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독일 등 방산 강국 제치고 수주...K방산의 우수성 인정받아
현지서 생산, 2028년까지 순차적 인도..K방산세계화 탄력받을듯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북미유럽의 방산강국들을 제치고 호주에 3조1천억원이 넘는 대형 장갑차 수출 계약을 따냈다. 사진은 호주에 진출하는 한화의 장갑차 '레드백'.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제공> |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즉 'K방산'이 또다시 큰일을 해냈다. 한화그룹의 방산전문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호주로부터 초대형 장갑차(제품명: 레드백) 수출 계약을 맺었다.
총 129대, 계약 규모만도 24억달러에 달한다. 한국돈으로 3조1500억원에 달하는 잭팟을 터트렸다. 이는 작년 이 회사 매출(6조5396억원)의 48.2%에 달한다.
작년 연간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매출을 장갑차 단 한건의 수출로 달성한 쾌거다. K방산의 지상 무기 중 호주에 수출되는 것은 K9 자주포에 이어 이번 레드백이 사상 두번째다.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K방산의 저력이 빛을 발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규모 호주 장갑차 수출로 K방산의 성장 가능성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내로라하는 북미와 유럽 방산기업을 제치고 수주
한화그룹이 자랑하는 궤도형 보병전투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호주 시장을 열었다. 방위사업청은 8일 맬버른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호주 현지법인 한화디펜스오스트레일리아(HDA)와 호주 획득관리단(CASG)과 129대(24억달러)어치의 장갑차 수출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호주는 국방력 강화를 위해 육군 궤도형 보병전투차량 획득사업인 'Land400' 3단계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최종 조달업체로 한화의 장갑차 레드백을 낙점한 것이다. Land400은 호주 육군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경기 성남 분당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제공> |
한화의 이번 레드백 수출은 계약규모도 상당하지만, 전통적인 방산 강국인 북미와 유럽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계약을 따낸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한화 레드백은 이번 호주 장갑차 수주전에서 미국의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에이잭스', 영국 BAE시스템스의 'CV90', 독일 라인메탈의 KF41 링스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이후 지난 7월 독일 링스와 함께 최종 후보로 선정됐지만, 독일 링스가 이미 호주의 앞선 바퀴형 장갑차 도입 사업을 수주한 터라 한화의 열세가 점쳐졌다. 그러나 한화는 치밀한 전략 아래 수주에 총력을 기울인 끝에 5개월만에 북미와 유럽의 내로라하는 방산기업을 제치고 최종 승자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화는 전략적으로 AS-21이란 원래 제품명 대신에 레드백(Redback)이란 이름을 붙였다. 레드백이란 호주의 유명한 독거미인 붉은등과부거미를 뜻하는 것으로, 호주 시장을 겨냥해 특별히 작명한 것이다.
◇ 한화, 빅토리아공장서 생산, 납품...원자재도 현지조달
과감한 현지 생산 조건도 주효했다는 평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무기 수요가 급증, 공급망이 흔들리는 상황에 한국 특유의 신속 납기 능력이 부각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호주 법인 HDA의 리처드 조 법인장은 "도면조차 없던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테스트 과정에서 호주 정부와의 약속을 빠짐없이 지키면서 구축한 신뢰가 최종 계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경기 성남 분당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열린 제2회 방산수출 전략회의를 마친 뒤 첨단 항공 엔진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한화는 이에 따라 오는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레드백을 생산, 호주에 인도할 예정이다. 한화는 기존에 계약한 K9자주포 생산을 위해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건설중인 현지 공장에서 레드백을 생산, 납품할 계획이다. 철강 등 주요 원자재와 부품을 현지서 조달, 납품할 계획이다.
정부와 기업이 합심에서 수주에 성공했다는 점도 의미가 작지않다. 실제 정부는 레드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에도 리차드 말스 부총리 겸 국방장관, 팻 콘로이 방위산업장관 등 호주 주요 인사와 깊은 신뢰 관계를 구축, 계약 체결을 적극 지원했다.
방사청 측은 "이번 레드백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국방부, 외교부, 방사청, 육군 등 범 정부 차원의 다각적 지원이 이뤄낸 합작품"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 '국내용'아닌 '수출용' 기획...K방산 수출의 새역사
이번 수출은 또 글로벌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국내에서 전력화되지 않은 무기 체계를 기업 주도로 연구 개발에 성공해 테스트를 거친 뒤 선진 시장에 공급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도 나온다.
아예 개발단계서부터 국내 실전배치를 위한 '국내용'이 아니라 '수출용'으로 기획해 수출에 사실상 성공한 첫번째 사례다. 그간 국내 대형 방산수출은 K-9 자주포, K2 전차, T-50계열 항공기 등 한국군이 이미 전력화, 성능과 운용 신뢰성을 널리 인정받은 무기 위주로 이루어졌던 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 ▲한화가 래드백과 함께 호주 현지공장에서 생산, 공급예정인 K9자주포.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제공> |
특히 이번 대규모 레드백 수출로 한화는 향후 실적 개선과 함께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지명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앞서 지난 5일 폴란드 군비청과 3조4천여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2차 실행계약(152문)을 체결했다고 발혔다. 이는 작년 매출의 52%가 넘는 규모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최근 혼란한 국제 정세 속 한국을 대표하는 방산기업으로서 또 한 걸음 나아간 것”이라며 “앞으로 우방국의 국가 안보뿐 아니라 에너지 안보, 해양 안보를 위한 역할도 계속 찾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레드백이 글로벌 방산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딛고 수주에 성공, K방산 수출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면서 "레드백이 대한민국 무기 체계 우수성과 방산 기술력의 저력을 보여준만큼 향후 K방산의 세계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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