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긴축→완화', 피봇 선언...한은, 금리인하 시점 저울질

이중배 기자 / 기사승인 : 2023-12-14 13: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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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FOMC, 기준금리 3연속 동결...통화정책 방향 전환 예고
내년 3차례 빅스텝 단행 전망...증시 환호, 금비트코인값 반등
가계부채·경기부양서 고민많은 한은, 일단 "예의주시" 관망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준 빌딩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긴축 사이클에서 이제 기준금리가 고점에 도달했거나 그 부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 위원들의 대체적인 관점이다."


글로벌 고금리 시대를 주도해온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긴축'에서 '완화'로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 즉 피봇(Pivot)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다.


파월은 한술 더 떠 이날 FOMC정례회의에서 언제 금리 인하를 시작할 지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으며 내년말 금리전망치가 평균 4.6%였다고 밝혔다. 3차례 정도의 빅스텝(기준금리 0.25%인하)을 밟을 것이란 얘기다.


파월의 이 짧은 한마디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들끓었다. 최강국 미국의 피봇 기대감에 증시와 가산자산시장이 크게 환호했다. 달러화가치와 채권금리는 급락했다.

◇ 파월 의장 "추가 긴축 없을 것" 피벗 강력 시사

미 중앙은행인 연준이 13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현 5.25∼5.50%의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이에따라 한-미 간의 기준금리 격차는 2.0%포인트를 유지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정례회의 기준으로 3연속 동결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 9월과 11월 2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이미지=연합뉴스제공>
파월 의장은 "최근 지표 상 경제활동 성장세가 지난 3분기의 강한 속도에서 둔화됐고 고용 증가세가 올초에 비해 완만해졌으나 여전히 강세"라며, "실업률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지난 한 해 동안 완화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동결 배경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러나 연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압도적인 확률로 시장이 예측했던대로다. 이날 관심의 초점은 연준이 추가적인 긴축은 없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대목이다.


파월은 "인플레이션 목표(2%)를 향한 지속적인 진전을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특유의 신중론을 전제로 깔면서도 "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다"며 작년 3월부터 2년 가까이 유지해온 통화긴축의 추세전환, 즉 '피벗'을 예고했다.


연준은 물가를 목표치로 되돌리기 위해 추가 긴축이 더 필요한 지 판단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상 긴축 중단을 시사한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연준은 이날 물가상승률이 내년에 2.4%, 2025년엔 2.1%로 낮아지고 2026년에 목표치 2.0%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파(긴축선호)들이 득실득실한 FOMC위원들의 향후 예상 금리수준, 즉 점도표가 크게 낮아진 점도 주목을 받았다.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 상 내년 금리 평균값은 4.6%다.


이는 현재보다 0.65∼0.90%포인트 낮은 것이며 지난 9월 전망치(5.1%) 보다는 0.5%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연준이 내년에 적어도 세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예상보다 빠르게 인플레이션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내년 금리 인하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추가 금리인상은 더이상 없으며 금리인하를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증시·가상자산 시장 환호성....달러화·채권은 약세

연준이 사실상 금리인상을 멈췄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자 금융시장엔 큰 파장이 일었다. 미 달러화는 즉각 약세로 돌아섰다. 불과 몇달 전만해도 사상 최고치를 연이어 경신하며 천정부지로 치솟던 채권금리는 급락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인덱스는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2.9로 지난달 29일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채권 금리는 4%대 붕괴를 걱정해야할 정도로 급락했다.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증시 마감 무렵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02%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18bp(1bp=0.01%포인트) 급락했다.


지난 8월 8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같은 시간 4.44%로, 하루 전 대비 29bp(0.29%)나 급락했다.


반면 증시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우량주를 모아 놓은 다우존스30지수는 전장 대비 1.40% 상승 마감하며 사상 최초로 3만7000선을 뚫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37% 올랐다.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 역시 1.38% 뛰었다. 두 지수 모두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다.

 

한국증시도 이에 동조했다. 14일 12시35분 현재 코스피는 전일대비 1.07%, 코스닥은 0.78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0.69%), SK하이닉스(4.73%), LG에너지솔루션(1.59%) 등 대형주들이 대부분 강세를 나타냈다.

 

 

▲미국발 호재에 14일 한국 증시는 급등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바쁘게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금값이 2.5% 급등하며 초강세를 유지했고, 잠시 조정기로 접어들었던 가상자산도 다시 급반등했다. 가상자산 대표주인 비트코인은 미 연준의 피봇 기대감에 강한 매수세가 몰리며 단숨에 3% 이상 상승했다.


14일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글로벌 평균 비트코인 시세는 24시간 전 대비 3.4% 상승한 4만2880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에선 김치프리미엄, 일명 '김프'가 더해져 전일보다 6%가량 폭등하며 업비트 기준 5925만원을 찍었다.


국제유가도 덩달아 상승했다. 미국발 긴축완화로의 추세전환에 따른 석유류 소비증가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4.10달러(0.2%) 상승한 온스당 1,997.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86센트(1.25%) 오른 배럴당 69.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70달러대 재진입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 한은 미 상황변화 예의주시...금리인하 시점 고민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에 글로벌 자본시장과 선물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한국의 기준금리를 정하는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연준의 금리조정에 맞춰 금리를 낮추면 그만이지만, 미국과 한국의 경제상황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은은 일단 미국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이날 오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미 연준 FOMC정례회의 결과를 놓고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 시장에 미칠 영향을 집중 점검했다.


유상대 부총재는 “앞으로 금리인하 시점에 관심이 맞춰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그 과정에서 금융, 외환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그런만큼 미국의 물가·경기 흐름과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며 국내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선 한은이 연준보다 더 심각하게 금리인하 시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움직임에 맞춰 수동적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하기엔 국내 경기상황이 좋지않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피봇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은이 금리인하 시점을 놓고 장고애 돌입했다. 사진은 한국은행. <사진=연합뉴스제공>

 

무엇보다 1%대 초반까지 낮아진 경제성장률이 부담스럽다. 수출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소비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통화량을 늘려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선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낮추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와 물가 경로에 대한 불안이 잔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은행권 대출만도 1092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계속 갈아치우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 상황을 고려하면, 선뜻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결코 쉽지않은 결정이다.


물가상승률이 지난달 3.3%로 둔화됐다고는 하나 4개월째 3%대의 고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는 것도 간과할 대목은 아니다. 게다가 가계부채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집값이 겨우 하락세로 돌려놓은 마당에 금리인하가 다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 할 수 있다.


국내 한 금융전문가는 "우리 경제의 복잡한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면서도 "현 딜레마 상황이 쉽사리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한은이 의외로 선제적 금리인하 결단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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