확산 및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 조치 영향으로 올 2분기 성장률이 0%대(0.4%)로 주저앉아 충격을 줬다.


이어 코발트가 지난 5월 톤당 8만1690달러에서 최근 5만달러로 급락했으며 아연 가격 역시 LME기준 지난 19일 전달에 비해 15.6% 하락한 톤당 303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상반기 최고가(4563달러) 대비 33.5% 하락한 것이다. 금, 은 가격도 상반기 최고가 기준으로 각각 16.5%, 29.0% 내렸다.

천정부지 高물가 관리엔 긍정적 시그널
이처럼 에너지와 각종 원자잿값이 일제히 하락세로 접어듦에 따라 복합위기로 궁지에 내몰린 우리 경제엔 일단 다소간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치솟는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채산성을 사수하는데 애를 먹던 산업체들에게도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심각한 물가상승에 대한 대책 부재로 고전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선 국제유가의 하락은 안도의 한숨을 쉴만한 사안이다. 6%대의 기록적인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기엔 유가 하락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천정부지로 치솟던 전국 휘발유 가격은 두 달여 만에 다시 전국 평균이 리터당 2천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유류세를 법정 최고한도까지 인하한 탓도 있지만, 국제유가가 하락 반전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3.33원 내린 L당 1998.83원을 나타냈다. 지난달 30일 2144.9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3주만에 2천원 벽이 무너진 것이다. 유가의 지속적 하락으로 7%벽을 위협받는 물가를 진정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최근 원자재값의 하락 반전의 근본 배경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경기침체의 영향 때문이란 점에서 결코 달가워만 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요 원자재 생산국들이 공급량을 늘려 가격이 떨어진 게 아니라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감소가 가격을 끌어내린 주요인이란 얘기다.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으로 경제가 돌아가는 대한민국 입장에선 매우 위험한 시그널이다.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타격보다 글로벌 시장의 경기부진으로 인한 타격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이유 때문이다.


이미 코로나 팬데믹에서 꾸준한 상승세로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은 2분기 이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우리 경제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총체적인 경기침체가 더 심각한 문제 야기
특히 북미, 유럽의 경기 침체 분위기는 갈수록 경기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인플레를 인위적으로 막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면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양상이다. 이른바 'R(경기후퇴)의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자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부진은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은 우리나라 수출의 4분의 1을 소화하는 핵심 교역국이다. 중국의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의 타격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원자재 시장조사기관 코리아PDS는 니켈의 사례를 예로 들며 세계 최대 수요국 중국의 경기 회복이 지연 우려와 미국의 초 긴축 정책에 따른 경기 후퇴 가능성이 커져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컨설팅 회사 ESAI 에너지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하루 평균 석유 수요가 1억 배럴 수준인데 현재 400만 배럴 정도 남을 정도로 수요가 현저히 감소했다. 그만큼 경기 부진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1일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5%로 높이고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낮춘 것도 이와 무관치않다. ADB의 전망치는 KDI(2.8%), OECD(2.7%), 한은(2.7%)보다 낮게 본 것이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 국제유가와 원자재값 하락은 당장엔 우리 경제에 플러스 효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총체적 경기 부진에 기인한 것이라면, 결코 반가워만 할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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