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한국형 양자컴퓨터 개발...韓, 세계 '양자전쟁' 주도권 잡나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10-06 14: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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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硏, 기존 플랫폼과 차원 다른 한국형 '전자스핀플랫폼' 개발
일본·스페인·미국 등과 공동 연구...사이언스誌에 논문 게재
세계 최소형에 멀티큐비트 동시 제어 등 강점...전세계가 주목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기초과학연구원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이 5일 이화여대 연구협력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세 개의 전자스핀으로 여러 개의 큐비트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전세계가 차세대 양자 컴퓨터 상용 기술 확보를 위해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금까지 공개된 양자 플랫폼과는 개념이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자 컴퓨터(quantum computer)란 양자 역학을 활용해 초고속으로 연산처리가 가능한 미래 컴퓨터이다. 0과 1의 값을 가진 비트를 기본단위로 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 컴퓨터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양자비트(큐비트)'를 정보 기본단위로 사용, 기존 컴퓨터보다 획기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2019년 구글은 53큐비트(qubit·양자컴퓨터 연산 단위)급 양저컴퓨터로 슈퍼 컴퓨터로 1만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3분20초만에 처리하는 양자 프로세서를 선보이며 현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양자 컴퓨터의 응용 분야와 잠재적 가치가 무궁무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세계 과학계와 기업들은 양자 컴퓨터 상용 기술 개발에 그야말로 혈안이 돼있다. 이는 아직 양자 컴퓨터의 기술경쟁에서 누구도 확실히 우위에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 큐비트 집적도와 신뢰도 향상...기존 플랫폼 단점 보완

정부출연연구소인 기초과학연구원(IBS) 양자나노과학 연구단(단장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이화여대 석좌교수) 연구팀은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전자스핀 큐비트'라는 새로운 양자컴퓨팅 플랫폼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범용 양자 컴퓨터의 상용화를 위한 솔류션으로 지금까지 초전도접합, 이온트랩, 양자점, 양자위상상태 등 큐비트의 집적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데, 국내 연구진이 또 하나의 획기적인 플랫폼을 들고나온 것이다.


과학계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초전도접합 방식과 이온트랩 방식이 다소 앞서가고 있지만, 아직은 최종 승자가 누가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각 플랫폼별로 장단점이 분명하고, 결정적으로 큐비트 집적수가 100개 내외에 불과하다.

 

▲단일 원자 전자스핀 큐비트의 3차원 개념도. <사진=IBS제공>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이 일본, 미국, 스페인 등 해외 연구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전자스핀(electron-spin) 양자 비트 플랫폼은 기존 플랫폼들과는 설계 방식 등 개념 자체가 다르다.


고체 표면 위에서 단일 원자의 전자 스핀을 양자 비트로 활용, 기존 플랫폼의 약점을 보완했다.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IBS 양자나노과학연구단장은 "나노 단위에서 양자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확인했다"며 "세상에서 가장 작은 양자비트를 사용한 것은 이전에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다"고 연구의 의미를 밝혔다.


구글과 IBM이 개발 중인 초전도접합 플랫폼의 경우 연산 속도 자체는 빠르지만 양자 컴퓨터 성능을 좌우하는 '양자 결맞음' 시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원자의 이온을 레이저로 포획해 제어하는 방식의 이온트랩은 연산 신뢰도가 높은 대신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다.


반면 전자스핀 플랫폼은 개별 양자비트 크기가 1나노(nm) 이하인 양자 집적회로를 구현, 큐비트 간 정보 교환을 원자 단위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나온 플랫폼중 세계 최소형이다. 작은 공간에 보다 많은 집적회로를 구성할 수 있는 장점을 가져 양자 컴퓨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양자 비트 간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기술은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하는 성능 향상과 직결된다.


연구팀은 뾰족한 탐침으로 표면 위 원자를 조작하고 특성을 관측하는 연구 장비인 '주사터널링현미경(STM)'에 스핀 방향을 제어하는 전자스핀공명(ESR) 기술을 적용한 장비로 단일 원자의 전자스핀을 제어해 큐비트로 활용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플랫폼 구현을 위해 산화 마그네슘으로 만든 얇은 절연체 표면 위에 여러 개의 티타늄 원자를 얹히는 구조를 채택했다.

◇ 연구팀 "첫 한국산 큐비트 개발...세계 시장 선도할 것"

스핀은 원자핵 또는 전자의 자전으로 인한 각 운동량 단위로 자기적 성질에 영향을 주며, 정밀한 제어가 가능하면 정보 저장 단위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은 탐침과 상호 작용하는 원자가 아닌 멀리 떨어진 원자의 스핀 상태를 원격제어 하는 기술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양자나노과학 연구단 박수현 연구위원이 세 개의 전자스핀으로 여러 개의 큐비트 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연구팀은 전자스핀 방식을 여러 큐비트에 적용, 양자 컴퓨터 시스템의 기본이 되는 '멀티 큐비트' 시스템 구현에도 성공했다. 

 

논문의 공동교신저자인 배유정 IBS 연구위원은 "기존엔 표면에서 단일 양자비트만 제어할 수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원자 단위에서 복수 양자비트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차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을 수 십, 수 백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초전도체 등 아직도 미완성 상태인 특정 재료를 사용해야 하는 다른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원자를 양자 비트의 재료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전자스핀 양자비트 플랫폼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장점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를 통해 단일 원자 양자스핀 플랫폼 위에서 운용할 수 있는 양자비트 개수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양자비트의 개수는 양자 컴퓨터의 성능을 가늠하는 지표 중 하나로 여겨진다.


배유정 연구위원은 "전자스핀 큐비트 플랫폼을 수 십, 수 백 큐비트까지 확장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한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양자 정보과학의 새 시대를 열고, 혁신을 견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인리히 단장은 "세계 처음으로 한국산 큐비트를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연구는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는 기초 연구로, 5~10년 후 상용 기술 단계로 진입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터가 미래 컴퓨팅 기술의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그간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이번에 신개념 전자스핀플랫폼의 개발 성공으로 미국, 유럽, 중국, 일본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양자 전쟁'에서 극적 반전을 이끌어낼 모멘텀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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