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에도 인플레 대응 차 3연속 베이비스텝...추가인상 없을듯
이달 23일 금통위 앞둔 한은 고민 깊어져...'동결계속' 전망 우세
| ▲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로 이어지는 은행의 잇단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도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 Fed) 매파들의 마음을 돌릴 수는 없었다.
미 연준이 3일(현지시간)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또 다시 0.25% 인상했다. 지난해까지의 광폭 행진을 멈추고 올들어 보폭을 좁혀왔던 연준의 2월, 3월에 이은 3연속 베이비스텝이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에 의해 미국의 기준금리 범위는 종전 4.75~5.0%에서 5.0~5.25%로 높아졌다. 작년 2월까지 0~0.25%의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던 미국의 기준금리는 1년 3개월만에 무려 5%p나 오르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연준의 초고속 금리인상 행진에 의해 미국과 한국(3.5%)과의 기준 금리 차이는 상단 기준 1.7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역대 최대 폭이다. 이에 따라 이달 25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앞둔 한은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 인플레 고려한 또 베이비스텝...16년만의 최고치
미 연준은 2∼3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75∼5.00%에서 5.00∼5.2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2007년 8월 이후 16년만에 최고 수준의 금리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경제활동이 1분기에 완만한 속도로 확대됐다"면서 "최근 몇 달간 일자리 증가세는 견고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만장일치로 베이비스텝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연준은 "가계와 기업에 대한 엄격한 신용 상황은 경제활동, 고용, 인플레이션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고, 그 영향의 정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인플레이션 위험에 상당히 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견 은행의 연쇄 파산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서도 "미국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건전하고 탄력적"이라는 신뢰를 보내며 추가 금리인상 결정에 영향을 줬음을 시사했다.
이같은 연준의 베이비스텝 결정은 시장의 예상에 그대로 부합한 것이다. FOMC를 앞둔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선 연준이 금리를 소폭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그렇기에 시장의 관심은 이번 금리인상 여부보다는 연준의 향후 금리인하 시점 등 통화정책의 방향에 쏠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일단 시장의 향후 금리인하 기대에 일단 선을 그었다.
파월은 "(인플레이션 해소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러한 관측이 대체로 맞는다면 금리인하는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통화정책의 전환, 즉 '피벗'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 연준, 금리인하설 일축...금리인상기 종지부?
연준은 그러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선 시장상황을 좀더 예의주시하겠지만, 현 상태로봐선 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FOMC 성명에서 '약간의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문구가 빠졌기 때문이다.
파월이 기자회견에서 "동결 결정은 오늘 내려지지 않았다"며 확답을 피했으나, 연준이 매파적 기조에서 비둘기파로 태세전환이 이루어진 것같다는게 시장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연준은 다만 전제를 달았다. 성명에서 "우린 목표 달성을 방해할 위험이 나타날 경우 적절하게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며 "노동시장 상황, 인플레이션 압력 및 기대 인플레이션, 금융 및 국제정세 등 광범위한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외 금융시장은 즉각 긍정적 시그널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이번 베이비스텝을 마지막으로 연준이 10차례 연속 진행된 금리인상 행진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을 것이란 얘기다.
특별한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당분간 금리가 동결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준이 더는 금리 인상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추가 인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1년 넘게 단한번도 쉬지않고 이어져온 금리인상 행진이 멈추고, 다음달 중순 예정된 차기 금리결정 회의에서 금리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 한은, 한미 기준금리차 1.75%p에도 금리동결 가능성 커
한국은행의 판단도 이와 비슷해보인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다가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총재도 전날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에서 "선진국 통화 긴축 정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에 모아진다. 한은은 일단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분위기를 띄우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유인이 더 축소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읽힌다.
|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역대 최대로 벌어진 금리차이로 인해 자본이 유출된다면 한국 경제에 적지않은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상승, 1300원대 중반을 향해 치달으며 외국자본의 탈코리아 앞박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1.75%p의 금리격차는 외환시장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3%대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심 금리인하까지 고려했던 한은으로선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한은이 단순히 미국과의 금리차만 고려,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까지 내려온데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계속하락하는 상항에 금리인상이 경기 하강과 금융불안을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음 금통위까지 남은 20일 동안 1.75%p까지 벌어진 한미 금리차이로 인해 환율이 치솟고 외국자본이 대거 이탈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한은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낮다"고 관측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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