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최강자 엔비디아 '된서리'...업계 "반도체생태계 위험 커" 지적
| ▲미국의 대 중국 반도체 규제가 저사양 AI칩까지 확대되는 등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저사양 AI칩 규제에 한참 잘나가던 엔비디아가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가 점입가경이다. 중국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반입을 차단하더니, 이번엔 저사양 AI(인공지능)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나섰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속속 드러나면서 미국의 중국 반도체 때리기가 갈수록 치밀하고 고도화하는 형국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17일(현지 시각) 낮은 사양의 AI칩에 대해서도 중국 수출을 차단하고, 제3국을 통한 우회수출를 막기 위해 중국기업 해외 사업체까지 포함한다고 밝혔다.
◇ 작년 규제보다 수위 더 강화...AI칩 우회수출 겨냥한 포석
상무부는 이날 이같은 내용의 대 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조치를 통해 AI반도체에 대한 성능 기준을 추가했다. 지난해 10월 내놓은 반도체 수출규제를 통해 특정 속도 이상의 AI반도체 수출 금지 기준을 더욱 강화한 조치다.
미 정부의 이번 대 중국 AI반도체 수출 차단은 이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를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바이든 정부 작년에 일정 기준 이상의 AI반도체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에 나서자, 엔비디아가 이를 우회하기 위해 속도를 낮춘 A800 및 H800 반도체를 수출해왔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IT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규제수위를 높이는 역할을 한 것으로도 읽힌다.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도 불구, 지난 8월 출시한 신형 스마트폰 '메이트60'에 자체 개발한 7nm(나노미터, 10억분의 1m)급 미세 공정의 첨단 반도체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 ▲중국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7나노 반도체칩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60'의 최상위 모댈인 프로플러스. <사진=화웨이제공> |
화웨이는 미-중 간의 첨단기술 패권 전쟁의 도화선이된 기업이다. 이런 화웨이가 미국 반도체 규제망을 뚫고 첨단 반도체를 개발, 바이든 정부의 대 중 규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AI는 잘못된 군대에 들어가면 엄청나고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작년 10월 발표된 규정의 허점을 막아 중국의 군사력 발전에 미국과 동맹 기술이 사용되는 것을 막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히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수출 규정이 매년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 수위가 앞으로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무역과 기술 문제를 정치화하고 무기화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AP통신은 "미국이 AI반도체 추가 수출규제에 대해 중국측에 아무런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 엔비디아 주가 급락 직격탄...삼성 등 국내업체 영향 미미
미 정부의 한층 강화된 AI칩 규제로 인해 글로벌 AI반도체 최강기업 엔비디아가 된서리를 맞았다. 저사양 AI칩 수출금지 소식에 이날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4.68% 폭락한 439.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종목 중 가장 크게 하락했다. 지난 8월9일 이후 종가 기준으로 가장 큰 낙폭이다. 엔비디아는 장중 한 때 7.8%까지 급락, 충격을 줬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1조850억 달러로 줄어들며, 하루만에 533억 달러, 한화로 72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 ▲젠슨 황 엔비디아(오른쪽) 최고경영자(CEO)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의 연례 콘퍼런스 넥스트 '23에서 토마스 쿠리안 CEO와 파트너십 확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엔비디아측은 이와관련, 이날 정부 제출 자료에서 "이번 제한이 적시에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기존 고객을 지원하거나, 이번 조치에 해당하지 않는 지역에 제품을 공급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항변했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일방적인 규제는 국가안보 개선보다 미국 반도체 생태계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대해선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규정을 개정, 별도의 유효기간 없이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국내 반도체업계는 아직 AI칩을 생산하지 않는다. 하지만, AI시스템 구성엔 엔비디아나 AMD의 AI칩 외에도 국내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고성능 메모리가 탑재된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의 수출 타격으로 인한 일부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18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주는 보합세를 보이며, 미국의 대 중 AI반도체 수출규제 강화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