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국제유가와 농수산품이 생산자물가 반등 견인
1개월 시차 소비자물가에 영향...9월 후 물가반등 가능성
| ▲국제유가가 치솟으며 배럴당 100억달러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에 따라 휘발유, 경유 등 기름값이 고공비행을 계속하며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제공> |
국제유가가 오르고 이상기후가 겹치며 지난달 생산자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작년 고물가 랠리가 시작된 작년 4월 최대 상승폭을 보이며 소비자 물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생산자 물가는 보통 1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3%대에 재진입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이달 이후에도 3%를 웃도는 고공비행을 계속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국제유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중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며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인플레이션 재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물가당국은 연말까지 소비자물가가 대체로 3%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생산자 물가의 가파른 상승과 최근 국제유가의 초강세 흐름까지 겹치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3%대를 지켜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농림수산품 전달比 7.3% 급등...석탄및석유제품도 강세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1.16(2015년 수준 100)으로 7월(120.08)보다 0.9% 상승했다. 지난 7월(0.3%)에 이어 두 달 연속 올랐으며 상승 폭은 작년 4월(1.6%) 이후 가장 컸다.
| ▲생산자 물가지수 최근 동향.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한은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유 제품이 크게 오르고 집중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품목별로는 농림수산품이 7.3% 급등했다. 이는 2018년 8월(8.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산물(0%)과 축산물(1.5%)은 상대적으로 큰 변동이 없었으나 농산물이 두자릿수대(13.5%) 가파른 상승룰을 나타냈다. 배추, 시금치가 각각 112.7%, 56.7% 급등하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쇠고기도 10.2%의 강세를 보였다.
공산품은 제1차금속제품(-0.3%) 등이 소폭 하락했으나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석탄및석유제품(11.3%), 화학제품(1.4%) 등이 많이 올라 전월대비 1.1%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8월 평균 배럴당 86.46달러로 전월(80.45달러)대비 7.5% 상승한 탓이다. 특히 경유와 나프타가 각각 17.4%, 15.3% 크게 올랐다.
| ▲유가가 오르고 이상기후에 농수산물 가격이 폭등하며 8월 생산자물가 0.9% 올랐다. 두달 연속 상승세이자 1년4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한 대형마트의 채소 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
◇ 전년 동월 대비 1.0% 올라...3개월 만의 상승 반전
운송서비스(0.8%)와 음식점및숙박서비스(0.4%) 등 서비스제품은 0.3% 상승했다. 휴가철 수요가 몰리며 호텔이 7.3%, 휴양콘도가 18.2%, 국제항공여객료가 2.4% 가량 상승했다.
반면 전력·가스·수도및 폐기물은 산업용도시가스가 큰 폭(-5.8%)으로 내린 덕분에 전체적으로는 전월대비 0.5% 하락했다. 에너지류는 정부의 통제를 받는 특성상, 요금이 수시로 바뀌지 않는다.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1.0% 올랐다. 3개월 만의 상승 반전이다. 서비스(2.1%), 전력·가스·수도및폐기물(12.8%)가 오른데다가 국제유가 상승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13.7%) 하락폭이 축소되며 기저효과가 작아진 영향이다.
상반기까지만해도 국제유가가 전년 대비 크게 떨어진 기저효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생산자물가가 하향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가 상승하며,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생산자 근원물가는 전월대비 0.3% 상승했다.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0.7% 올라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국내 출하 및 수입되는 상품 및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측정한 ‘국내 공급물가’는 전월대비 1.4% 상승했다. 환율이 고공비행을 계속한 탓에 원재료(5.1%)와 중간재(0.9%), 최종재(1.2%)가 모두 상승했다. 다만 기저효과가 반영되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2.3% 하락했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 하나로마트를 방문, 추석 물가민생안정대책의 이행 상황과 장바구니 물가동향을 점검한 뒤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제공> |
◇ 추석 장바구니물가 비상...치솟는 국제유가 더 걱정
이처럼 생산자 물가가 전체적으로 다시 고개를 쳐들면서 향후 소비자 물가 반등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걱정이다. 8월 생산자 물가 반등의 핵심 요인중 하나가 다름아닌 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의 급등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과일값도 치솟고 있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추석선물용 특등급 사과(홍로) 상품 10kg의 도매가는 9만4464원으로 작년 같은기간(3만2484원) 대비 3배 가까이 급등했다. 태풍 등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과일 작황이 유난히 좋지 않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가 더 큰 걱정이다.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가 심상치가 않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최근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95달러에 육박하며 초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도 배럴당 93달러를 넘어섰다. 이제 10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란 관측이 나온다. 설상가상 환율마저 고공비행중이다. 원유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수급구조상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생산자물가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은 데, 고환율에 국제유가마저 100달러를 돌파한다면 소비자물가 3%대를 지켜내기가 결코 만만치않을 것"이라며 "추경호 경제팀이 연일 물가안정을 위한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인플레이션 재개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고 있다"고 우려한다.
토요경제 / 박미숙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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