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대비 0.5%p 하락...석유류 가격 하락에 상승폭 둔화
4%대 근원물가 등 낙관 일러...고환율 등 향후 변수 많아
|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4월 소비자 물가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4월 물가 상승폭이 또다시 크게 둔화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들어 뚜렷하게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더니, 마침내 3%대로 돌아왔다.
작년 2분기 이후 글로벌 복합위기 본격화하며 1년 넘게 고공비행해온 물가가 3%대에 진입함에 따라 고물가 시대의 머지 않아 종식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는 작년 3월 4%대에 첫 진입한 이후 7월 정점(6.3%)을 찍은 뒤 점진적으로 우하향 곡선을 그려왔다. 특히 올들어 물가상승률이 눈에띄게 둔화되며 1년2개월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올들어 물가상승률은 넉달만에 1.5%p 낮아지며 정부의 목표치인 2%대 물가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러나 근원물가지수가 여전히 4%대에 머무르는 등 여러가지 불안요인이 잔존, 조기 물가안정을 낙관하기 여로운 형국이다.
■ 2~4월, 석달만에 상승폭 1.5%p 줄이며 3%대 컴백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년=100)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올랐다.
| ▲1년간 소비자 물가 동향.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이는 전월 상승률(4.2%)보다 0.5%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지난 2월(0.4%p), 3월(0.6%p) 등 단 석달만에 물가상승률이 1.5%p 줄어들며 작년 2월(3.7%) 이후 14개월만에 3%대로 컴백했다.
물가상승세는뚜렷하게 둔화하고 있는 것은 작년 2분기 글로벌 복합위기 이후 가파르게 상승했던 석유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전체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행진에 기름을 부었던 기름이 이젠 고물가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석유류는 1년 전보다 16.4% 내렸다. 휘발유(-17.0%), 경유(-19.2%), 자동차용LPG(-15.2%) 등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석 달째 하락 행진이다. 낙폭 역시 2020년 5월(-18.7%) 이후 3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석유류의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 2월(-0.05%p)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달 기여도는 -0.90%p로 3월(-0.76%p)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통계심의관은 “기준시점인 지난해 4월 석유류 가격이 크게 올랐던 기저효과의 영향이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전기·가스·수도 등 3대 공공요금은 23.7% 올랐다. 그러나 전월(28.4%)보다 상승 폭이 둔화된 것이다. 지난달 예정됐던 전기요금 인상이 여론에 밀려 하반기 이후로 미뤄지고 작년 4월 인상에 따른 상승률 차이가 없어진 결과라 읽힌다. 농축수산물(1.0%)과 공업제품(2.0%)의 상승세가 꺾이며 물가 둔화에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
■ 뚜렷한 둔화 흐름 속 근원물가는 여전히 4%대 강세
전체적인 소비자물가지수는 3%대에 재진입하며 물가안정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나, 불안요인들이 잔존하고 있다. 무엇보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달과 마찬가지로 4%대를 유지하며 여전히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근원물가라는 물가변동을 유발하는 여러요인중 일시적인 공급충격 등이 영향을 제외한 기조적이고 추세적인 물가상승률을 파악하기 위해 활용된다. 통상 변동성이 큰 농산물이나 석유류 등 국제원자재 관련 품목을 제외한다.
실제 401개 품목으로 작성한 한국형 근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4.6% 상승, 전월(4.8%)보다 상승폭이 0.2%포인트 둔화하는 데 그쳤다. 309개 품목을 기준으로 삼는 OECD 방식의 근원물가도 지난 2월(4%), 3월(4%)과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의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돈 데 이어 4월에는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2020년 6월 이후 34개월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가 높고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으로 작성해 실질적인 체감물가에 가깝다.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2일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소비자물가에 비해 더딘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도 “농산물, 석유류 등 계절적 요인으로 변동이 큰 지수를 제외한 근원물가 기준으로 보면 아직 하락이 나타나지 않고 둔화세가 유지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소비자물가 지수가 14개월만에 3%대에 진입했다. 사진은 대형마트의 채소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
■ 인상 임박한 전기요금과 꿈틀거리는 환율이 변수
근원물가가 전체 물가지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둔화 폭이 작은 것 외에도 향후 조기 물가안정을 낙관할 수 없게하는 요인이 적지않다. 무엇보다 잠시 인상이 유예된 공공물가, 특히 전기요금의 인상이 최대 변수다.
정부가 고물가에 시름하는 서민들을 고려, 1달 이상 미뤄온 2분기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을 조만간 확정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일 2분기 전기·가스요금 결정에 대해 "에너지 공급의 자구 계획을 전제로 정부에서 조만간 전기요금 조정을 마무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피해가 올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에너지 공급 시스템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전의 누적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정부의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조만간 단행될 것이 확실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올들어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환율도 향후 물가안정으로 가는 길에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340원대 넘어 1300원대 중반을 향해 꿈틀거리며 수입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2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연 고점(1342.9원) 목전까지 왔다. FOMC 경계감에 달러인덱스가 한 달 여만에 최고치로 상승한 영향이다.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오른다면, 3대에너지원 등 수입량이 많은 제품을 중심으로 물가가 다시 꿈틀거릴 개연성이 충분하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총지수 측면에서 보면 확실히 하락 폭이 커져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이고, 하반기에는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하며 "다만 전기·가스요금 인상과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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