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불확실한 경제여건 등 반영...한-미 금리차 2.0%p 유지
금통위원 대다수 최종금리 3.75% 고려...추가 금리 인상 예고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제공> |
한국은행이 19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10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또 다시 3.5%로 묶었다. 올들어서만 6회 연속 동결이다.
한은 금통위는 올해 7차례 열린 통화정책방향회의 중 1월을 제외하곤 2, 4, 5, 7, 8, 10월 등 6차례 회의에서 모두 기준금리 동결을 선택했다.
한은의 이날 금리 동결로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2.0%p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내애선 연준(Fed)이 다음달 FOMC(연방공새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동결할 가능성이 매우 높게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미국 상황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개연성은 있다. 금통위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 다음달 30일로 예정돼 있는 반면, 미 연준의 FOMC회의는 11월2일(한국시간)과 12월14일 두 차례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물가추이 좀 더 관망"
한은이 이날 통화정책상의 적지않은 상방 압력에도 불구, 기준금리를 다시한번 동결한 것은 현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다음 금통위에서 판단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물가의 반등, 가계부채 급증, 환율 상승세 등 금리인상 요인이 존재하지만, 당장 금리 인상에 따른 반대급부가 보다 우려된다고 본 것이다.
이는 많은 전문가들이 금리동결을 예상한 근거이며 금통위원들의 판단도 같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해다”고 말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기준금리 동결의 핵심 키워드는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다. 9월 물가가 3.7%로 다시 고개를 치켜세웠고,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반등하며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진 것은 엄연히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물가흐름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는게 한은의 판단이다. 게다가 근원물가 흐름도 아직은 양호한 편이다.
치솟는 인플레를 잡기 위해 고강도 긴축을 지속해온만큼, 물가의 반등은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지만, 좀 더 시간을 갖고 물가 추이를 관망해보자는 의미이다.
한은은 다만, 당초 예상과 달리 물가하락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 총재는 "지난 8월 예측한 물가 하락 전망 경로보다는 속도가 늦어지지 않겠냐는 게 금통위원들의 중론"이라고 강조했다.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점도 한은이 금리인상' 보다 동결을 선택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수출플러스 달성은 요원한 상태이며 최근 소비 부진이 심각한 양상이다. 게다가 중동전쟁까지 발생,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국제유가의 변동폭이 커지고 있다.
◇ 美 금리동결 확률 커진 점 반영...가계 이자부담도 고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는 근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최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0%로 낮췄다. 주요 기관중 가장 최근 전망치이며, 지금까지 여러기관이 예측한 전망치 중 최저 수준이다.
한은으로서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벽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경기둔화를 더 악화시켜 결국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중 하나인 미국의 피치가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0%로 하향 조정했다. 사진은 피치의 미국 뉴욕 본사. <사진=연합뉴스제공> |
미국의 기준금리 동결 확률이 높은 것도 한은의 이번 금리동결에 적지않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간의 금리차이가 역대 최대인 2.0%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황에 미국 분위기가 추가 금리인상쪽으로 크게 기울어있다면, 금통위원들의 판단디 달라졌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미 10년물 장기 국채금리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 한미 금리 차이가 2.25%가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면, 한은과 금통위원들이 이를 쉽게 넘기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금통위 직전 미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4.9%마저 뚫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인하 모두 당분간 쉽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미국 금리를 따라 연동되는 흐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도 한은 금리동결에 일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선 금리인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역으로 가계의 이자부담을 높인다. 이는 결국 부실채권을 늘리고 소비를 위축시켜 전반적인 경기둔화를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
◇ 한은 "최종 금리 3.75%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이창용 총재는 이와관련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 가격의 문제이며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며 "금리를 통한 거시적인 조정도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현재는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한은 금통위가 여러가지 상황을 감안하여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했지만, 현재의 긴축이 당초 예상보다는 훨씬 길어질 것이란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의 긴축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격화되며 국제유가가 널뛰기를 하는 등 물가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 ▲설탕, 소금 등의 물가 상승률이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소금·설탕 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
여기에 우유, 설탕, 소금 등 식품업계는 물론 전반적인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원재료값이 치솟고 있는 것도 향후 물가흐름을 낙관할 수 없는 대목이다.
한은이 이날 향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전격 시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들이 최종 금리를 3.5%가 아니라 3.75%까지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긴축기조가 내년 이후에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을 예고한 것이다. 기준금리의 하락 반전, 즉 추세 전환 시점이 아직은 요원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한은의 기준금리가 3.5% 이하로 떨어지는게 적어도 내년 2분기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요소를 두루 감안해야하는 한은 입장에서 현 상황은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딜레마의 상황"이라며 "대내외적 여건의 불확실성이 잔존하는한 한은이 선제적, 공격적 긴축완화의 카드를 꺼내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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