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밀리언셀러' 등극...정의선의 '프리미엄 전략' 통했다

양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3-08-14 13:3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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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판매량 이달중 100만 대 돌파...7년 10개월만의 '밀리언클럽' 가입
디자인과 성능의 혁신이 빚어낸 쾌거...현대차=저가이미지 불식 기여
도요타 압도하는 수익률 제고에도 한몫...벤츠BMW 등과 경쟁 치열
▲ 지난 4월 2일 2023서울모빌리티쇼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네시스 부스에서 제네시스X컨버터블 콘셉트카가 전시돼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이 중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히기 위해 별도 고급차 브랜드 메이킹으로 2015년 탄생한 제네시스(GENESIS)가 7년 10개월만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당시 부회장)이 2015년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EQ900(현 G90)내놓을 때 무리수라는 세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쾌거다.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브랜드 출범 이후 지난 7월말까지 총 98만3716대가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가 68만2226대이고 글로벌 판매량이 30만1490대다.


제네시스는 현재 BMW,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 글로벌 고급차들과 경쟁하며 월 평균 2만대 가량 판매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 주안에 누적 판매량 100만대 돌파가 확실시된다.

 

■ 론칭후 파죽지세 인기몰이...현대차 이미지 변신 기여

2015년 11월 론칭 이후 밀러언셀러에 등극하기까지 제네시스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제네시스는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과 고성능을 무기로 첫 해 384대를 시작으로 2016년부터 파죽지세의 인기몰이에 나섰다.


제네시스는 2016년 5만7451대를 판매하며 돌풍을 일으키더니 2017년 7만8586대, 2018년 8만5389대로 급증세를 탔다. 이후 2020년 13만2450대를 판매하며 연간 판매량 10만대 시대를 열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강타한 위기 속에서도 2021년 20만1415대를 판매하며 연간 판매량 20만 대에 진입하며 글로벌 인기 고급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제네시스는 2020~2021년 전년대비 판매량 증가율이 50%를 넘나드는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작년 2분기 이후 전세계를 궁지로 몰고 있는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수요 위축도 제네시스의 돌풍을 막아세우진 못했다. 제네시스는 지난해 21만5128대가 팔리며 성장세를 멈추지 않았다. 올해도 전년 대비 10%가 넘는 고성장세를 질주하고 있다.


제네시스이 밀러언셀러 등극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제네시스의 성공은 현대차그룹의 저가 이미지를 털어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나오기 전까지만해도 현대차와 한국산 자동차는 저가 이미지가 강했다. 내수는 물론 글로벌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 가격경쟁력이었다. BMW, 벤츠, 아우디, 렉서스 등이 고급차 시장을 독식하는 것을 그저 바라만 봐야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1년 9월2일  '퓨처링 제네시스' 영상을 통해 제네시스 브랜드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고급차들의 아성은 매우 공고해보였다. 일각에선 난공불락이라 했다. 정의선 회장이 2015년 11월 2일 6년 만에 국내 공식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한다”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출범을 알릴 때도 업계에선 부정적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정의선의 고급화, 즉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는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제네시스는 사실상 판매 원년인 2016년부터 파죽지세의 인기몰이를 거듭하며 콧대높은 고급차시장에서 확실하게 존재감을 키웠다. 


제네시스의 밀리언셀러 클럽 가입으로 제네시스는 현대차는 물론 K자동차의 고급차 이미지를 심어준 일등공신이다. 이에 따라 북미, 유럽 등 선진 자동차 시장에 고착화된 '현대차=싸구려'라는 이미지를 걷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영업이익률 급상승...현대차그룹 위상 제고의 일등공신

제네시스의 밀리언셀로 등극으로 인한 현대차의 위상 변화는 K자동차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데도 적잖게 기여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주도하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한국이 이제 양은 물론 질적으로도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수준에 올랐음을 전세계에 각인시켰다는 의미다.


이는 세계 자동차시장의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에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등 메이드인코리아 브랜드가 돌풍을 일으키는데도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네시스의 성공은 현대차그룹에도 적지않은 반대급부를 안겨줬다. 상대적으로 고가, 고부가인 제네시스 판매량이 늘면서 현대차그룹 완성차부문의 수익률이 급상승한 것이다.


