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년유예" 방침 속 국회 '금투세' 논란에 제대로 논의조차 못해
| ▲지난 21일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예결위에서 금투세 시행유예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치열하게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도대체 당장 내년부터 세금을 내라는 것인지, 아니면 유예기간을 더 주겠다는 것인지 너무 헷갈립니다."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의 파산결정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마당에 이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칠 '코인세' 시행에 대해 명확히 정리가 되지 않아 어찌해야할 지 알수가 없습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투자로 일정 수준 이상 소득을 낸 개인과 기관에 세금을 부과하는 소득세법 개정안, 이른바 '코인세'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 본격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개인투자자들과 거래소의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원안대로라면 내년 1월부터는 코인세가 본격 시행돼 암화화폐 투자로 일정 금액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총 소득의 20%를 과세해야한다. 그런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제도 미비를 이유로 코인세의 부과 기준일을 2년 유예한다는 방침을 확정,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기재부, 제도와 인프라 미비 시행 유예 강조
현행 소득세법에 의하면 당장 2023년부터 가상자산에 투자해 250만원(기본 공제금액)이 넘는 소득을 낸 사람은 총 소득의 20%의 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을 소득세 부과 대상의 정식 자산 개념에 포함시킨 것으로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수 밖에 없다.
코인세는 문재인 정부시절 암호화폐로 막대한 소득을 올리는 사례가 빈발하자,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원칙에 따라 소득세법을 개정,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편입시킨 것이다.
다만 당시에 암호화폐를 일반 주식이나 채권 등과 같이 단순히 과세를 하기엔 과세 기준과 대상자를 선정하기 매우 까다로운데다, 암호화폐 시장의 충격파를 고려해 시행을 유예해줬고, 그 기간이 연말로 종료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코인세 시행 유예기간을 더 줘야한다는 여론이 조성되면서 기획재정부가 가상자산 거래 소득에 대한 과세 시점을 당초 예정된 2023년에서 2025년으로 더 늦추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현 정부는 기본적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소득세 부과시기를 2년 더 유예해야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기재부측은 우선 기본법을 만들고 전반적인 과세 인프라를 갖추고 나서 시행해야 맞다는 것이다.
코인세의 시행이 암호화폐 시장과 투자자들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장치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같이 가야 하는데, 아직은 준비가 덜 돼있어 시행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굳혔다.
게다가 최근 가상자산 투자자가 급증하고 거래소도 대폭 늘어난 점을 고려할때 과세 인프라를 보강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사실 금융정보분석원(FIU) 신고 수리를 거쳐야 하는 업체 기준으로 집계한 가상자산사업자는 작년 10월에는 6개에 그쳤지만, 현재 30개가 넘는다.
여기에 세계 3대 암호화폐거래소 중 하나인 미국 FTX의 파산으로 인해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점도 정부의 과세 유예 방침에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FTX의 파산신청 이후 비트코인은 물론 이더리움 등 이른바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한 나머지코인)이 가격이 급락, 코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마당에 세금까지 부과한다는게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투세 공방 해소 선행돼야 코인세 논의 이뤄질듯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실현되기 위해선 어디까지나 국회계류중인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한다는 대전제가 따른다는 점이다. 거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코인세 2년유예에 대한 여야 합의가 불발된다면, 당장 내년 1월부터 코인세는 시행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에 따라 남은 한 달 안에 어떻게든 국회 논의 과정을 거쳐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코인세 자체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
여야간에 치열하게 공방중인 금융투자세(금투세)에 그늘에 가려 코인세 시행 유예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다. 코인세와 마찬가지로 내년 과세를 앞둔 금투세는 유예를 주장하는 정부 여당과 부자감세라며 즉각 시행을 요구하는 야당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상태다.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 유예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인 야당도 가상자산 과세에 대해서는 특별한 당론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국회가 금투세 공방에 주력하느라 코인세 논의 자체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투자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투자의 성격이 유사하고 금투세와 코인세 모두 현행법상 내년 시행을 앞둔 만큼, 코인세 시행유예 여부는 금투세 처리에 달려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국회가 금투세 공방에 치중함에 따라 코인세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암호화폐 거래소와 투자자들만 어찌해야할 지 모른 채 혼란스러운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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