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싱크탱크' 변신 앞둔 한경협이 류진 풍산회장을 택한 까닭은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08-08 13: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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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신임 회장에 류 회장 추대…22일 임시총회서 확정
한경연 통합과 4대 그룹 복귀 맞물려 분위기 대변신 예고
4대그룹 복귀 시점만 남아…글로벌 싱크탱크 대변신 기대
▲ 류진 풍산 회장이 전경련의 후신인 한국경제인합회의 새 수장으로 추대됐다. <사진=풍산>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공식적인 재 출범을 앞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류진 풍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했다. 

 

류 회장은 오는 22일 전경련의 이름으로 열리는 마지막 임시총회를 거쳐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한경협의 초대 회장으로서 공식 활동에 들어간다.


전경련은 이로써 김병준 직무대행 체제를 끝내고 류진 회장 중심의 한경협으로 거듭나게 됐다. 전경련은 올초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 쇄신을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지난 2월부터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이 이끌어 왔다.


전경련 측이 류진 회장을 차기 회장이자 다가오는 한경협 시대의 초대 회장으로 낙점한 것은 여러가지 포석을 깔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재계 상위그룹 총수가 아닌, 중견그룹 회장을 새롭게 출범하는 한경협의 수장으로 선택한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 글로벌 인맥 두터운 한경협 위상 제고의 적임자

무엇보다 기존의 전경련과는 확연히 다른 한경협의 새 정체성과 관련이 깊어 보인다. 한경협은 단지 전경련에서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다.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 근본적인 기관의 성격, 기능, 역할이 모두 바뀐다.


한경협은 기존 전경련의 재계 오너나 CEO들간의 친목단체 성격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글로벌 '싱크탱크'를 표방한다. 

 

즉, 글로벌 경제 전반의 주요 이슈들에 대해 집중 연구하고 견해를 피력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전문 정책연구기관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미-중 간의 기술패권 전쟁 확산, 4차 산업기술의 급부상, 첨단 기술 기반의 경제안보 부각 등 세계 경제질서와 환경은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대한민국 경제를 실질적으로 견인하고 있는 재계의 정책연구를 보다 확대 발전시키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류 회장은 이같은 한경협의 기능 및 역활 변화 흐름상 최고의 적임자란 평가를 받는다. 부친 류찬우 창업주에 이어 방산이 주축인 풍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류 회장은 풍부한 글로벌 인맥을 갖춘 그야말로 베테랑 경제인이다.


류 회장은 선대 류찬우 회장 때부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등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미국의 유력 정재계 인사들과 깊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류 회장이 지난 4월 전경련 한미재계회의 제7대 한국측 위원장으로 선임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이사도 역임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미-일, 한-EU간의 기술동맹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시점에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한경협의 수장으로서 류 회장의 이같은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는 한경협의 위상 제고는 물론 한국 경제에도 적지않은 플러스효과가 기대된다.

 

▲ 류진 회장이 차기 회장에 추대됨에 따라 지난 6개월간 한시적으로 전경련을 이끌어온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간다. 사진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한 호텔에서 열린 한·폴란드 비즈니스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김 회장대행. <사진=연합뉴스>

 

■ 외형' 보다 '실속'을 선택새출발의 상징성 부각


전경련은 류 회장을 차기 회장에 추대한 것과 관련, “류 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한 분”이라며 “전경련이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명실상부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 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권 말기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정경유착의 온상이란 오명을 뒤집어 쓴 전경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도 류 회장의 선택이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경련은 사실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가뜩이나 좋지않던 이미지가 땅끝까지 추락했다. 그 과정에서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그룹이 줄줄이 전경련을 탈퇴하며 해체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재계의 구심점으로 글로벌 싱크탱크로 거듭나기 위해선 진부한 대그룹 총수보다는 오히려 중견그룹 오너인 류 회장을 수장으로 내세우는 게 전경의 실추된 이미지 회복에 더 유리할 것이란 의미다.


재계 순위권 밖인 풍산그룹 회장이 새 수장이 되는 것이 한경협 스스로 무게감이 떨어트리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부정 여론에도 불구, '외형' 보다는 '실속'을 택함으로써 새로운 출발의 상징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는 이와 관련, "전경련은 그간 주요 대그룹 총수들이 회장을 번걸아 가며 맡으며 단지 '총수들의 모임'이란 부정론이 강했던 게 저간의 사정"이라며 "류 회장이 단순 명예직 회장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일하는 회장'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쇄신에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전경련이 오는 22일 임시총회 이후로 간판을 '한국경제인협회'로 교체하고,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새롭게 출범한다. 사진은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토요경제>

 

■ 대변화 앞둔 한경협, 4대그룹 복귀가 마지막 퍼즐
 

아무튼 오는 22일부터 새롭게 출범하는 한경협의 새 수장에 류진 회장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대변화의 기로에 선 전경련으로선 '4대그룹의 복귀'라는 마지막 퍼즐만 남겨두게 됐다.


재계 안팎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4대그룹 한경협 복귀 문제는 현재 각 그룹별 절차에 따라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오는 22일 전경련 임시총회 이전에 적어도 한경협 복귀에 대한 의사표명을 낼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재계에선 임총 전후에 4대그룹 재가입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4대그룹의 재가입은 류 회장이 이끄는 한경협에 위상 강화와 함께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거듭나는 데 강력한 힘을 실어줄 필요충분조건이다. 역설적으로 4대그룹이 빠진 한경협은 대한민국 재계 대표단체로서 그 위상을 회복하기 어렵다. 


SK 등 일부 그룹이 한경협 복귀를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4대그룹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삼성이 한경협 재가입의 최종 관문인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일정 등을 고려할 때 22일 임총 때까지 결론내기는 물리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삼성은 전경련에 재가입하려면 계열사별 이사회를 거쳐 준법위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준법위는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통제하는 외부 독립기구다. 재계에선 현재 분위기를 고려할때 삼성의 한경협 가입이 준법위에서 발목이 잡힐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새술은 새부대에'란 말처럼 새로운 출발대에 선 류진의 한경협이 4대그룹의 원대복귀와 함께 명실상부한 싱크탱크로서 글로벌 경제 이슈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며 환골탈태에 성공할 수 있을 지가 산업계는 물론 전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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