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시장지배력 더 약해진 K배터리...더 밀리다간 LCD꼴 날라?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1-04 14: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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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터리3사 점유율 7%포인트 떨어져...1위 LG엔솔 점유율 급락 여파
中, 세계시장 50% 이상 석권...공급망 재편 등 K배터리 반전 가능성 커
▲K배터리 3사의 시장점유율이 눈에띄게 하락하며 중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CES2023에서 SK그룹 전기차 관련 제품과 기술이 전시되는 '클린모빌리티존' 조감도. <사진=SK제공>

 

중국이 각종 하이테크산업에서 한국을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한 후 강력한 내수기반과 파격적인 정부지원, 그리고 특유의 저가 공세를 무기로 야금야금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


중국의 파상적인 물량과 가격 공세에 눌려 IT강국 대한민국의 첨단산업은 여러분야에서 입지가 흔들리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LG와 삼성이 2000년대초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했던 LCD가 대표적인 사례다.


BOE를 필두로 한 중국의 거센 추격에 밀려 LG와 삼성 모두 TV용 중대형 LCD사업에서 철수했다. LCD는 이제 모바일 및 산업용 소형제품군을 제외하곤 중국에 시장을 거의 다 내준 상태다. 대표적인 수출효자품목이었던 LCD에서 중국에 사실상 백기를 든 셈이다.


스마트폰, 정보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국가 전략산업이자 수출유망업종으로 급부상한 배터리 부문에서 K배터리의 시장 지배력이 갈수록 약화돼 LCD의 전철을 밟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LG, 삼성, SK 등 국내 3대 대기업 집단의 핵심 계열사로 짜여진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눈에 띄게 하락한 것이다. 반대로 중국은 독보적 세계 1위로 올라선 CATL을 내세워 세계 배터리시장 점유율이 50%를 훌쩍 넘기며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CATL이어 BYD 2위 올라...LG엔솔 3위로 추락

4일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 3사의 글로벌 시장 합산 점유율이 전년 동기 대비 7% 이상 급락했다.


BEV(전용전기차), PHEV(플러그인하이브리드), HEV(하이브리드) 등 전기차종에 탑재되는 배터리 총 사용량을 기준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1년 30.6%에서 지난해엔 23.2%로 7.4%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부동의 세계1위 CATL을 필두로 BYD, 궈시안(Guoxuan), 신왕다(sunwoda) 등으로 구성된 중국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2021년 43.9%에서 작년엔 55.2%로 대폭 끌어올렸다. 이로써 한-중 양국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13.3%포인트에서 2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양국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중국의 세계1위 CATL과 3위 BYD가 세자릿수대의 폭풍 성장을 기록하며 점유율이 크게 높인 반면, 우리나라는 1위 LG엔솔의 점유율이 눈에띄게 낮아진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시장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중인 LG엔솔과 CATL의 점유율 변화가 양국의 격차를 더 벌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이 기간에 CATL은 전년대비 두배가 넘는(101.8%) 성장률을 보이며 점유율을 32.2%에서 37.1%로 5%포인트 가까이 늘린 반면, LG엔솔은 한 자릿수(9.7%) 성장에 그치며, 점유율이 19.6%에서 12.3%로 추락했다.


CATL 외에도 세계 3위 BYD가 강력한 자체 수요를 바탕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LG엔솔을 따돌리고 2위로 올라선게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BYD는 2021년까지는 한 자릿수 점유율(8.8%)에 그쳤으나, 작년엔 168.3%의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한 덕분에 시장 점유율을 13.6%로 전년대비 4.8%포인트 가량 끌어올리며 2위를 탈환했다.


세계 1,2위에 자리잡은 CATL과 BYD 외에도 중국계 배터라 업체는 일제히 세 자릿수 성장률을 나타내는 초강세를 보였다. 국내업체들도 LG엔솔을 제외하고 SK온(72.0%)과 삼성SDI(74.9%)가 모두 70%를 웃도는 광폭 성장을 했음에도 중국업체들의 성장률에 못미친 것이다. 다만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2021년과 거의 같은 수준인 5.9%와 5.0%의 점유율로 세계 5, 6위 자리를 유지했다.

중국, 전기차 내수시장 급성장 따른 '반사이익'

이처럼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시장 지배력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은 중국 배터리 업체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저가 제품인 LFP(리튬·인산·철) 시장 확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중국의 전기차 내수시장이 급성장하며,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현재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국이자 판매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테슬라가 세계 최대 전기차 회사이지만 시장은 중국이 단연 세계 1위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를 넘는다. 전기차업체도 테슬라의 라이벌로 떠오른 BYD를 필두로 샤오펑·니오·리오토 등 전문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이같은 풍부한 내수기반 속에서 중국 배터리업체들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배터리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LFP배터리가 효율이 떨어짐에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는 것도 중국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강화시키는 핵심 요인중의 하나로 풀이된다. 글로벌 완성차기업들은 2020년 테슬라를 시작으로 독일 벤츠와 폭스바겐 등이 LFP배터리 탑재하는 등 LFP의 저변이 넓어지는 양상이다.


반면 국내 배터리3사가 주력 생산중인 NCM(니켈·코발트·망간)계 배터리는 충전 효율은 매우 높지만, 가격이 비싸고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단점을 갖고 있디. 주행거리와 충전효율 등을 중시하는 고급형 전기차는 주로 NCM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지만,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고려, 중국의 강세인 LFP배터리가 더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K배터리가 지금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장 자체가 앞으로 계속 고성장을 거듭할 가능성이 큰 데다, 국내업체들이 기술력이나 생산능력 등에서 중국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중국에 역전을 당하며 씁쓸하게 퇴장을 당한 LCD와는 차원이 좀 다르다는 얘기다.

미국의 중국견제, K배터리 반전 드라마?

무엇보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국내업체들에게 큰 기회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정부가 중국견제용으로 내세운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향후 북미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개연성이 매우 높다. 국내업체들로선 반전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배터리3사는 미국에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진행중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국내업체들이 주력 생산하는 NCM계 배터리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NCM은 주행거리가 LFP에 비해 태생적으로 길고 충전효율 등에서 크게 앞선다. 세계 전기차업체들의 경쟁이 가격에서 성능 중심으로 옮아갈 경우 국내업체들의 대약진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실제 글로벌 전기차업계에서 NCM배터리에 대한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정부가 사실상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도 향후 한-중 배터리 전쟁의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던 기업들이 품질력과 안정성을 갖춘 제품 수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중국 내수중심으로 성장해온 CATL과 BYD의 영향력 약화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판매량, 점유율, 성장률 등 지표상으로는 K배터리 3사가 중국의 위세에 다소 밀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여러가지 배경을 종합해보면 중국보다는 국내 배터리3사가 대약진에 성공하며 반전드라마를 연출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세계 각국에 등록된 전기차의 배터리 총 사용량은 446.0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74.7%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한 달만 놓고 봤을 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은 57.2GWh로 작년 동월의 1.7배 수준으로 늘었다. 특히 중국 시장은 1.9배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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