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금리에 올들어 45조 늘어...연체율과 파산신청 급증세
흔들리는 산업의 뿌리..자생력 제고 등 맞춤형 지원 필요
|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 대출금리가 5%대를 훌쩍 넘는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올들어 한계기업의 파산신청이 크게 늘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중소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중기 대출의 1천조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대란과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중소기업들의 대출 의존도가 커진 탓에 지난 4년간 은행대출이 무려 283조가량 늘어난 때문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경제의 뇌관'으로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중소기업계의 은행 대출마저 급증, 향후 우리 경제의 근간을 흔들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전세계적인 통화긴축 기조에 따른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며 올들어 중소기업들의 연체율이 치솟고 파산신청이 급증, 범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종합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월평균 4.4조 증가세...11월기준 1천조 돌파 확실시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달 말보다 3조8천억원 증가한 99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5년 560조8천억원대였던 중소기업 은행 대출잔액이 8년만에 78% 가량 불어나 이제 중기 으냉 대출 1천조시대 진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한은이 11말 집계치를 발표되지 않았지만, 올들어 월평균 중기 대출잔액 증가액이 4조4천여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말에 1천조원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중기 대출 잔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4년 동안 그야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미증유의 팬데믹 사태로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정부와 금융권이 정책적으로 대출 문턱을 낮춘 결과다.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 10월 말과 비교하면 중기 대출잔액은 283조원 순증했다. 그 이전 4년간 중기대출 잔액이 155조원 가량 증가한 것에 비하면 두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 ▲중소기업 대출 추이. <이미지=연합뉴스제공> |
지난해 2분기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통화긴축에 따른 고금리 현상도 중기 대출 증가세를 막지는 못했다. 중기 은행대출 잔액은 지난해 67조 가량 증가한데 이어, 올해도 10월까지 45조원 증가했다.
이는 은행권 대출만 집계한 것을 뿐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단위농협, 신협,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제2~3금융기관의 대출잔액까지 포함하면 전체 중기대출 잔액이 무려 14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9월말 기준 비은행권의 중기 대출잔액이 423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비교해도 중기 대출은 절대 규모가 크고 증가율이 더 가파르다. 지난 10월말 현재 대기업들의 은행 대출잔액은 248조4천억원으로 중소기업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지난 8년간 대출 증가율도 47.2%로 중기(78%)보다 훨씬 낮다.
◇ 5%대 고금리 비중 60% 넘어...파산 신청 역대 최다
문제는 이렇듯 중기대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에도 금리가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한 한계기업들의 파산이 눈에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예금은행의 중기 대출금리는 지난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 5.35%로 두 달 연속 상승세다.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말(2.89%)과 비교하면 2.46%포인트 급등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5%대의 고금리가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계의 신규대출중 연 5% 이상 고금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9월(61.1%)을 기점으로 60%대에 들어섰다.
2021년 1월 기준 단 2.9%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6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작년 7월(20.7%) 대비로도 3배 이상 늘었다.
대출은 늘고 금리가 오르면 기업의 재무적 부담은 가중되게 마련이다. 중소기업계는 전반적으로 코로나19사태 후유증에서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데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채산성마저 악화돼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 ▲중소기업 대출이 급증하며 1천억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사진은 시중은행의 금리현황판. <사진=연합뉴스제공> |
올들어 중소기업계의 대출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법인 파산 신청이 사상 최대치를 찍은 것이 이를 여실히 방증한다.
금감원과 대법원에 따르면 예금 은행의 지난 9월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9%로 1년 전(0.27%)의 1.8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기업 연체율(0.14%) 보다도 3.5배 이상 높다. 이 마저도 지난 8월 0.55%까지 치솟았다가 9월에 분기말 상각이나 매각 등으로 다소 낮아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기 대출 연체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 부진과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지고 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문턱을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중기 도산 계속 늘듯...정부, 중기 종합지원책 준비중
결국 업황 악화와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중소기업들의 법인 파산은 계속 늘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 1∼10월 전국 법원에서 접수한 법인 파산 신청 건수는 136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6.8% 급증했다.
이중 대부분이 영세 중소기업이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3년 이후 최대 기록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1069건)보다도 많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고물가, 고유가 상태가 이어지며 중소기업은 계속 어려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 탓에 지원 자금을 투입하기도 쉽지 않고 은행마저 대출을 조이면 중소기업의 도산 가능성이 점차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소기업계가 이처럼 고금리 대출 비중이 커지며 연체 및 파산 신청 급증으로 위기에 봉착하면서 우리 경제의 향후 전망에 또 다른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 ▲금융위는 중기대출 부담과 관련, 조만간 실효성 있는 중기 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제공> |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이 피라미드 형태로 구성돼 있는 산업구조 상 뿌리를 지탱하는 중소기업계가 심하게 흔들림에 따라 전체적인 경제와 산업의 근간이 부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이와관련, 중소기업들이 고금리로 인한 이자 비용 증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보고, 중기 금융 지원을 위한 '금융비용 경감 특별 프로그램' 도입 등 다양한 지원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앞서 지난 1일 충남북부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 중소기업 경영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부실 기업에 대해선 추가 자금지원을 통한 '연명'보다는 원활한 폐업을 지원하고, 다만 재기가 가능한 기업에 대해선 금융지원 외에도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지원'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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