제네시스를 바탕으로 현대차그룹의 고부가 제품 중심의 믹스 변화는 현대차가 대한민국 간판기업 삼성전자를 제치고 영업이익액 국내1위에 올라서는 결정적인 계기가됐다. 그만큼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수익구조를 개선시키는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진의 여파로 1, 2 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밑돌며 겨우 적자를 면하는 사이 현대차(기아 포함)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삼성을 추월했다. 현대차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무려 20조 원을 크게 웃돈다. 

 

 

▲ 제네시스가 지난 5월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서 공개한 브랜드 최초 컨버터블 콘셉트인 '엑스컨버터블'.<사진=제네시스>

 

제네시스는 현대차 전체 판매면에서도 갈수록 그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 중 제네시스의 비중은 2016년 고작 1.2%였으나 지난해 5.4%까지 상승했다.


이는 도요타의 고급차 브랜드 렉서스와 비교하면 매우 의미있는 수치다. 렉서스는 1989년 출범 후 무려 32년 만인 2011년에야 도요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었다. 현대차의 도요타의 외형 차이가 여전히 크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도요타가 32년 걸린 일을 제네시스는 단 7년만에 해낸 셈이다. 


그룹의 위상도 격상됐다. SK그룹과 재계 랭킹 2위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중인 현대차는 SK그룹이 핵심 반도체 계열사 SK하이닉스의 부진으로 고전하는 사이에 제네시스를 축으로 자동차 부문의 급성장세에 힘입어 재계 2위 자리를 탈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정의선 회장 경영능력 재평가...향후 넘어야할 산 많아

정의선 회장의 경영능력이 재평가받는 것도 제네시스의 성공이 일조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5년 당시 부회장이었던 정 회장은 특유의 뚝심을 바탕으로 공격적 투자를 수반하며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을 강하게 밀어붙여 성공적인 커리어를 추가했다. 


현대차 안팎에선 정 회장의 "고급화 없인 성장 못한다"는 과감한 결단과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제네시스의 성공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에 앞서 업계 최고 수준의 품질, 인재 확보에 10년 이상 매달리는가 하면 브랜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개편까지 브랜드 출범 전 과정을 주도했다. 정회장은 제네시스 성공을 바탕으로 최근엔 고성능에 특화한 'N브랜드' 활성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 고성능 브랜드 'N'을 공개하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

 

K자동차의 유일무이한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이처럼 누적판매량 100만 대의 1차 목표를 달성하며 많은 것을 바꿨다지만, 앞으로도 장미빛 전망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향후 누적판매량 200만 대, 300만 대를 달성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않다.


무엇보다도 고급차 브랜드 특성상 내수 보다는 해외시장을 꾸준히 공략해야하는 제네시스로선 경쟁차종에 비해 여전히 비교열위에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강력한 라이벌인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가 엔저를 무기로 빠르게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제네시스의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여전히 렉서스에는 크게 못미친다. 브랜드 인지도에서 월등히 앞서 있는 BMW, 벤츠, 아우디 등 전통의 강호들도 제네시스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제네시스의 시장 점유율이 눈에띄게 상승하면서 해외 고급브랜드들이 이를 결코 죄시할 리 만무하다. 

 

제네시스의 연간 글로벌 판매량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텃밭인 국내 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2040 젊은층에서 인기가 높은 BMW, 벤츠 등의 공세에 밀려 제네시스의 최근 내수 판매추이가 둔화되는 양상이다.


현대차는 이에 따라 최근 쿠페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컨버터블카의 출시를 예고하며 이미지 변신에 나서고 있다. 특히 올해안으로 개인 맞춤 차량인 비스포크 사양을 정식 출시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나만을 위한 단 하나의 차’(one of one) 개념으로, 럭셔리 자동차시장을 적극 공략하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밀리언셀러의 등극은 단지 상징적인 수치에 불과할 뿐"이라며 "제네시스가 진정 전세계가 인정하는 글로벌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보다 확실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여러 난관을 극복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더 많은 노력과 고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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