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특수' 맞은 HBM 등 고부가제품 호조...전체 매출의 20%로 늘어
범용 낸드 추가 감산, HBM 등에 판매집중..조기 흑자전환 기대감↑
| ▲SK하이닉스가 상반기에 6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그러나 고성능 메모가 호조를 보이며 적자폭이 크게 줄어들어 3분기 이후 실적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SK하이닉스(이하 하이닉스)가 2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7조3059억 원, 영업손실 2조8821억 원을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매출대비 영업손실률이 무려 40%에 육박하는 초라한 성적표다.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적자행진이 3분기 연속 이어졌다. 작년 2분기까지만해도 막대한 수익을 내며 SK그룹의 핵심 캐시카우이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던 하이닉스가 이젠 막대한 적자를 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하이닉스는 올들어 적자가 더욱 쌓여 상반기 누적 적자만 6조 원이 넘는다. 글로벌 IT 경기침체가 부른 최악의 반도체 불황에 핵심 매출원인 DDR4 등 범용 메모리 평균판매단가(ASP)가 급락한 결과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극과극이다. 지난해 2분기 13조8110억 원이었던 매출은 47% 줄어들며 반토막이 났다. 4조1972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조8천여억 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1년 새 무려 7조 원의 이익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셈이다.
■ 고부가 메모리 비중 확대로 실적 내용 호전
분기 실적의 숫자만 놓고보면 초상집 분위기여야 하는데 하이닉스 측은 내심 미소를 짓고 있다. 비록 2분기 성적표 결과는 부진의 연속이지만, 내용은 눈에띄게 호전됐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실적이 정점을 찍었던 작년 2분기 기저효과 탓에 지난해 같은기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하지만 전분기와 비교하면 상황이 전혀 딴판이다. 2분기 실적 내용면에서 빠르게 호전되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우선 매출이 크게 늘었다. 1분기 5조881억 원이었던 매출이 33% 가량 껑충 뛰었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극도로 위축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반전이다. 지난해 같은기간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작년 4분기 이후 추락하던 매출을 크게 반등시킨 것은 적지않은 의미가 있다.
영업손실이 크게 줄어든 것도 주목할만하다. 1분기에 3조4023억 원의 적자를 내며 '어닝 쇼크'를 보여줬던 영업손실이 16% 가까이 줄어들었다. 저가 범용 메모리 비중을 줄이고 고가·고부가제품 위주로 전략적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믹스개선 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이닉스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고성능 메모리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AI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하이닉스의 HBM 등 그래픽 D램 매출 비중이 20%를 훌쩍 넘어섰다.
| ▲하이닉스가 HBM3 등 고성능 메모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며 실적반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하이닉스 공장 내부. <사진=연합뉴스> |
■ HBM특수 효과 톡톡...고성능 메모리 케파 확대
특히 'AI 특수'로 메모리 시장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HBM 덕에 하이닉스는 표정관리를 할 정도다. HBM만큼은 최대 라이벌이자 메모리 시장 부동의 세계1위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을 갖첬다는 평가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실제 하이닉스는 현재 4세대 HBM으로 불리는 HBM3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4분기 양산을 추진중인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에 앞서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스는 하이닉스의 HBM시장 점유율은 50%이며, 머지않아 50%대 중반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의 점유율은 40%, 마이크론은 10%에 불과하다.
HBM의 수요증가와 시장점유율 확대는 고스란히 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DDR4나 낸드 플래시메모리에 비해 HBM의 단가가 3~4배 높은 탓이다.
하이닉스측은 “챗GPT의 등장 이후 생성형 AI시장이 확대되면서 AI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HBM3는 물론 DDR5, LPDDR 등 고성능 차세대 메모리 수요가 실적개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AI용 메모리와 차세대 메모리를 중심으로한 믹스개선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회사 역량을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HBM3, DDR5, LPDDR5, 176단 낸드 기반 SSD 등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꾸준히 늘려 하반기 실적 개선 더욱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올해 10나노급 5세대(1b) D램과 238단 낸드의 초기 양산 수율과 품질을 끌어올려 다가올 시장 회복에 맞춰 양산 비중을 빠르게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고부가 제품 위주로 믹스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해 조기에 흑자전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 ▲하이닉스 본사앞 빨간 신호등이 2분기까지 하이닉스의 부진한 실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고부가제품 위주로 사업이 호조를 띠면서 머지않아 초록불이 켜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 낸드 5~10% 추가 감산 확정..ASP 상승 적극 모색
설비 투자의 초점도 고성능 메모리에 집중할 방침이다. 하이닉스는 올해 설비 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축소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비용절감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향후 시장 성장을 주도할 고용량, 고성능 메모리 케파(생산능력)는 계속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고부가 제품의 확장'이 전략의 핵심이라면, 범용 메모리는 공급조절을 통한 ASP회복이 하이닉스의 기본 전략이다. 하이닉스는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재고 수준이 높고 ASP가 크게 떨어져 실적악화의 주요인인 낸드 메모리에 대해 5∼10%의 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부터 시작한 이른바 레거시(구형) 및 저수익 제품의 감산을 확대함으로써 향후 수요 증가와 ASP상승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이다.
실제 하이닉스의 2분기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30% 중반 증가했고 D램의 ASP가 8~9% 올랐지만 낸드의 ASP는 오히려 전분기 대비 약 10% 하락했다.
하이닉스 낸드의 추가 감선을 선언함에 따라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 업체가 대응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4월에 뒤늦게 메모리 감산대렬에 합류한 삼성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HBM 등 고성능 메모리 분야에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하이닉스가 반도체업계의 실적반전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하이닉스가 수익성 개선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어 조가 흑자전환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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