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OCI 통합 무산… 분쟁 3개월, 경영권 장악한 ‘형제의 반격’

이슬기 기자 / 기사승인 : 2024-03-29 15: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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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윤·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28일 오전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종 그룹 간 합병과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한미그룹과 OCI홀딩스의 통합 절차가 약 3개월 만에 결국 무산됐다. 오너 일가의 지분 다툼으로 번졌던 이번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손을 들어주면서 ‘모녀’ 대 ‘형제’ 간의 경영권 다툼으로 ‘형제의 반격’이 성공한 재계의 사례로 남게 됐다.

29일 한미그룹에 따르면 전날인 28일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에서 열린 한미그룹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추천한 5명의 이사 선임 주주제안이 가결됐다.

◆신동국 회장, 국민연금공단 그리고 소액주주들의 엇갈린 선택

이번 주총의 핵심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인 ‘모녀’ 측과 장·차남인 임종윤·종훈 전 사장인 ‘형제’ 측의 이사회 후보 선임 건이었다.

한미사이언스 정관상 이사회 정원은 최대 10명이다. 기존 이사진은 송 회장을 비롯한 신유철, 김용덕, 곽태선 사외이사 등 4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송 회장을 비롯한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측은 임 부회장,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6인을 후보자로 추천했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자신들을 포함한 5인의 이사진을 후보를 주주제안했다.

이날 사내이사 임종윤 선임 안건은 득표율 52.24%, 임종훈은 득표율 51.78%를 기록했다. 임주현 선임 안건은 47.95%, 사내이사 이우현 선임 건도 48%에 그쳐 보통결의 요건 충족에 실패했다.

이러한 결과로 송 회장 등 4명의 이사진과 형제 측 5인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게 됐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과반수의 이사진 구성으로 지주사의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절차는 무산 절차를 밟게 됐다.

이날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주주들의 뜻을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다툼은 지분확보 싸움 당시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과 국민연금공단(7.66%)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담당했다.

양측이 확보한 우호 지분은 국민연금이 손을 들어준 모녀 측 43.00%, 신동국 회장의 지지를 받은 형제 측 40.57%로 약 2%포인트의 초박빙 상태였다. 이에 따라 16.77%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의결권으로 희비가 갈리는 상황이었다. 양측은 주총 마지막 날까지 소액주주를 향해 자신들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형제 측은 주총에 앞서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기 위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미약품그룹의 비전을 설명했다.

임종윤 사장은 “경영에 복귀한다면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한미약품그룹을 순이익 1조원을 내는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바이오의약품 개발생산(CDO) 사업에 진출해 100개의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생산해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청사진도 그렸다.

이어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을 바탕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며 “소액주주를 설득하기 위해 추후 이를 이루지 못하면 물러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한미그룹-OCI홀딩스 통합, 경영권 다툼 촉발한 ‘상속세’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의 시작에는 막대한 상속세가 위치해 있다. 지난 2020년 8월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타계 후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과 장남 임종윤 사장, 장녀 임주현 사장, 차남 임종현 사장에게는 5400억원 상당의 상속세가 부과됐다.

한미그룹 오너가는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지난해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약 320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확보하는 대신 주식 동반매각요구권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 거래에 참여하기로 한 새마을금고의 부실 표면으로 드러났고, 뱅크런을 겪는 혼란 등의 이유로 새마을금고가 투자를 철회했다.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2년간 투자회사를 찾던 한미는 지난 1월 OCI그룹에 도움을 요청한다. 현물출자 및 신주발행 취득 등으로 그룹 간 통합을 추지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OCI홀딩스는 계약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할 예정이었다. 한미그룹 측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상속세 마련에 성공하는 듯 보였다.

송 회장은 지난 8일 인터뷰에서 “상속세가 이번 통합의 단초가 됐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겠다”며 “한미의 DNA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OCI그룹 같은 이종 산업의 탄탄한 기업과 대등한 통합을 하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영에서 배제된 장·차남은 다른 생각을 품게 된다. 그룹 간 통합이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다지 모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며 두 그룹의 통합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OCI와의 결합은 임성기 회장이 지켜온 신약 개발 DNA를 무너뜨리고 한미 미래를 어둡게 할 것이라 주장했다. 사실상 장녀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어머니에게 두 아들이 반기를 든 것이다.

장·차남은 한미와 OCI그룹 통합에 반대하며 지난 1월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다. 이어 자신 및 추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주주제안을 냈고, 송 회장과의 보유 지분 특별관계도 해소했다.

형제는 임 회장의 고교 후배이자 이번 분쟁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도 성공했다. 신 회장은 지난 23일 “주주가치 훼손을 막고자 한다”며 형제 측의 손을 들어줬다.

분쟁 초기 형제 측 지분율은 임종윤(9.91%)·임종훈 전 사장(10.56%)에 배우자·자녀, 디엑스앤브이엑스를 더해 총 28.42%였다. 신 회장 한미그룹의 지분 12.15%를 보유 중이다. 신 회장을 등에 업은 형제 측의 우호지분은 40.57%로 높아져 모녀의 지분을 단숨에 넘어섰다.

두 아들이 반기를 들자 송 회장은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약품 사장에서 해임하는 강수를 두게 된다. 또한 고 임성기 회장 타계 후 보류했던 후계자로 임주현 사장을 낙점하며 그룹 경영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같은 시간 법원과 국민연금은 모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6일 법원은 형제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유상증자가 기각되자, 같은 날 막판 변수였던 국민연금도 모녀 측 이사 선임안을 찬성하면서 7.66%의 지분율을 보태며 재역전했다.

지분 대결에서는 2%포인트 차로 모녀가 앞선 상황이다. 장·차남은 마지막 키를 쥔 소액주주 표심에 호소했고, 결국 소액주주의 표심을 얻는데 성공해 모녀를 상대로 한 경영권 분쟁에서 재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속세, 향후 회사 경영 방향은?

일단 가족 간 분쟁은 형제의 승리로 일단락 되면서 OCI와의 통합도 사실상 무산됐다. OCI홀딩스는 이날 주총 직후 입장문을 통해 “(한미와의)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상속세 잔여분에 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3개월여 분쟁으로 멀어진 가족 간의 불신은 한미그룹을 정상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임종윤 전 사장은 주총 종료 후 “어머니, 여동생과 같이 가길 원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주주들에게 말해주고 싶고 회사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 기존에 한미를 퇴사한 분들도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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