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공업 선전 덕 全산업생산 1.3%↑,14개월만의 최대치
소비 0.4%↑·투자 3.5%↑...본격 경기반등 진단 일러
| ▲수출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5월 전 산업생산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 <사진=연합뉴스제공> |
"완만한 내수 회복세, 경제 심리 개선, 견조한 고용 증가세 등으로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가 2주전에 발표한 그린북(최근경제동향) 6월호를 통해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골자다.
기재부는 당시 우리 경제의 건강상태에 대한 진단서에 '경기둔화'를 명시했다. 5개월 연속 경기가 둔화 국면이란 진단이었다. 다만, 직전 4개월과 달리 "경기둔화 흐름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경제의 건상상태가 다소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그린북 6월호의 경기 진단서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산업활동동향의 3대 지표인 생산, 소비, 설비투자가 5월들어 일제히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4월에 주춤했던 생산이 5월들어 큰 폭으로 반등한 것을 필두로 소비와 투자까지 덩달아 살아나며 '트리플 호조'를 두달만에 재현했다.
아직은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엔 이른감이 없지 않지만, 긴 '불황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 全산업 생산, 글로벌 복합 위기 이후 최대폭 증가
지난달 전 산업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가 일제히 증가했다. 산업활동의 3대 지표가 빠짐없이 증가한 것이다. 지난 2월 이후 석 달만이 일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5월 전 산업 생산(계절조정·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1.1(2020년=100)로 전월보다 1.3% 증가했다.
2월(1.1%)과 3월(1.1%)에 상승하다가 4월(-1.3%)에 잠시 주춤했던 생산이 다시 반등한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야기한 글로벌 복합 위기기 막 시작된 작년 3월 이후 14개월 만의 최대 상승 폭이다.
전 산업 생산이 크게 증가한 주요인은 광공업 생산이 전월보다 3.2% 급증한 덕분이다. 통신·방송장비 생산이 16.9% 감소했지만, 자동차(8.7%)와 반도체(4.4%) 등 제조업 생산이 늘면서 광공업 생산의 호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자동차는 KD세트(수출용 완성차 조립부품)와 대형 승용차가 생산증가를 주도했고, 반도체는 D램·플래시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가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만한 것은 생산증가와 함께 재고율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재고율이 높을 수록 생산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그만큼 5월들어 출하량이 증가했다는 방증이다.
재고율은 재고지수를 출하지수로 나눈 값이다. 밖으로 나간 물건보다 쌓인 물건이 더 많으면 100%를 넘는다. 즉, 재고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출하량이 더 많아 창고에 쌓아둔 물건이 줄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재고율은 지난 4월 130.1%에서 5월 123.3%로 6.8%포인트 하락했다.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0.6% 증가했지만 출하가 6.1%로 더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세부적으로는 반도체 재고(2.7%)가 늘었지만, 출하량이 19.0% 늘어난 데 힘입어 전월(30%)에 비해 재고율이 확연히 둔화됐다. 여기에 자동차·기계장비 재고가 줄어들면서 전체 제조업 재고율을 끌어내렸다.
생산이 늘고, 재고가 줄면서 제조업계의 가동률도 호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9%로 2.0%p 상승했다.
|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3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5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내구제와 준내구제 소비 상승...운송장비 등 투자 급증
반등에 성공한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0.1% 소폭 감소하며, 전 산업생산의 증가폭을 갉아먹었다. 숙박·음식업이 4.5% 줄면서 높은 감소폭을 보인 게 결정타였다. 5월 연휴에 기후가 좋지 않았던 게 소비에 영향을 미친데다가 해외여행이 급증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둔화 국면속에서 지난 4월 꺾였던 내수도 5월엔 다시 소폭 반등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가 지난달엔 105.2(2020년=100)로 4월보다 0.4% 가량 증가한 것이다.
가전제품 등 내구재(0.5%)를 필두로 신발·가방 등 준내구재(0.6%),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0.2%) 판매가 일제히 증가세로 돌아섰다. 소매업태별로는 슈퍼마켓·잡화점, 승용차·연료소매점, 전문소매점, 면세점, 편의점에서 판매가 감소했지만 무점포소매, 백화점, 대형마트 판매가 늘었다.
생산과 소비의 증가는 투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5월 투자는 일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2.6%)와 항공기 등 운송장비(6.2%) 투자 증가 등에 힘입어 설비투자 전월 대비 3.5% 늘었다.
투자 증가의 발목을 잡았던 건설 기성은 토목(-0.1%)의 부진 속에서 건축(0.7%) 공사 실적이 늘어난 덕택에 전월 대비 0.5% 증가하면 반등했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건설수주는 전년 동월 대비 27.8% 줄었다. 도로‧교량 등 토목(36.2%)에서 늘었으나 주택 등 건축이 -45.0%로 크게 감소했다.
산업활동의 3대지표가 동반 상승한 탓에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1p 상승했다. 2월부터 4개월 연속 상승세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과 같은 수치를 유지하면서 7개월 만에 하락 행진을 멈췄다.
| ▲산업활동 증감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
■ 수출 회복과 내수 진작 '두마리 토끼' 다 잡아야
생산이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최대폭으로 반등하고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고 있음에도,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산업활동동향의 3대 지수의 증가세가 미약한 편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조업, 나아가 광공업생산에 큰 영향을 끼치는 반도체 경기가 아직 눈에 띄게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흐름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도체 생산이 지난 3월 30.9% 깜짝 증가세를 보인 이후 4월(4.9%)에 이어 5월(4.4%)에도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여전히 작년 동기 기준으로는 16.7% 줄어든 상황이다.
반도체는 제조업 생산과 투자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경기의 회복 정도에 따라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예상보다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출하가 많이 늘면서 재고율 자체가 하락했지만 수출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다는 신호도 없고 아직 반등이 뚜렷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감산 효과도 좀 더 지켜봐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심의관은 “경기가 일부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정보기술(IT) 경기 위축,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지연 등으로 광공업 생산이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진하다”며 “향후 IT 경기 반등 시기나 그 정도, 주요국 경기 동향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성능 메모리를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경기의 바닥권 탈출이 시작됐고, 자동차, 가전, 선박, 통신 등 전반적인 제조업계의 분위기가 갈수록 호전되는 양상이어서 우리 경제가 긴 불황 터널의 종착점을 향해 서서히 다가서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경제정책의 방향이 '물가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급선회한 점도 우리경제가 경기둔화에서 벗어나는데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수출 회복과 내수 진작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정책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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