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DOJ, 양사 합병 소송 제기 움직임...K항공 합병에 급제동
추가 슬롯 확보 위한 전략 해석...대한항공 대책 마련 고심
|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이 EU와 미국이 딴지를 걸면서 난항에 빠져있다. 이에 따라 양사의 합병을 마무리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
쉽게 마무리될 것 같았던 'K항공사들의 결합'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의 마무리 절차인 주요국의 기업결합 심사에 난기류가 흐리고 있다.
작년 말 중국에 이어 영국이 지난 3월 K항공사들의 기업결합을 승인낼 때 만해도 남아있는 EU, 미국, 일본의 승인이 금새 마무리될 것이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EU가 영국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를 예의주시했던 상황에 비춰, 영국의 최종 승인은 EU의 결정에 매우 긍정적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EU가 17일(현지시간) '회원국들의 공정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K항공의 합병에 딴지를 걸고 나선 것이다.
EU의 예상 밖 결정에 나온 지 단 하루만에 미국이 가세했다. 주무부처인 법무부(DOJ)가 18일(현지시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아시아나 합병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려는 대한항공이 남은 주요 심사국의 벽에 막혀 최종 승인을 받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이는 상황이다.
■ EU, 최증 승인 유보...대한항공 답변 보고 8월 3일 결정
EU와 미국의 기업결합심사를 담당하는 경쟁당국은 최근 잇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EU집행위원회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양 사가 합병하면 한국-유럽 노선에서 승객·화물 운송의 공정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심사보고서(SO)를 마련, 대한항공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EU집행위의 SO(Statement of Objections)란 최증 결합승인에 앞서 중간 심사결과다. 지난 2월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2단계 심사(Phase 2)를 진행해온 EU집행위가 일단은 합병을 막아세운 셈이다.
EU집행위 측은 SO의 지적사항에 대한 대한항공의 답변서 등을 종합해 8월 3일 K항공 합병에 대한 최종적인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집행위가 승인을 거부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합병은 물거품이 된다. EU의 불승인을 받더라도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을 수는 있지만, 유럽 사업만 분리할 수 없는 노릇이어서 의미가 없다.
설상가상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8일(현지시간) 3명의 소식통을 인용, 미국 DOJ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미를 오가는 여객·화물 운송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K항공사들의 결합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DOJ는 특히 반도체 등 주요 첨단상품의 운송이 특정 회사에 몰리면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탄력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DOJ는 미국내 항공사 인수 합병 건에 대해 여러 차례 개입한 전례가 있다. 지난 3월 미국 저가항공사(LCC) 제트블루가 또 다른 LCC인 스피릿 항공을 인수하는데 대해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1년에도 제트블루와 아메리칸항공의 미국 국내선 제휴에 소송을 제기해 제동을 걸기도 했다.
다만 현재로선 DOJ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결합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지 여부 최종 결정되지 않았으며 결정이 임박한 것도 아니라는게 중론이다. 한 소식통은 "DOJ가 결국 아무 조치를 안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EU집행위의 중간심사 결과가 토대로 DOJ가 실제 소송을 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 역내 항공사 실리 확보 위한 추가 슬롯 확보 목적
EU와 미국이 승인을 미루며 계속 대한항공을 압박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의 '조건부 승인'에서 조건을 좀 더 유리하게 만들려는 포석이다. 이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여러가지 조건을 내세운 것과도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다.
EU집행위의 SO에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드러난게 없지만, 결합심사를 무기로 내세워 추가 슬롯 제공 등 회원국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이 읽힌다.
먼저 결합을 승인한 영국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영국 경쟁당국은 올 초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의 전제조건으로 대한항공이 런던 히스로 공항의 최대 7개 슬롯을 자국 항공인사 버진애틀랜틱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1주에 10개, 아시아나가 7개 슬롯을 보유 중인데 합병 이후 아시아나 슬롯을 모두 이전하라는 것이다.
EU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한국-유럽 노선을 장악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대 유럽 노선의 합산점유율은 압도적이다.
|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한 대한항공 여객기 위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유럽 주요 5개 노선의 경우 노선별로 1개의 외국 항공사가 경쟁하고 있지만 실제 점유율은 69%를 오르내린다. 심지어 스페인 바로셀로나 노선은 100% 독점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EU집행위가 결합심사라는 무기를 내세워 독일 등 주요 회원국의 실리를 추구하려는 전략이 내포딘 것이다.
항공업계 일각에서 영국에 이어 EU까지 까다로운 심사조건을 제기하는 바람에 대한항공이 어렵게 범 유럽 결합심사의 벽을 넘는다해도 시장 지배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주요국이 원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다 자칫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난감한 대한항공, '발등의 불' EU 심사 통과에 총력
업계 전문가들은 "미국이 EU의 눈치를 보며 결합 승인을 질질 끌고 있는 것도 EU의 조건을 봐가며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일 것"이라고 전제하며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합병을 조기에 마무리짓기 위해 계속 양보하다간 K항공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효과가 아니라 역시너지효과가 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나 합병 시나로가 예상 밖의 상황으로 흘러가자 대한항공측은 난감한 입장이다. 아시아나 합병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한국을 포함, 주요 14개국의 승인을 받아야하고 이제 EU, 미국, 일본 등 단 세 나라만 남았는데, 막바지에 와서 일이 심하게 꼬여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측은 우선 "DOJ의 소송 제기는 아직 확정된 바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남아있는 주요국 심사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 특히 EU는 '발등의 불'인 EU의 심사 통과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데드라인(8월 3일)까지 석달도 채 안 남은 만큼 시간적 여유도 그리 많지 않다.
문제는 아시아나 합병 이후 출범할 통합 항공사가 독점적 지위로 시장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EU와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선 수익과 직결될 수 밖에 없는 공항 이착륙 횟수, 즉 슬롯을 해당국의 항공사에 넘기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란 사실이다. 경쟁 제한에 대한 시정조치는 결국 슬롯을 더 양보하라는 얘기와 같기 떄문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으로 K항공의 운항 횟수가 줄어들어 결국 국가 항공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이유다. 통상 수 백만달러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되는 해외 공항 슬롯을 외항사에 넘겨준다는 것은 대한항공 뿐만아니라 우리나라 항공 경쟁력 자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이륙 중인 대한항공 항공기. <사진=대한항공제공> |
■ 칼자루 쥔 EU와 미국...K항공 시장지배력 약화 우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해외 항공사는 물론 해외 취향 가능성이 높은 국내 LCC에 슬롯을 넘기는 방안을 포함, 다각도로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 중에선 LCC와 대형항공사(FSC)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가 작년 10월 LA노선에 취항한 데 이어 뉴욕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도 노선을 운항할 예정이다. 또 티웨이항공도 슬롯 재배분을 염두에 두고 영국 런던과 LA, 뉴욕 등을 운항할 중대형기를 도입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특히 EU와 미국 경쟁 당국에 대한 추가 보완자료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최대한 잠재적 손실을 막는 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측은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2월 조건부 결합승인을 하며 '강력한 시정조치'를 이미 했다는 점을 EU와 미국 경쟁당국에 어필할 것"이라며 "특히 유럽과 미국 LA,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노선에서 신규 항공사들이 계속 진입하고 있어 경쟁 제한 우려가 약하다는 주장을 펼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대한항공측이 아시아나 인수합병에 실패할 경우 데미지가 너무 크다는 점에서 EU집행위와 미국 DOJ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결국 대한항공이 최증 심사통과를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결과적으로 EU와 미국 등 주요국의 철저한 실리주의 비롯된 결합심사의 무기화로 인해 K항공의 두 간판 기업의 합병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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