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친환경 VLAC 4척 계약...9만3천㎥급 최대 용량
K조선 고부가 선박 수주 호조...업계 수익성 개선 기대감
글로벌 조선시장은 현재 불황이다. 경기침체의 영향과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져 주요 수요자인 선사들이 발주를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가의 특수선박 시장 상황은 정반대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아랑곳없이 호황국면이다. 장기적으로 수요와 선가가 꾸준히 상승하는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을 필두로 전세계 대형 선사들이 LNG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암모니아선 등 고가의 초대형 선박 발주를 크게 늘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 가스, 곡물 등의 공급망과 물동 경로가 바뀐 데다, 환경 규제가 강화된 여파다.
고가의 초대형 특수선박 시장은 대한민국이 절대강국이다. 중국과 조선시장 1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특수선 만큼은 K조선의 독무대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최근 잇달아 대규모 특수선 수주에 성공했다. 게다가 선가 상승의 영향으로 1척 당 수주금액도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 ▲HD한국조선해양이 역대 최고가로 LNG선 2척을 수주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제공> |
◇ HD, LNG선 1척당 수주액 3500억원에 육박
K조선의 맏형 HD한국조선해양은 아프리카 선사와 17만4천㎥급 초대향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4일 공시했다.
계약금액만도 총 6981억원에 달한다. 1척당 수주액이 3500억원에 육박하는 대형 계약이다. 고부가 선박을 대표하는 LNG운반선 수주 사상 최고가이다.
앞서 HD한국조선해양이 지난 8월 수주한 LNG운반선과 달러 표시 금액은 같지만, 환율 상승으로 원화 수주 금액이 커지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운 것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에 계약한 물량을 계열사인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 2028년 2월까지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계약으로 현재까지 총 147척(해양설비 1기 포함), 208억9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목표액(157억4000만달러)을 32.7% 초과 달성했다.
LNG운반선은 현재 프리미엄 선박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고가의 초대형임에도 글로벌 발주량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 운반선은 145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년 대비 131%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고공비행을 계속 중이다.
세계 1위 HD한국조선해양을 필두로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K조선 빅3가 탁월한 LNG운반선 건조기술을 바탕으로 전체 글로벌 발주량의 70% 이상을 쓸어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HD한국조선해양이 사상 최고가로 LNG운반선을 수주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도 올 들어 적자구조에서 탈피한 국내 조선업계의 수익성이 향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한화오션이 세계 최대의 암모니아운반선을 수주했다. 사진은 한화오션의 암모니아운반선. <사진=한화오션제공> |
◇ 한화, 9만3000㎥급 암모니아선 4척 수주 쾌거
한화오션도 14일 그리스 나프토마로부터 친환경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초대형 암모니아운반선(VLAC) 4척을 6562억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한화는 이들 선박을 거제사업장에서 건조, 오는 2027년 상반기안에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의 이번 VLAC 수주가격은 척당 1640억5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기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의 단위 수주가격을 웃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적재 용량도 최대 규모다. 한화오션이 수주한 VLAC는 9만3000㎥의 암모니아를 운송할 수 있다. 지금까지 발주된 암모니아 운반선 중 가장 크다. 국내 경쟁사들도 9만3000㎥급 암모니아선 수주가 진행 중이지만, 계약 기준으론 한화가 최초다.
한화오션은 특히 선박의 추진 축에 모터를 연결, 발전 시 연료를 절감할 수 있는 축발전기 모터시스템과 자체 개발한 스마트십 플랫폼 'HS4' 등을 탑재할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선주가 원할 경우 운반하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쓰는 추진선으로 전환할 수도 있어 향후 친환경 선박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갖췄다는 게 한화 측의 설명이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CO2)가 전혀 배출되지 않는 친환경 연료다. 특히 간단한 공정을 통해 수소로 변환될 수 있어 가장 경제적인 수소 운반 수단으로 활용된다.
한화오션은 이번 액화석유가스(LPG) 및 암모니아 운반 전문 선사인 나프토마와의 계약을 계기로 글로벌 친환경 연료 운반선 건조 시장에서 입지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한화오션 측은 "이번 수주로 한화오션의 친환경 선박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친환경·디지털 분야를 선도할 선박 건조에 주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HD현대중공업이 LNG운반선 수주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의 울산 조선소. <사진=HD현대중공업제공> |
◇ K조선, 고부가 선박시장 압도적 지배력 유지
한화오션과 함께 HD한국조선해양도 1조원이 넘는 대규모의 암모니아 운반선의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미 덴마크 AP몰러(Moller)홀딩스와 9만3000㎥급 초대형 VLAC 4척을 건조하는 내용의 의향서 LOI(구매의향서)를 체결했다.
HD가 몰러사와 합의된 VLAC 4척 수주가격은 척당 1500억원씩 총 6000억원 규모다. 특히 옵션이 포함돼 향후 계약 물량이 4~6척이 추가돼 총 수주액이 1조5000억원에 달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지난 9월엔 싱가포르 EPS, 그리스 캐피탈(CAPITAL)사와 8만8000㎥급 VLAC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9월 기준 올해 VLAC발주 27척의 초대형 LPG·암모니아 운반선 가운데 70%가 넘는 19척을 쓸어담았다.
VLAC는 시장 전망도 밝다. IMO(국제해사기구)의 강력한 환경 규제를 충족시켜 향후 발주량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선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셔틀탱커 등과 함께 VLAC가 고부가 선박 시장의 새로운 축을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조선 3사 간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현존 최대규모의 VLAC보다 적재용량을 2배 이상 높인 20만㎥ VLAC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게 대표적이다.
K조선의 고가, 고부가 초대형 선박 시장에서의 강세는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 업체들이 경쟁국인 중국, 일본에 비해 대형, 친환경 특수선의 건조 기술력이 탁월하고 캐파(생산능력)면에서도 확실한 비교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K조선 특유의 특수산 건조 기술력과 캐파, 그리고 미-중 간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해 북미유럽의 선사들이 중국보다 한국을 택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고부가 선박시장에서 K조선의 압도적인 지배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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