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베일벗은 애플의 야심작 ‘비전프로'...MR시장 활짝 열리나

장학진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7 14: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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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WWDC서 '애플워치' 이후 9년만에 주요 하드웨어 'MR' 공개
7년간 1천여명의 개발자 참여한 역작...IT시장 '게임체인저' 주목
디즈니 협업 통해 MR시장공략 본격화...메타, 삼성 등과 경쟁 예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비전프로 공개에 앞서 "one more thing"을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글로벌 ICT업계 슈퍼공룡 애플이 7년넘게 공들여 개발한 MR(혼합현실) 야심작 '비전프로'(Vision Pro)가 마침내 그 베일을 벗었다.


애플이 2014년 '똑똑한 시계', 즉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를 내놓은 지 꼭 9년만에 또 하나의 하드웨어 기대작 비전프로를 전세계를 대상으로 전격 공개한 것이다.


수 천억원의 개발비와 1천여명의 기술개발그룹(TDG)이 투입돼 만든 것으로 알려진 비전프로의 공개로 애플이 차세대 거대 ICT시장으로 점찍은 분야가 다름아닌 MR분야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MR은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을 혼합한 개념이다. 한마디로 현실과 가상 간에 상호작용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사용자들은 헤드셋을 통해 메타버스(가상세계)는 물론 다양한 3D, 4D 애플리케이션을 간편하게 감상할 수 있어 미래 UCT 각광받고 있다.


세계 최대의 IT기업이자 전세계에 걸쳐 강력한 충성도를 자랑하는 거대 유저풀을 보유한 애플의 전격 가세로 현재 MR기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타를 비롯해 PICO, DPVVR(이상 중국), 삼성전자 등 후발기업들과 불꿏튀는 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One More Thing"...첫 출발부터 남달랐던 '비전프로'

애플의 신제품 공개는 뭔가 남다르다. 미리 귀띔조차 없이 매우 전격적으로 발표된다. 극적인 연출을 통해 업계와 대중들의 관심을 최고조로 높이기 위한 애플 특유의 전략이다. 창업자인 고 스티브잡스 때부터 이어져온 애플의 전통이다.


MR공개 역시 예외가 없었다. 애플 세계개발자 회의(WWDC)가 열린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의 애플 파크에서 팀 쿡 CEO는 깜짝쇼를 연출했다.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3천여명의 개발자와 미디어 취재진이 애플파크를 가득 메운 이날 오전 9시55분경(현지시간) 무대에 오른 팀 쿡은 "오늘 '어메이징 데이'가 될 것이고,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며 신제품 발표를 예고했다.


매년 WWDC에선 아이폰의 새로운 운영체제 iOS 업그레이드 내용이 발표돼 왔지만, 이날만큼 뭔가 특별한 신제품을 공개할 것이라는 예고에 참석자들의 눈과 귀가 팀 쿡의 입에 쏠렸다.


그러나 애플은 사전 녹화 영상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노트북 맥북에어와 컴퓨터 맥스튜디오와 맥 프로, iOS 운영체제에서 지원되는 소프트웨어 등 신버전 발표에 1시간 이상 할애했다.


학수고대하던 신제품 소개 없이 기존 제품에 대한 장황한 업그레이드 정보에 행사장 분위기가 가라앉을 때 팀 쿡이 스크린에 다시 등장했다. 

 

순간 모든 이들의 눈과 귀가 다시 쿡에 쏠렸다. 쿡은 이어 '원 모어 씽"(one more thing)'이란 한마디 말과 함께 손가락 한 개를 들어 보였다.


"원 모어 씽"은 스티브 잡스가 주목할 만한 제품 발표 때 기조연설에서 사용했던 용어다. 비장의 카드 한개를 더 발표하겠다는 뜻이다. 장내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이내 MR헤드셋이 실체를 드러냈다.


이후 약 40분간은 비젼프로의 자기소개시간이었다. 애플이 다음 ICT시장의 기대주로 MR분야를 선택했고, 이 시장을 겨냥한 애플의 전략무기 비전프로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밥 아이거 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애플 본사가 있는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파크에서 열린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애플과 협업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단순 MR헤드셋 아닌 공간형 컴퓨터...디즈니와 협력 주목

비젼프로는 애플이 스마트폰 시대를 연 아이폰 출시 이후 16년만에 내놓은 새 폼팩터이다. 또 애플워치 이후 9년만에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디바이스다. 

