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광물 초강국 러시아·브라질·호주 등에 역전 당해
수출부진에 의한 경기침체와 고환율이 맞물린 결과 분석
| ▲ 우리나라의 명목 GPD 기준 국가별 순위에서 2021년 10위에서 지난해 13위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다시 톱10에 진입하기 위해선 수출 회복을 위한 혁신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연합뉴스> |
글로벌 복합위기와 공급망의 재편은 우리나라와 같은 자원빈국들에겐 위기를 불러왔지만, 자원강국들에겐 큰 기회를 제공했다.
대한민국은 특히 세계적으로도 천연자원이 부족한 대표적인 나라 중 하나다. 에너지, 광물, 곡물 등의 가격변동에 따라 경제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촉발된 에너지 대란과 공급망 재편으로 대한민국이 에너지 강국들에 밀려 경제규모 순위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까지 명목 GDP(국내총생산) 기준 국가 순위에서 10위였던 우리나라가 지난해엔 수출부진과 경기둔화 현상이 고조되며 13위로 3계단 미끄러진 것이다.
■ 명목 GDP 8% 가까이 급락...3연속 톱10 유지 실패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시장환율 적용)는 1조6733억달러로 잠정 집계돼 세계 13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명목 GDP 국가랭킹은 UN이 매년 확정, 발표하는데, 한은의 잠정 집계 결과 전년 대비 3계단 추락하며 3년 연속 톱10 유지에 실패한 것이다.
명목 GDP란 한 나라에서 1년간 재화와 서비스가 얼마만큼 생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각 국가별 총 경제규모, 즉 외형을 보여준다. 통상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시장가격(당해연도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유엔(UN)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8109억달러로 세계 10위였다. 2005년 사상 첫 10위에 오른 이후 줄곧 10위권 밖에 머물다가 2018년 비로소 10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이듬해인 2019년 12위로 다시 두 계단 하락했다가 2020년 재차 10위를 탈환한 이후 2021년까지 순위를 유지하며 진정한 세계 톱10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른듯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와 에너지대란이 상황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한국이 수출부진과 소비위축이 겹치며 성장률이 크게 둔화하며 명목 GDP가 크게 감소한 반면, 자원강국들은 일제히 약진한 것이다.
한은 집계상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1조6733억달러로 2021년(1조8177억달러, UN통계) 대비 7.9% 감소하며 1년만에 3계단 추락하며 세계 13위까지 밀려났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명목 GDP는 원화 기준으로는 2161조 8천억원으로 2021년에 비해 3.9%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미 달러화 환산 기준으로는 8%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한은에 의하면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12.9% 상승했다.
지난해 달러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크게 감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은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화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의 GNI는 3만2661달러로 2021년(3만5천373달러)보다 7.7% 감소했다.
| ▲주요 20개 국가별 명목 GDP 순위. <자료=한국은행제공> |
■ 러시아 등 풍부한 천연자원 바탕 GDP순위 끌어올려
대한민국이 수출부진과 경기둔화로 고전한 것과 달리, 러시아, 호주, 브라질 등 자원강국들은 일제히 순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글로벌 복합위기와 에너지 및 곡물 파동을 야기했던 러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명목 GDP가 2021년 1조7787억달러에서 지난해 2조503억달러로 급증했다.
미국의 서방진영의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에도 불구, 에너지가격 급등과 중국 등 반 서방진영을 중심으로 자원수출을 돌파구를 찾아낸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이탈리아(2조105억달러), 한국을 밀어내고 명목 GDP 기준 세계 순위 9위를 차지했다.
러시아에 이어 남미 대표적인 자원강국인 브라질이 2021년 1조6089억달러에서 지난해엔 1조8747억달러로 GDP가 늘어난 덕분에 11위로 순위가 2계단 상승했다. 호주는 수치상의 큰 변화는 없었지만, 한국의 명목 GDP가 크게 줄어든 탓에 12위를 유지했다.
상위권에선 미국(25조4627억달러)과 중국(17조8760억달러)로 빅2체제를 더욱 공고히한 가운데, 일본(4조2256억달러), 독일(4조752억달러), 영국(3조798억달러) 등이 3~5위를 차지하며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인도(3조96억달러), 프랑스(2조7791억달러), 캐나다(2조1436억달러) 등의 순이다. 우리나라 뒤로는 스페인(1조5207억달러)과 멕시코(1조4597억달러)가 근소한 차이로 각각 14위와 15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명목 GDP가 감소하고 순위가 하락하면서 톱10 경제대국들과의 경제규모 차이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 경제규모를 100으로 잡았을 때 세계 1위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15배가 넘는 1522이고 중국은 10배 가량인 1068에 달했다.
전통의 경제대국인 일본(253)과 독일(244)도 우리나라의 2.5배를 넘는 수준이다. 영국(184), 인도(180), 프랑스(166) 등도 우리나라보다는 1.5배 이상 외형이 크다. 대한민국이 세계 톱10 경제대국과 6대교역국임을 자부하고 있지만, 한 나라의 경제 사이즈를 나타내는 명목 GDP를 보면 아직 갈길이 멀다는 의미이다.
| ▲실질적인 명목GDP를 늘리기 위해선 우리경제의 버팀목 수출을 더욱 활성화하는 길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난 4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 수출 활성화 위해 강력한 동력 계속 불어넣어야
그럼에도 불구, 우리나라의 명목 GDP가 크게 감소한 근본 이유가 강달러 현상, 즉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통계상의 문제일 뿐, 실질 GDP는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원화 기준 명목 GDP는 2019년 1924조5천억원, 2020년 1940조7천억원, 2021년 2080조2천억원, 지난해 2161조8천억원 등으로 매년 소폭이나마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국가별 명목 GDP순위는 기준을 통일하기 위해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로 환산 통계를 이용하는데,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큰 탓에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한은 측은 "지난해 달러 강세로 인해 환율 전환 지표들이 대부분 안 좋게 나오고 있다"면서 "강달러 상황 속에서도 자원 수출국들의 경우 다른 통화에 비해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명목 GDP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 둔화가 예상보다 심각해 당분간 명목 GDP의 의미있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갈수록 떨어지며 1%초반대가 위협받고 있다는게 이를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낮췄다. 이에 반해 주요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는 1.1%에서 1.2%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 규모에서 한국을 추월한 호주도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경제대국에 오르기 위해선 1인당 GDP도 중요하지만,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명목 GDP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를 위해 우리 경제의 버팀목 수출 회복을 위해 혁신적으로 정책을 전환, 경제 전반에 강력한 동력을 불어 넣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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