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주요게임사 총체적 주가 부진에 '울상'
| ▲ '우마무스메' 유저들이 카카오의 운영 방침에 반발, 항의 문구를 붙인 마차가 지난달 29일 판교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을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게임은 통상적으로 경제위기나 불황 때 더 잘나가는 업종이었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실외 활동이 줄고 실내에서 게임을 즐기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에도 그랬다. 2020년 봄, 팬데믹이 전세계를 강타한 이후 대표적인 비대면 수혜업종인 게임 업계는 콧노래를 불렀다. 비대면 특수를 등에 업고 실적과 주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이 수그러들고 점차 '앤데믹'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환경 변화 탓일까. 최근 게임업계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찬바람이 불다 못해 깊은 한냉이다.
심상치 않은 이런 분위기는 최근 주요 상장 게임사들의 주가 흐름이 이를 대변한다. 증시에 상장된 메이저 게임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무더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상장게임서 모조리 52주 신저가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등 신3고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증시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달리 게임업체들의 부진한 주가 흐름이 눈에 띈다.
23일 오전 현재 국내 증시가 미국의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0.75%인상) 단행 여파로 이틀 연속 폭락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크래프톤, 넷마블 등 업계 대표 상장게임사들이 모조리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올 들어 게임주의 부진한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극도의 증시 부진이 겹치면서 게임주들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이다.
'P의 거짓'이란 신작이 독일 게임쇼(게임스컴)에서 주요 상을 휩쓰는 등 센세이션을 일으킨 덕에 주가가 초강세인 네오위즈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게임주들이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업계 대표 종목인 엔씨소프트는 23일 오전 장 중 한때 33만500원까지 급락하며 전일(장중 저가 34만6천500원)에 이어 이틀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엔씨의 시가총액은 7조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코스닥시장 게임대장주인 카카오게임즈도 상황이 비슷하다. 카카오게임즈는 23일 12시50분 현재 전날보다 2.05% 하락한 4만3100원에 거래하고 있다. 역시 하루 만에 전날 52주 신저가를 갈아 치웠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잇따른 자사주 매입에도 아랑곳없이 추락을 거듭해온 크래프톤 역시 전일대비 3.93% 급락한 20만8천원을 형성하며 52주 신저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모바일 슈팅 배틀로얄 ‘뉴스테이트 모바일'의 대대적인 업데이트도 거의 효과가 없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넷마블도 예외는 아니다. 넷마블은 이날 오전 전일대비 -2.49%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넷마블 주가 올들어 지속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리며 자고 나면 신저가가 바뀌는 부진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한때 20조원을 바라보던 시총은 어느새 4조7천억대까지 밀리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성장 모멘텀 부재에 투자자 외면
이처럼 주요 선발 게임주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극도의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주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게임업계가 기존 스테디셀러 이외의 차기작의 흥행, 즉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을 한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증시에서 게임주 등 신 성장주와 기술주가 '신 거품론'에 휩싸이며 상대적으로 더 고전하고 있는 여파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실제 미국 증시에서도 주요 빅테크 종목과 함께 게임주들의 주가 하락폭이 다른 종목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일 애플이 내달 5일부터 인앱결제 가격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 국내 게임 콘텐츠 업체들이 난감한 입장이 된 것도 게임업계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애플 정책에 따라 가격이 오르면 결국 이용자로부터 화살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게임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마당에 주요 게임사들의 운영을 둘러싼 사용자들과의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주가를 더욱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간판게임인 '우마무스메'가 일본 유저와 국내 유저의 차별대우 논란에 휩싸이며 국내 유저들이 집단 반발, 큰 홍역을 앓고 있다. 급기야 강성 유저 7천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사태가 악화됐다. 카카오 측은 즉시 거듭 사과하는 등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애를 먹고 있다.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 프랜차이즈 게임 이용자들이 엔씨의 유튜버 프로모션(광고료 지급)에 반발, 트럭시위를 벌이는 등 단체 행동에 나서 진통을 겪고 있다. 유저끼리 경쟁하는 구도인 MMORPG에서 게임사가 특정 유튜버에 광고료를 지급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이유에서다.
게임계의 이같은 총체적 부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업계 전문가들은 주가가 이미 과도하게 빠진 게 사실이며, 이제 어느 정도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11월 '지스타시즌' 분위기 대반전 예고?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주요 게임업체들의 실적은 다른 업종을 압도하고 남을만한 수준인 데다가, 경기부진의 반대급부로 실적이 급반등 할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11월 17일이 분위기 반전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이 대입 수능시험일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게임쇼 부산지스타가 개막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매년 지스타 시즌을 전후에 다양한 신작게임을 공개하거나 업데이트를 단행한다.
통상적으로 1년 중 게임시장의 최대 성수기는 11월 중순 이후라는 게 정설이다. 수능시험과 국제 게임쇼인 지스타 기간을 기점으로 게임 이용률이 급 반등하는 경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후 각급 학교의 겨울방학과 맞물리며 이듬해 2월말까지 이용자수, 이용시간, 이용률, 객당가 등 모든 게임지표가 일제히 상승한다.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사용 가능한 모바일게임이 시장의 대세로 굳어졌지만, 여전히 게임 시즌은 겨울철이라 봐도 무방하다.
오랜 부진의 늪에 빠져있는 게임업계가 위기를 딛고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지, 지스타 시즌 이후 게임업계와 게임주의 분위기 반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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