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3차례 더 금리 인상 예고...1월13일 금통위, '금리동결' 가능성
|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연준 청사에서 기준금리 인상 이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이 적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15일(한국시각) 올해 마지막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0% 인상하는 빅스텝을 선택했다.
전날 미국의 11월 물가상승률(CPI)이 7.1%로 눈에 띄게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FOMC의 빅스텝 선택에 대한 고민을 크게 덜어줬다는 관측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이번 빅스텝 선택으로 지난 10월 물가가 8%벽이 붕괴되고 7%대에 진입하면서 꾸준히 제기돼온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론'이 이제부터 서서히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이날 오전 8시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어 "FOMC정례회 결과가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한 뒤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와 마치 전쟁을 벌이듯 인플레이션을 감축한다는 명분 아래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계속 밟아왔다. 지난 6월부터 7월, 9월, 11월까지 4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러나 지난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되고, 그 폭이 시장의 전망치를 웃도는 등 인플레가 둔화하는 양상이 두드러지자 결국 연준이 브레이크페달을 밟으며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한 셈이다.
연준, 내년초 '베이비스텝' 단행 가능성
연준의 이같은 금리 인상 속도조절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게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인플레를 촉발시키며 금리의 광폭 행진을 야기한 에너지가격이 크게 하향 안정화되면서, 물가상승률의 둔화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올해 에너지 파동의 중심축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형이고, 경우에 따라 확전될 가능성이 잔존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경기침체 여파로 에너지 소비가 줄면서 국제 시세가 당분간 크게 오를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앞으로 더 이상은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12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폭이 더 커져 6%초중반까지 내려앉는다면, 연준이 내년 첫 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인상)으로 속도를 더 줄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연준이 FOMC정례회의 이후 내놓은 점도표(dot plot)를 봐도 어느정도 짐작 가능하다. FOMC점도표란 18명의 FOMC 위원의 향후 적정 금리에 대한 개별 의견을 반영한 예상치를 점으로 표시한 것이다.
FOMC 점도표는 향후 금리변동의 흐름을 간파할 수 있는 매우 의미있는 지표로 간주된다. 장기적인 전망은 시장상황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 점도표의 범위안에서 금리조정 폭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금융계 종사자나 투자자들이 FOMC의 점도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증시 등 금융시장은 현재보다 미래의 시장 변화에 더 주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FOMC점도표는 시기적으로 올해 마지막 나온 것이어서 내년 미국의 금리 추이를 가늠할 매우 중요한 지표란 점에서 더 관심을 모았다.
내년 2~3차례 나눠 0.75% 추가 인상할 듯
이번 FOMC 점도표를 분석한 결과 내년말까지 미국의 최종 기준금리는 5.00~5.25%로 나타났다. 중간값은 5.1%이다. 이번 빅스텝 선택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4.25∼4.50%에 달한 것을 감안할때 내년말까지 최소 2~3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가량 인상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물론 점도표는 FOMC 위원들의 개인적 생각일 뿐, 금리 인상이 예상대로 실제 이뤄질지는 변수가 많다. 물가, 고용 등 경제상황이 급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도표는 18명의 위원들 생각을 취합하지만, 실제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투표권은 10명이다.
그럼에도 이번 점도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긴축성향이 강한 매파적 분위기가 지배하는 연준과 현 FOMC의 특성을 감안할 때 이제 연준 내부적으로 '속도조절론'이 대세로 자리잡았다는 사실과, 금리 최종 목표점의 윤곽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목표 물가상승률 2%대에 진입할때까지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며 줄곧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던 연준의 내부 분위기가 상당히 누그러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나친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내년까지 인상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FOMC 전체적으로는 매파적 성향이 예전에 비해 훨씬 옅어진 것이다.
특히 세계 금융시장 전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의 최종 금리를 예측하기 어려워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 과 불투명성이 잔존했지만, 이번 점도표로 인해 시장에 '5%대 초반에서 금리가 멈출 것'이란 나름대로의 확신을 심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금리를 총 4.25%포인트 인상했다. 이제는 속도도 중요하지만 최종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할 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고 전제하며 "어느 시점에는 긴축 기조를 얼마나 오래 유지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의 이같은 발언은 금리인상의 속도를 조절하며 서서히 FOMC위원들의 의견을 종합, 5%초반에서 최종 목표 금리를 결정해놓고, 소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담 덜은 한은, 내년 첫 금통위 선택에 주목
파월은 다만 추후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선 확실히 선을 그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점차 우리 목표인 2%로 되돌리기 위해 충분히 긴축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가 아니라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플레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을 심어줄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멈추고 통화 긴축의 속도를 늦추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상당히 덜게됐다. 한은의 다음 기준금리 조정은 내년 1월13일로 예정돼 있는 데, 벌써부터 시장에선 금리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이다.
미국의 이번 빅스텝 결정으로 한미 간의 기준 금리 차이가 최대 1.25% 포인트로 벌어져 내년 첫 금통위에서 다시한번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이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전격적인 금리동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 우리 경제상황은 심각하다. 팬더맨털이 탄탄한 미국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고려한 금리조정 폭을 놓고 한은측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미 연준이 빅스텝으로 수위를 낮추고 내년말 최종금리의 윤곽이 드러남에 따라 금리동결을 심도있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 전문가 A씨는 "한미간의 기준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은 불가항력이고, 이미 시장에 그 영향이 대부분이 반영이 됐다. 따라서 외국자본 이탈을 염려해 미국 금리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면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로 주저앉는 등 경기가 최악의 상황인만큼 이젠 금리인상을 멈추고 경기부양에 매진할 때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파월의 FOMC정례회의 직후 통화긴축을 당분간 선호한다는 매파적 행보를 당분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증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이 나오자 급격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는 0.4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61%, 나스닥지수는 0.76% 내린 채 장을 마감했다.
일본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는 0.27% 하락한 2만8081.55에 오전장을 마쳤다. 한국시간 오전 11시30분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0.41% 밀렸다. 미국 증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홍콩 항셍지수는 같은 시간 1.93% 급락한 상태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2시10분 현재 코스피와 코스닥이 전일 대비 1% 안팎 하락한채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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