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반도체 부진 속 매출 400조시대 연 삼성의 저력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3-22 13: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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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클럽 계열사만 7곳 보유...그룹매출로 글로벌 10위권 도약
'청과물 상회'서 85년만에 400조대 글로벌 공룡 기업집단 우뚝
글로벌 경쟁 심화와 확실한 차세대 먹거리 찾기 등 향후 과제
▲삼성그룹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딛고 지난해 연 매출 400조시대를 열어제쳤다. 사진은 삼성그룹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제공>

 

삼성그룹이 마침내 매출 400조원 시대에 진입했다. 핵심 캐시카우인 반도체 부문의 사상 유례없는 부진에도 불구, 지난해 삼성그룹 총 매출이 사상 처음 400조를 넘어선 것이다.

 

세계 시장을 장악한 메모리 반도체에 힘입어 비약적인 성장세를 구가해온 삼성그룹은 2012년(312조원) 300조시대를 연 지 꼭 10년만에 매출 400조대에 올라섰다.


고 이병철 창업주가 28세의 열혈청년이던 1938년 3월1일, 대구 인교동에 '삼성상회'라는 조그만 청과물장사에서 출발한 삼성이 창업 85년만에 대한민국 간판기업이자 내로라하는 글로벌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할만한 수준으로 도약한 것이다.


삼성그룹의 매출은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그룹의 매출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 특히 지난해 정부예산의 75%에 육박할 정도다. 삼성이 이제 대한민국 경제를 들었다놨다할 규모로 성장한 셈이다.

■ 20개 주요 계열사 매출만으로도 400조원 넘어서

22일 기업분석전문기업 한국CXO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삼성의 주요 계열사 20곳의 지난해 매출합계가 402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20개업체는 작년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보고된 삼성 계열사 60곳 중 이달 20일까지 감사보고서와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매출이 확인된 기업이다.


CXO연구소는 아직 공시되지 않은 나머지 40개 계열사까지 합치면 삼성그룹의 작년 총 매출은 415조~420조원 수준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 20개 계열사의 합계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의 95%를 차지한다.


2021년 삼성그룹의 총 매출이 378조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 이상 매출이 증가한 것이다. 글로벌 복합위기 여파로 인한 세계적인 경기침체에도 아랑곳없이 대한민국 간판기업 삼성이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나타내며 매출 400조시대를 열며 저력을 과시한 셈이다.


삼성의 매출 400조 돌파는 글로벌 기업들과 견주봐도 놀라움을 금하기 어렵다. 지난해 삼성 매출을 달러(1300원)로 환산하면 3200억달러를 웃돈다. 포브스가 지난 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같은 삼성그룹의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 합산이긴 하지만, 월마트, 아람코, 아마존, 시노펙, 애플, 액슨모빌, 셀 등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다.


테슬라, 알파벳(구글), 메타, 인텔, MS, IBM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신기술 기업들은 물론, 일본의 간판기업 도요타의 매출을 크게 웃돈다. 대만을 대표하는 폭스콘, TSMC 등도 매출면에선 삼성의 상대가 안된다.


이처럼 삼성이 그룹매출 400조 돌파하며 글로벌기업으로 자리잡는데 일등공신은 단연 삼성전자다. 핵심부문인 반도체가 최악의 부진을 겪었음에도 삼성전자는 오히려 매출이 더 커졌다. 거의 전 사업부부문이 고르게 성장하며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211조8674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 매출 200조 시대에 들어섰다.

■ 삼성중공업 등 일부 제와 대부분 계열사 큰 폭 성장


삼성이 매출 400조를 넘어선데는 삼성전자의 성장과 함께 주요 계열사들의 약진이 적지않이 기여를 했다. 지난해 매출 ‘10조클럽’에 가입한 계열사는 작년 대비 1곳 늘어난 7곳이다.


주요 10조 클럽 계열사는 삼성생명보험(34조4850억원)을 필두로 삼성디스플레이 30조7794억원, 삼성물산 26조4065억원, 삼성화재 25조2109억원, 삼성SDI 17조4582억원 등이다. 특히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 매출은 13조1220억원을 기록하며 2020년 이후 2년 만에 10조클럽에 가입했다.


나머지 작년 매출 1조클럽에 가입한 삼성 계열사 중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뛴 곳은 9곳이다. 삼성SDI가 지분을 100% 보유한 소재 기업 에스티엠(STM)이 눈에띈다. 이 회사는 2021년 4558억원에서 작년에 1조114억원으로 무려 121.9% 상승하며 1조클럽에 명함을 내밀었다.


작년에 비약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인 계열사도 적지않다. 우선 삼성의 바이오 전문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작년 매출 2조4372억원으로 전년대비 55.4% 성장했다. 배터리 부문이 호조를 보인 삼성SDI도 2021년 11조5817억원에서 작년엔 17조4582억원으로 50.7%의 매출증가율을 나타냈다.


이 외에도 삼성증권 35.8%(9조6651억원→13조1220억원), 삼성엔지니어링 31.2%(5조859억원→6조6733억원), 호텔신라 26.2%(3조3790억원→4조2659억원), 제일기획 25.9%(1조1701억원→1조2805억원), 삼성물산 25%(21조1205억원→26조4065억원), 삼성생명 15.8%(29조7841억원→34조4850억원) 등 높은 매출증가율을 보였다.


삼성 주요 계열사 중 매출이 감소된 기업은 삼성중공업과 세메스 등 두 곳이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6조5426억원에서 지난해 5조8562억원으로 매출이 10.5% 가량 줄었다. 세메스 역시 같은 기간 3조1280억원에서 2조8892억원으로 7.6% 감소했다.

■ 경쟁 격화와 新성장동력 부재로 미래 불투명

삼성그룹이 반도체 부진과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을 딛고 매출 400조 진입이란 신기원을 달성한 그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삼성 특유의 포트 폴리오와 완벽한 수직 계열화에서 비롯된 주요 사업부문간의 시너지효과를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그룹의 간판인 삼성전자만해도 소재, 부품, 장비, 세트(완제품)가 잘 조화를 이루며 상승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삼성은 주요 부품, 소재, 장비 등의 내제화를 통해 남다른 경쟁력을 보유하며 그룹 전체 매출과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특유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선대 회장 시절부터 '전가의 보도'처럼 이어져온 삼성의 '일등주의'에서 비롯된 품질 위주의 대외 경쟁력을 뺴놓을 수 없다. 이 덕분에 삼성은 반도체, 가전, 통신, 디스플레이, 배터리 부문에서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매출 400조시대를 열었다고는 하나 미래가 결코 밝은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삼성그룹의 대표사업인 반도체를 필두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배터리, 바이오, 가전, 통신, 조선 등 삼성이 자랑하는 주요 핵심사업부문의 글로벌 시장경쟁이 날로 격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주요 강대국들의 자국산업, 자국기업 위주의 신 보호무역주의도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중간의 갈등에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향후 삼성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다.


매출 400조시대를 계기로 향후 성장세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매출 500조시대를 열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도 삼성이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다. 

 

이에 따라 삼성은 최근 이재용 회장 중심으로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로봇, 바이오, 전장, AI 등을 미래사업으로 선정,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만한 확실한 캐시카우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최악의 반도체사업 부진과 대내외 매우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매출 400조벽을 넘어선 것은 놀라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삼성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만한 차세대 성장동력은 아직 확실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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