 

비젼프로에 대해 애플은 한마디로 ‘착용형 공간 컴퓨터’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MR헤드셋이 아니라, 3차원 공간에서 컴퓨팅이 이뤄지는 시스템이란 것이다.


쿡 CEO는 “오늘은 컴퓨팅 방식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라 전제를 깔며 “맥이 개인용 컴퓨터를, 아이폰이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비전프로는 사용자들에게 엄청난 경험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전프로는 외관은 스키 고글과 유사한 헤드셋 형태다. 그러나 머리에 착용하면 실제 주변 사물과 함께, 비전프로용 앱이 증강현실(AR) 형태로 눈앞에 나타난다.


눈동자와 손, 목소리로 기기를 자유자재로 제어한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면 아이콘이 움직이고, 손가락 2개를 맞대면 선택이 된다. 눈동자 움직임도 추적해 앱을 쳐다보는 것만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


애플이 자체 설계, 제작한 M2반도체와 특별히 개발한 R1칩이 탑재됐다. R1칩은 헤드셋에 달린 카메라 12개와 센서 5개, 마이크 6개의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 사용자 눈앞에 새로운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구현한다. 2300만픽셀 디스플레이 2개를 장착, 높은 해상도를 낸다.


기기 외부 디스플레이에 사용자 눈이 비치는 ‘아이사이트(Eye Sight)’ 기능을 탑재한 것도 주목된다.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다가가면 고글 부분이 투명하게 변하며 사용자의 눈을 볼 수 있다. 사용자가 주변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을 유지하도록 고안한 것이다.


다른 애플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와 연동되는 것도 비전프로만의 강점이다. 가령 맥북 화면을 비전프로 내로 불러올 수 있고, 아이클라우드 사진 보관함에 접속, 사진과 영상을 실물 크기로 볼 수 있다.


애플은 특히 비전프로 출시에 앞서 전용 콘텐츠를 대거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날 비전프로 전용 콘텐츠 공급을 위해 디즈니와의 협업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 초 출시에 앞서 비전프로와 연계되는 게임도 대거 확보할 계획이다.

■ 메타, 삼성 등 기존업체 '발등의 불'...MR시장 여는 기폭제

이처럼 비전프로는 자체적인 성능은 물론 애플의 다양한 하드웨어 및 솔루션과 호환이 이뤄지고, 디즈니를 포함한 다양한 콘텐츠 프로바이더들과 협업을 모색하는 등 기존의 MR기기 업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비전프로의 정식 출시와 함께 애플이 MR시장의 경쟁구도를 뒤엎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다.


비전프로의 기대감에 애플 주가가 껑충 뛴 것이 시장의 평가를 대변한다. 애플 주가는 이날 비전프로 효과에 힘입어 장중 2.21% 올라 184.951달러에 거래됐다. 전세계 1위인 시가총액도 2조9천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3조달러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18년 8월2일 처음으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달성한 후 계속해서 오름세다. 516거래일 만인 2020년 8월 20일에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달성했으며, 2021년 8월 30일에 2조5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증시 관계자들은 애플 시총 3조달러 진입과 MR은 상관관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5일(현지시간) 베일을 벗은 애플의 MR헤드셋 '비전프로' <사진=연합뉴스제공> 

 

기존 업체들은 애플이 공식 도전장을 던짐에 따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 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메타를 비롯해 중국의 MR업체들은 그 어떤 업체보다도 강력한 도전자의 출현에 시장에 잠식 당할까 전전긍긍이다.


MR시장에서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중국의 MR업체들도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ICT거대기업 애플의 본격 시장 진입 소식은 이들 업체엔 강력한 돌발변수로 작용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중국업체들은 이에따라 시장사수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애플과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삼성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안드로이드와 iOS로 구분되는 스마트폰과 달리 비전프로는 전 시장을 커버할 수 있고, 자칫하다간 미래 거대시장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MR시장이 메타와 애플, 미국의 두 공룡기업에 완전히 선점 당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변수는 비전프로의 높은 론칭 가격이다. 이번 WWDC에서 공개된 비전 프로의 소비자 가격은 3499달러(약 454만원)다. 품질과 성능을 최대한 높이고 가격도 최상급으로 책정하는 애플 특유의 프리미엄 전략에서 비롯된 결과인데,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소비자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전프로가 글로벌 ICT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애플이 오랜기간 연구개발끝에 내놓는 야심작이란 점에서 다른 경쟁사 제품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존제하며 "애플의 공성전과 기존 업체들의 수성전이 가열되면서 비전프로가 본격적인 MR시장을 여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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